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시]
반딧마을 신선들
서울에서 50분 날개 달고 달렸다
양평 서종 명달리 반딧마을에서
태초 먹거리 유기농을 만났노라
요리 전문가가 아니라도 좋다
주말 꿈별장 저마다 솜씨 만나는
정겨운 웃음 도란도란 만났노라
냄비 속 닭가슴살 브로컬리 만나면
입맛 쏙쏙 닭가슴살 샐러드가 되듯
외로운 사람 이웃 만나 나눔이 된다
보리떡가루 팥 완두 강낭콩 만나
오븐 속 막걸리 입김으로 익어지면
구수한 빵이 된다 달콤한 떡이 된다
누가 신선들의 삶을 부러워하는가
맑은 공기 속 풀벌레 새소리 들으며
마주보고 떡을 떼었노라 차를 마셨노라
詩 신 호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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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칼럼]
양평 서종 반딧마을 신선들
나누려 하면 저마다 신선이 되고
쟁취하려 하면 저마다 늑대가 된다.
지난 황금연휴 기간 서울에서 구청장을 하시다가 퇴임하신 분의 초대로 모두 해외로, 시골로 떠나 한가한 근교길을 달려 양평 서종마을을 찾아갔다. 언론에선 추석연휴 기간 100만 명 이상 해외로 나갈 것이라 했지만 해외보다는 오래된 지인을 찾아뵙는 것이 더 뜻깊은 일이었다. 서울 잠실에 아파트를 두고 양평에 별장을 짓고 부부가 함께 주중과 주말의 이중생활을 즐기시는 모습은 직장생활을 하는 서민들의 모망이다.
평소 알고 가까이 지내는 반딧마을 사람들 태초 먹거리 잔치에 함께 초대를 받고 미생물학자로 저명하신 류 박사 댁으로 갔다. 밤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등 가을 열매가 풍성하고 이름모를 가을꽃들이 화려한 숲 속에 집에는 태초 먹거리를 즐기는 가족들이 모였는데 7~8가정 20명 정도이다. 요리 전문가는 아니지만 모 대학 교수님이 재능 기부로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누며 닭가슴살 샐러드, 보리빵과 찹쌀떡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농약 없이 키운 채소들과 식재료들을 사용하여 저마다의 솜씨로 만든 유기농 음식을 한두 가지씩 가져와 식탁에 펼치니 순식간에 부페가 되었다. 사람들은 동그랗게 둘러앉아 한 사람씩 나와 자신이 만들어 온 음식 재료와 음식 만드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했고, 모인 사람들은 박수를 쳐서 감사를 표했다.
준비된 음식을 먹기 전에 한 쪽에서는 각자 가져온 경매 물품을 전시했다. 꼭 필요하다 싶어 물건을 사두었으나 평소 안 쓰는 물건 중에 쓸만한 것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경매를 붙여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쓰는 행사이다. 경매 물품 탁자에는 오래된 족자그림 등 예술작품, 주방용품, 생활용품, 도서 등 다양했고, 직접 만든 견과류나 식초까지도 있었다. 경매 물품 역시 가져온 사람이 가져오게 된 동기나 출처 등을 직접 설명했다.
청장님의 주선으로 천원에서 시작하여 만오천 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경매를 붙였다. 경매 문화에 낯선 필자는 책 두 권을 얼떨결에 내놓고 삼천 원씩 육천 원을 벌어 모임에 기부하고, 들깨 강정과 식초를 샀다. 경매가 끝나고 부페식을 즐기며 경매 물품 이야기도 하고,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들 웃음 사이로 오븐에서는 구수한 보리빵과 찹살전병이 계속 익어갔다.
음식을 다 먹고 설거지를 서로 손 모아 하고 모든 물건을 원위치하니 어수선한 집안이 금새 다시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필자는 즉흥시를 지어 낭송을 했다. 제목은 '반딧마을 신선들'이다. 서울에서 50분 날개 달고 달렸다 / 양평 서종 명달리 반딧마을에서 / 태초 먹거리 유기농을 만났노라 // 요리 전문가가 아니라도 좋다 / 주말 꿈별장 저마다 솜씨 만나는 / 정겨운 웃음 도란도란 만났노라 (중간 생략) / 누가 신선들의 삶을 부러워하는가 / 맑은 공기 속 풀벌레 새소리 들으며 / 마주보고 떡을 떼었노라 차를 마셨노라.
필자는 반딧마을 사람들 속에서 '나누려 하면 저마다 신선이 되고, 쟁취하려 하면 저마다 늑대가 된다.'는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 그동안 서울에 살면서 도전하고 쟁취하려 얼마나 많은 밤을 늑대처럼 뜬 눈으로 지샜는가. 물건을 사서 쓰든 안 쓰든 쌓아 놓을 줄만 알았지 나눌 줄은 몰랐다. 음식을 만들어 냉장고에 터지도록 채울 줄만 알았지 나누는 방법을 몰랐다. 대학생, 고등학생 아이들은 좀처럼 같이 다닐 시간도 없었는데 연휴를 맞아 따라나선 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는지 서울로 달리는 저녁 어둠 속에서 맑은 공기를 들이키며 "안 따라 왔으면 큰일날 뻔했네요!"라고 했다.(詩人신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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