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리 어머니의 독백
그럴 순 없지
그래선 안 되지
제 형제의 목숨 빼앗고
제 살을 깎아 먹는 일
어머니는 잠버릇처럼
입술을 조물조물거렸다
괴로운 게지
제 홀로 서기 힘든 게지
남을 괴롭히고 죽여내서야
괴수들의 원수가 되는 것을
천하에 알리고 싶은 게지
아직 미명이었다
밤 새우는 독백이었다
그 날에도 그랬지
네 아비가 어디론가 떠나고
네 형제가 땅 속에 묻히던 날
지옥처럼 포성이 울렸지
백발의 어머니는
초점 없는 눈빛을 허공에 던졌다
두 형은 일하다
직격탄에 맞아 비참히 죽었지
네 동생들은 군인으로 죽었고
다른 형제들은 빗발같은 포탄에
평생 끌어 않을 상처를 품었지
어이없는 어머니는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게 아니여
그렇게 사는 게 아니여
저 살자고 남 죽이면
제 가족도 죽이게 되고
결국 제 심복에게 죽는
역사를 왜 모른단 말여
난 우리 반
그 녀석들을 생각했다
결손 가정에서
이복으로 불우하게 자라
제 외로움 이기지 못해
관심 받고 싶은 마음에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들
잊으려 했던 어머니는
포성소리만 들으면 발작했다
같은 반 친구끼리도
돌을 마구 던져 피터지고
싸우다 팔 부러뜨리는 아이들
친구가 아파 울고 있어도
반성할 줄 모르는 녀석들
어머니의 눈은
우리 반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아이들 때리지 마라
벌하지 말고 용서하라
햇빛으로 키우던 아이가
등 뒤 배반의 칼 꽂는 게지
어머니의 고향
연평리는 불바다가 되었다
2010. 11. 23 詩 신 호 현 사진출처 : 민중의 소리
故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의 희생을
애도하며 명복을 빕니다.
남은 가족과 아픔을 함께하고자 시한편 올립니다.
참사랑 : http://cafe.daum.net/truedu/DMH/153022
기간제 : http://cafe.daum.net/giganjedamoim/CcrH/79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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