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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누가 영화 '남한산성'의 주인공인가(글-신호현)

원 시 인 2017. 10. 9. 06:47

[영화비평]  '지상의 별처럼'을 보고   

 

  누가 영화 '남한산성'의 주인공인가

  

 

    최근 영화 '남한산성'을 봤다. 김훈 작가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했다. 김훈 작가를 2005년 한국일보 문학인의 밤에서 같은 탁자 옆자리에 앉았는데 당시 원작소설 '칼의 노래'를 드라마로 연출한 '불멸의 이순신'이 대작으로 상영중이어서 인기가 많은 작가였다. 그는 몇 개월 칩거상태에서 막 탈고를 하고 출판사에 소설을 넘겼는데 그것이 '남한산성'이었다. 이를 악물고 쓴탓에 이가 모두 풍치로 떠서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는 말에 그가 얼마나 정성과 열정으로 이 작품을 썼는지 짐작케 했다.

    책으로 읽었을 때보다 영화로 보니 그 현장감이 있어 더 가슴을 조리게 했다. 남한산성은 주말이면 자주 오르내리는 산성이라 영화의 장면 속에 이미 함께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마치 필자가 인조와 함께 남한산성에 갖힌 기분으로 영화를 봤다. 북한의 핵실험과 전쟁 위협 속에 한반도에 갇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 우리는 '남한산성'에서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알고 돌파구를 찾는 지혜를 얻어야 할 것이다.

    영화 '남한산성'은 지금으로부터 400여 년 인조 14년에 병자호란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중국에 떠오르는 청나라와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준 명나라 사이에서 우리 조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를 묻는 영화였다.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조판서 ‘최명길’과 청의 치욕스런 공격에 끝까지 맞서 싸워 대의 명분을 지켜야 한다는 예조판서 ‘김상헌’ 사이에서 인조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필자는 영화를 보면서 과연 '작가는 누구의 주장을 바탕으로 이 소설을 썼을까'가 궁금해졌다. 결국 누가 영화의 주인공인가를 아는 것이 그 답을 아는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영화는 전반적으로 '최명길'을 주인공으로 두고 있다. 즉 죽음에 직면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명분'보다는 '살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을 만들어 한반도를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북한 지도부와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핵을 막고 국제 평화를 지켜야겠다는 미국 사이에서 무기력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 갖힌 대통령과 온 국민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청나라의 '용골대'는 북한 지도부인가 미국 대통령인가.

    먼저, 주인공이 '최명길'이라면 우리는 적화통일을 꿈꾸는 북한 지도부보다는 우리의 살길을 열어주는 우리의 동맹국 미국에 편에 서서 '살길'을 도모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오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이니 전쟁을 막아야 한다.  북한 지도부와 대화의 길을 열고 평화통일의 문을 두드리는 한편, 우방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긴밀한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다음으로, 주인공이 '김상헌'이라면 핵 위협을 도모하는 북한 지도부와는 대화의 여지는커녕 전쟁을 불사하더라도 미국이 제안하는 선제공격과 참수작전에 적극 나서서 한반도의 적화통일과 핵 위협을 영원히 제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행동하기에는 우리 군사는 물론 백성들에게 큰 희생이 따를 것이고, 어쩌면 대한민국이 멸망으로 가는 것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가는 결국 김상헌을 자결로 처리함으로서 김상헌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표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누구인가. 예조판서 김상헌이 믿었던 희망의 전사 '날쇠'(고수 역)는 아닐까? 비록 영화 속에 가공인물이지만 갇힌 한반도의 상황을 구원할 구원병에게 인조의 격서를 보내기 위해 목숨을 거는 용병. 어쩌면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지는 않지만 미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운명을 구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을 보이지 않는 하나하나의 '애국자'들의 주인공은 아닐까.

    아니면 할아버지를 잃고 오갈 데 없지만 한겨울 추위가 몰아치는 남한산성에서 민들레가 피는 봄을 맞아 친구들과 놀기 위해 달려 나가는 새 희망을 소녀 '나루'. 즉 핵이 터지든, 전쟁이 나든 일개의 소시민으로 어찌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기에 그저 주어진 일터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주인공은 아닐까. 죽이면 힘 없이 죽는 것도 우리 백성들이지만 다시 일어나 나라를 세우고 자유와 평화를 일구어 나갈 새 희망의 '나루'가 주인공은 아닐까.  

    김훈 작가가 이를 악물고 썼다는 원작 소설 '남한산성'과 이를 영화로 만들어 이 어려운 시대에 메시지를 주고자 했던 황동혁 감독이 겉으로 표방했던 주인공과 숨겨진 주인공을 잘 찾아낼 수 있다면 '나는 살고자 한다.'는 인조의 고민과 갈등을 끝내고 '삼전도 굴욕'의 치욕을 맛보지 않고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나간 역사는 비록 죽음을 피하는 대신 치욕의 역사를 남겼지만 우리가 쓰는 이 시대의 역사는 '치욕'도 '비극'도 아닌 평화적 통일로 '화합'과 '상생'의 역사를 써 나가길 바란다.(신호현 詩人)

 

 

 

https://youtu.be/MfM6vXgg_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