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동문학 당선소감] 한아문 시상식
제목: 다시 어린이다
어렸을 때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막상 어른으로 살려니 순수했던 어린이의 마음이 그리워졌다.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사는 것보다 정직하고 순수하면 눈치를 안 봐도 될 일이고, 예쁘게 보이여고 화장하고 차려 입던 예절에서 화장도 안하고 차려 입지 않아도 덜 흉이 되는 모습으로 살고 싶다. 붉은 것을 '붉으스름하다'고 하지 않고 '붉다' 말하고, 푸른 것을 '푸르스름하다'고 하지 않고 '푸르다'고 하며 살고 싶다.
나이 들면서 기억력이 떨어져 이름도 단어도 잘 기억나지 않다가 심지어는 치매에 걸려 가족까지 잊고 사는 모습을 누가 책망하랴. 어차피 우리가 어려서 그리 살아오지 않았는가. 다시 어린이가 되고 다시 아이가 되는 일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본향으로 향한 날개짓이다. 스스로 어린이가 되지 않으려 어른인 척 살려는 '고집'이 가족과 이웃을 불편하게 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동시를 쓴다는 것은 다시 어린이가 되어 세상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이이다. 눈은 흐려져도 세상을 맑게 바라보는 노력이 글이 되고 시가 된다면 굉장한 축복이다. 어른 시만 해도 얼마나 기교를 부리느라 애써 왔는가. 비유와 상징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정작 제대로 된 작품 하나 못 남겼다. 명작의 정점을 75세라 한다면 이제 이순(耳順)도 채 안된 어린이는 아주 어릴 적에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려 '다시 어린이'가 되는 발걸음을 뗀다. 언제나 앞서 이끌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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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
아빠 어깨 위에
신나는 아가 세상
아빠보다
더 멀리 보라고
더 많이 보라고
무릎 곧게 세우네
굽은 허리 활짝 펴고
발끝을 곧추세우는
아빠의 소망
듬직하고 커다란
아가만의 새 세상
아빠 어깨 위에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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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설
사람들은 왜
귀여운 아기를 보고
아가라 부를까
아가!
악(惡)아!
부르고 또 불러도
정말 이상해
차라리
귀여운 아기를 보고
서나! 선(善)아!
이렇게 부르면
온 세상
모든 사람들이
더욱 착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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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1)
- 타잔
놀이터에서
마구 뛰는 우리들은
타잔이 된다
아아아 아아아
코끼리도 부르고
사자도 달려온다
빙글빙글 정글숲
아아아 아아아
겁없는 친구들이
정글숲 마구 뛴다
즐겁게 소리친다
놀이터는
항상 신나는 세상
타잔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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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에서(2)
- 어른 놀이터
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는 없을까
그네도 높이고
시이소 크게 하고
미끄럼틀 길게 하면
어른들 함께 모여
모래성도 쌓아 보고
널뛰기 씨름도 하면
술집 없어도 되고
온 가족 함께 모여
빙글빙글 지구본 가족
왜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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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의 눈물
어제 오후
계곡에서 잡았던
메기는 밤새 울었어요
메기의 눈물은
하늘에 닿아
자정부터 비가 내렸어요
울타리를 넘어
다시 계곡으로
다시 강으로 가고픈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텅 빈 그릇엔
메기 눈물만
가득 고였어요
밤새 빗소리가
계곡으로 메기를
데려 갔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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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의 나리꽃
깊은 산골
졸졸 흐르는 계곡
커다란 바위 위에
누가 심었을까
숲 속에 나리꽃
가느런 몸매
삐이쭉 자라나
활짝 웃음 피워 놓고
흔들흔들 춤을 추는
숲 속의 나리꽃
엄마 따라
아빠 따라
피서 왔다가
계곡이 좋아서
바위가 좋아서
길을 잃어 혼자된
숲 속의 나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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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 왕자
무지개를 타고서 할머니댁 찾아가면
물감을 칠한 듯 빨간 저녁노을 사이로
은빛보다 더 곱게 반짝이는 커다란 별님
내 마음에 들어와 앉은 왕자님 별님왕자
까만 밤하늘 어둡다고 노란 등불 들고 나와
별나라 밝히며 오늘도 다정히 나를 반겨 웃네요
꿈마차를 타고서 할머니댁 찾아가면
먹물을 칠한 듯 까만 밤하늘 사이로
금빛보다 더 곱게 반짝이는 커다란 별님
내 가슴에 찾아와 앉은 왕자님 별님왕자
까만 밤하늘 어둡다고 노란 등불 들고 나와
별나라 밝히며 오늘도 다정히 나를 반겨 웃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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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현 약력
1999년 교단문학 신인상(시)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회원
한국대경문학 이사, 종로문협 감사
종로문학상 성천문학상 타고르문학상
시집 “통일이 답이다” 외 7권
현재 배화여자중학교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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