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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문학세상의 선구자 엄기원 선생님

원 시 인 2025. 3. 20. 05:34

[한국아동청소년]엄기원 선생님과 청와대 방문

아동문학세상의 선구자 엄기원 선생님

 

    엄기원 선생님과 원시인(신호현 시인의 닉네임)이 만나게 된 계기는 배화여중고에서 41년간 실시해온 '전국어린이백장'의 인연이다. 1898년부터 올해로 127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배화학원은 1968년부터 어린이백일장을 실시해 왔다. 백사 이항복 선생이 글을 짓던 필운대 언덕에서 연필 쥔 손이 예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적게는 400명에서 많게는 1000명까지 참여했다. 

    서울시내 3-40개 초등학교에서 글쓰기 실력을 뽐내고자 학교의 추천을 받아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모여들었다. 중고 국어과에서 행사를 주최하고 전 교직원이 어린이들에게 볼펜과 원고지를 나눠주고 필운대 언덕의 안전을 보살펴주는 1년 중 가장 큰 행사였다. 백일장이 끝나면 중고 국어과 선생님들은 저녁 늦게까지 짜장면을 시켜먹고 1차 심사를 했다. 

    1차 심사에서 우수한 작품을 뽑고 입선작은 선생님들이 선정하고 가작 이상의 작품들을 모아 내로라는 아동문학가님을 찾아가 2차 심사를 의뢰했다. 초기에 어효선 선생님, 최태선 선생님, 박화목 선생님, 이재철 선생님, 김원경 교수님, 신현득 선생님, 제해만 선생님, 김완기 선생님, 최영일 선생님에 이어 1999년에 당시 아동문학연구회 회장 엄기원 선생님을 모셨다. 그 이후에도 강정규 선생님,  김진경 선생님, 다시 신현득 선생님, 다시 2007-2008년에 엄기원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다.

    백일장 원고를 들고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시던 언기원 선생님. 1주일 뒤에 다시 찾아가 가려진 작품을 받아 들면, 정갈하고 고운 글씨로 쓰신 수상자 명단과 심사평이 소중히 빛났다. 학교에 돌아와 컴퓨터로 찍어 수상집을 만들고 시상식을 준비하던 바쁜 나날들. 시상식에 오셔서 구수한 목소리로 수상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실어주시는 심사평을 들려 주신다.

    원시인도 여중생 글쓰기를 열심히 지도한 터라 서울시내 글쓰기 대회는 대부분 참가했다. 통일글짓기, 남산 청소년 글짓기, 세종대왕글짓기 등 공공기관이나 회사에서 실시하는 글짓기 대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면 엄기원 선생님이 심사위원으로 계시는 때가 많았다. 언기원 선생님은 "배화의 아이들이 글을 참 잘 써요."라고 칭찬하시고 가시면 으레 우리 학생들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많이 뽑혔다. 

  엄기원 선생님과의 만남이 더욱 깊어진 계기는 세 번째 시집으로 육아시집 <아가야 사랑해>를 출간하였는데, 당시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으로 계시던 엄기원 선생님께서 서문을 써주셨다. "신호현 시인의 육아시를 읽어보면, 진실로 아기를 몸과 마음으로 사랑하면서 건전하게, 즐겁게, 그리고 정서적으로 키우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문학이 갖는, 시가 갖는 중요한 기능이 됩니다. 진흙탕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 올리듯이 시는 인생의 꽃이 됩니다."

    네 번째 시집으로 <선생님은 너희를 사랑한단다>를 출간해서 한 권 보내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스승'이라는 시를 붓글씨로 써서 보내주셨다. 어찌나 감사하고 감동했는지 액자에 표구를 해서 안방에 걸어놓았다. 매일 아침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면서 원시인의 마음을 다지는 시로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셨다. 사범대학을 졸업하시고 초등학교 선생님을 지내셨다니 아마 원시인을 바라보시는 눈빛도 더욱 따뜻하셨다. 

 

 

    이 황량한 시대에 어린이를 사랑하시고 문학을 사랑하시어 아동문학 외길을 걸어오신 엄기원 선생님은 아동문학세상의 선구자이시다. 150여권의 책을 집필하시어 출간하신 열정 가득하신 선생님은 삶을 진솔하고 정직하게 살아오신 어린이들의 할아버지, 아동 문학인들의 아버지 같으신 분이다. 가지신 것 넉넉하지 않았음에도 늘 베푸시는 삶을 살아오셨고, 근엄하신 품위를 잃지 않으시면서도 유머 감각이 뛰어나신 웃음 넘치는 선생님.

    요즘 사랑하고 존경하는 엄기원 선생님께서 몸이 편찮으시다는 소식을 들었다. 따뜻한 차 한 잔, 식사 대접도 못해드렸는데 아프시다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동안 '아동문학세상'을 출판하실 때마다 보내주시고 지난번에 '전세중 동요 노랫말의 문학적 가치'라는 긴 글의 아동문학 평론을 2회에 걸쳐 실어주시기도 하셨는데 지면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인사를 올린다.

    힘들어도 꿋꿋이 이끌어 오신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도 문단의 믿을 만한 후배이신 홍성훈 이사장님께 인도하셨으니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오직 건강관리만 잘하셨으면 좋겠다. 홍성훈 이사장님은 '한국아동문학'을 잘 이끌어 오셔서 그 성실성과 명성이 문단에 자자하고 그 열정 또한 대단하신 분이다. 뒤에서 사무총장으로 뒷받침해 주는 박명정 시인도 꼼꼼하고 필력이 좋으신 분이다. '한국아동청소년문학협회'가 문단에서 더욱 번성하여 한국의 많은 아동문학가들의 큰 집이 되길 바란다.

    원시인은 명색이 시인이니 한 편의 시로써 엄기원 선생님을 노래하며 선생님의 건강을 기원드린다

 

항아리 선생님 엄기원

 

둥글둥글 투박하지만

햇빛 드는 뒤뜰에 수줍은 듯

둥글게 앉아 천년 웃음짓는

항아리 선생님 엄기원

 

항아리 속 무엇 들었을까

마음속 물음표 솟을 때마다

뚜껑 열어 지혜 쌀 한 사발

맛깔스런 유머 한 숟갈

 

인정 가득 퍼주는 쌀항아리

깊은 그리움 품은 장항아리

아이 웃음 가득 웃음항아리

아동문학 샘솟는 글항아리

 

퍼내도 줄지 않는 정항아리

무궁한 꿈 키우는 꿈항아리

항상 마르지 않는 샘항아리

갈수록 깊어지는 사랑항아리

 

 詩 원 시 인

2025.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