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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밭을 매며(詩 신호현)

원 시 인 2012. 11. 26. 10:29

 

콩밭을 매며

 

 

 

한여름 땡볕

허리를 구부리고

무릎 꿇고 엉거주춤 앉아

풀속에 콩밭을 맨다.

 

척박한 이 땅에 너희 심어놓고

물 한번 거름 한번 주지 않아도

연둣빛 잎을 틔우는 너희들아

하이얀 꽃을 피우는 너희들아

 

너희가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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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갈아지고 다시 뭉쳐

밥 상 위 반찬이 될 너희들아

 

비록 작고 여리나

너희는 이 땅의 노래이며

너희는 미래의 희망이 되리니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는구나

 

푸르게 제 멋에 웃자란

바랭이 쇠뜨기 잡풀들이

너희보다 튼튼한 뿌리로

너희 수분 양분 침노하기에

 

나는 콩밭을 매며

붉은 땀을 흘릴 것이며

지칠 줄 모르는 폭염으로

거미처럼 검게 늙어가리니

 

행여 콩으로 자라

잡풀보다 못하지 말고

콩으로 금빛 세상 만들어

농부의 미소 하늘에 띄우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