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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3가(종로3가)

원 시 인 2010. 3. 18. 05:24

                                                       존나 3가
 

   지하철은 나의 출근 수단이다. 거여동에서 학교까지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출근하는데 지하철이 45분은 지하철을 탄다. 그런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는 많다. 지난 두 번째 시집 [지하철 연가(戀歌)]는 그런 에피소드를 시로 써서 출간한 것이다.

   오늘도 아침에 자리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는데 청구역 쯤에서 여학생 둘이 탔다. 그들은 내 앞에 서서 자기들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십수 년의 교직 경력으로 그들의 차림새를 보아하니 그 학생들은 고등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이고 제법 멋을 한껏 부린 것을 보니 실업계 학생인 듯했다.

   그런데 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말끝마다 '존나'를 연발하는 것이다. 어쩜 그리 둘이 죽이 잘 맞는지 이 학생이 '존나'를 하면 저 학생이 '존나'하고 '존나'라는 말이 그 학생들 말에 대부분인 듯했다. 다른 사람들은 못 듣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국어 선생이어서 그랬을까.

   그 학생들이 '존나'의 어원을 알기나 하고 있는 것인가? '존나'는 남성의 성숙한 성기를 뜻하는 '옺'에 '나다'라는 의미가 붙은 합성어이다. 즉, '옺나다'->'옺나'->'존나'->'졸라' 이렇게 변형되어 사용되는 말이다. 본뜻은 '옺나다' 즉 남성의 성기가 성숙하게 되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비속어로는 성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좀더 깊은 뜻으로 접근해 보면 '옺(물) 나다'라는 뜻으로 사정을 뜻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존나'는 단순히 '되게', '많이', '매우'라는 의미의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뜻을 가지게 되는 뜻은 바로 후자의 의미가 강하다. 이런 뜻을 가진 '비속어'인지 알기나 한다면 창피해서라도 안 쓸 텐데 그 자리에서 가르쳐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난 그들을 올려다 보았다. 내 눈빛 속에는 적잖이 그들을 꾸짖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런데 짧은 순간 나와 눈빛이 마주쳤음에도 그 여학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지껄여댔다. 난 머릿속에서 '존나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다. 다른 말들은 매 머릿 속에서 다 사라져 버리고 '존나'라는 단어만이 점점 커져서 내 머릿 속을 꽉 채우기 시작했다.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그 학생들을 향해 말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내방송이 들렸다.


   "다음 내리실 역은 '존나 3가', '존나 3가!' 1호선과 3호선으로 갈아타실 분은 오른쪽 문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얼른 일어나 쫓기듯 내리고 말았다. 이 시는 엣날에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시로 써서 [지하철 연가]에 담은 시 중 하나이다.


 

핸드폰(4)


 

아침 출근 시간

여학생 둘이서

왕큰 목소리로 떠든다


주위는 아랑곳없이

‘옺나게 재수 없어’

말끝마다 남발하며


책을 보아도

잠을 자려도

신경 쓰여 화가 났다


난, 오지 않은

핸드폰을 꺼내

왕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 여보세요 

밤 세 시까지 일 마치고

지하철에서 잠 좀 자려는데

옆에 여학생 둘이서

옺나게 떠드는 거 있지

재수 없게…


 

# 여기서는 '옺'으로 표기하였음(부끄럼탈락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