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세상/◈글모음◈

원시인은 왜 통일시를 쓰는가

원 시 인 2014. 1. 14. 23:52

원시인은 왜 통일시를 쓰는가

 

 

    어떤 이는 원시인에게 묻는다. 왜 통일시를 쓰느냐고! 혹자는 이상하다고 하고, 혹자는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런다고 통일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통일시를 쓰느냐고 묻는다. 그는 백범 김구에게 가서 왜 독립을 외치냐고 할까? 안중근에게 가서 왜 사람을 죽이냐고 할까? 유관순에게 가서 가만히 있지 왜 독립을 외치냐고 할까? 그런다고 독립이 되느냐고 물을까?

   난 그럼 뭐하느냐고 반문한다. 50이 넘은 지천명의 나이에 저녁을 먹고나면 무엇하느냐고 묻는다. 통일시를 쓰지 않는 당신은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그는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한다. TV를 보면서 쉰다고 한다. 낮엔 일했으니 저녁엔 쉬는 것이 당연하다고 한다. 그는 쉴 새 없이 TV를 볼 것이고, 운동을 하고, 취미 생활을 할 것이다. 그리고 잠을 일찍 잘 것이다.

   난 집에 TV도 없다. 늙었는지 잠도 잘 오지 않는다. 그냥 TV를 보고 있으면 시간이 낭비 되는 것 같아 몸이 꼬인다. 영화를 볼 때도 있지만 늘상 영화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책을 볼 때도 있지만 늘상 책을 볼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잠을 잘 때도 있지만 늘 상 잠만 잘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멍하니 앉아 있을 수도 없고, 항상 부지런히 운동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통일시를 쓴다. 교사로서 [선생님은 너희를 사랑한단다] 의 학창시도 두 권이나 써 봤다. 지하철 매니아로 출퇴근하면서 [지하철 연가]도 써 봤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육아시 [아가야 사랑해!]도 써 봤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또다시 학창 시집을 쓰는 것도, 육아시를 쓰는 것도, 지하철 시집을 쓰는 것도 별 의미를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통일시를 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북한의 아이들 생각이 떠오르고, 밥을 배부르게 먹으면 북한의 아이들 생각이 떠오르고, 우리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 북한의 아이들 생각이 떠오르고, 나의 제자들이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갔다 해도 북한의 아이들 생각이 떠오르고, 좋은 곳에 취직을 했다 해도 북한의 아이들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서 통일시를 쓴다. 통일이 거대한 괴물처럼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고, 그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고, 그 우렁찬 함성이 들려온다. 때론 바람으로 불어오고, 때론 빗물로 내린다. 때론 바윗덩어리로 산책길에 서 있고, 때론 나무로 친구처럼 웃는다. 때론 산새들의 지저김으로 들려오고, 풀잎들의 속삭임으로 들려온다. 때론 구름처럼 춤추며 날아오고, 때론 천둥처럼 우르르 괴성치며 다가온다.

    그래서 통일시를 쓴다.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려 해도 통일시가 써지고,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일기를 쓰려 해도 통일시가 써진다. 소설을 한 편 쓰고 싶어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면 통일시가 써지고, 지나온 삶의 편린들을 수필로 쓰고 싶어 펜을 들어도 통일시가 써진다. 신문에 북한 소식만 들어도 통일시가 써지고, 이웃 사람들이 북한 이야기만 해도 통일시가 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