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세상/◈글모음◈

[평론]김정숙 화가의 그림 들여다보기

원 시 인 2025. 1. 27. 11:08

[평론]

김정숙 화가의 그림 들여다보기

 

 

 

 

    우리가 그림을 들여다보는 두 개의 거울이 있다. 하나는 ‘사실’인요, 다른 하나는 ‘이상’이다. 서양 미술사의 흐름을 보면, '사실 중심'인가 '이상 중심'인가에 따라 시술사의 흐름이 달라졌다. 살펴보자면 고전주의(사실)→낭만주의(이상)→자연주의, 사실주의(사실)→상징주의, 초현실주의(이상)의 흐름으로 흘러왔다.

    처음에 고전주의 화가들은 실물을 보고 그림으로 똑같이 그렸다. 화가들이 얼마나 똑같이 그림을 그리느냐가 목표였다. 똑같지 않으면 실력 없는 화가요, 실물과 거의 똑같아야 우수한 화가라 했다. 물론 플라톤은 그림이 아무리 똑같아도 그림일 뿐이라며 ‘예술추방론’을 외치기도 했다.

    낭만주의 화가들은 고전주의 화가들의 실물과 똑같은 그림에 반기를 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점과 선에 변형을 주기 시작했다. 빛을 점으로 찍든지 선으로 그리든지 서서히 변형을 추고했다. 실물과 같은 것은 진부하다. 새로운 변형을 추구하자. 우리나라에도 박수근 화가는 물감을 풀에 섞어 못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예술에서 비로소 ‘개성’이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고전주의처럼 똑같은 것은 개성이 없다. 예술은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상을 표현하되 자기만의 기법으로 표현하는 힘을 강조했다. 유럽의 예술을 변화시키는 힘을 ‘개성’이다. 작품을 보면 '누구의 그림이다'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게 그렸다.

    고전주의 화가들은 누가 누구의 그림인지 잘 모르지만, 낭만주의 화가들은 같은 대상을 그려도 누구의 그림인지 기법이나 화풍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워낙 유명해서 잘 알려졌지만 다른 작가들은 작가보다 그림이 더 알려지는 경우가 많다. 낭만주의 화가들은 그림 속에 자신을 반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김정숙 화가의 5작품 중 처음에 ‘자작나무 숲’을 보면, 멀리서 보면 자작나무 숲을 멋지게 그렸다. 사실처럼 감동을 줄 것이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서 볼수록 나무가 번지고 줄기가 흐려지고 잎들은 뭉개져 있다. 처음부터 가까이 보았다면 아이가 그린 것인지 훌륭하 화가가 그린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훌륭한 화가는 가까이서 멀리 보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시력에서 원시를 생각하면 먼 그림은 잘 보이고 가까울수록 흐려지는 현상과 같다. 화가는 가까운 세상에서 먼 세상을 그리고 있으니 현실은 서로 얽히고 섞여 혼돈의 세상 같지만 멀리 보면 아름다운 감동이다. 부부도 가까이 보면 얽혀져 있지만 멀리 보면 얼마나 고맙고 아름다운가.

    김정숙 화가 그림의 두 번째 특징은 평면과 입체의 대비이다. 일반적으로 화가는 평면에 그림을 그리다보니 입체를 살리려 원근감 있는 구도로 그림을 그리거나 그림자를 넣어 입체감을 살렸다. 그럼에도 입체감을 살리기 힘든 화가들은 물감을 덕지덕지 붙여 그림으로써 입체감을 나타내다 보니 그림의 질감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림을 만져보지 않아도 그림을 만지는 듯한 느낌, 질감이다. 입체감을 살리려 했는데 결국 그림과 독자가 하나가 되는 느낌을 준다. 나무가 말을 하고 잎들이 엉켜 사랑을 한다. 나무와 나무가 뜨거운 사랑을 하고 그 느낌이 독자에게 와닿는다. 나무인지 줄기인지 잎인지 서로 뭉그러져 ‘우린 자작나무 숲이에요’라고 외치는 듯하다.
    그 재료가 물감도 되고 톱밥도 된다. 심하면 돌을 붙이고 잎을 붙인다. 아름다운을 연출하려고 돌가루에 물감을 섞고 구슬을 붙이기도 하며 다양한 재료로 질감을 높여 개성을 나타낸다. 필자는 이처럼 질감이 살아난 그림을 좋아한다. 평면에 그린 그림은 쌀쌀한 느낌이지만 질감을 살려 그린 그림은 따뜻한 느낌이다. 그 화가와 대화를 하면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행복할 것 같은 느낌이다.(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