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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교육]거꾸로 가는 교원정책(신호현詩人)

원 시 인 2020. 11. 29. 14:23

[에듀프레스] 원시인의 敎育樂書

[원시인의 교육樂書] 거꾸로 가는 교원정책 - 에듀프레스(edupress)

거꾸로 가는 교원정책

 

    얼마 전에 친구가 초등 교감이 되어 축하 방문을 갔다. 서울 근교 경기도 초등학교인데 학생수가 급감하여 전교생이 72명이고 한 학급에 12명 내외란다. 교사수는 25명 내외라는데 친구 교감의 말로는 학교가 천국처럼 아이들도,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발령을 받은지 1달도 안 되어 전교생 이름을 다 외우고 선생님들이 다른 학년을 맡아도 이름은 물론 행동 특성을 파악하여 서로 연계지도가 가능하다고 한다.

 

    요즘 교육계에는 교총과 전교조가 한 마음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입법 추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에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28명을 기준으로 서울 교사 신규 채용인원을 초등 558명, 중등 570명 등 1128명이 올해 감축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내년 773개 학급이 줄어드는데 전국적으로 31명 이상의 과밀학급이 3만 개나 된다고 한다. 더구나 2020년 7월 23일 교육부 발표에서는 2022년까지는 학급당 학급수를 OECD 평균에 맞추기 위해 줄이지 않겠다고 발표한지 4개월 여만에 번복한 발표라 더욱 놀라운 사실이다.

 

    우리가 중학교 다닐 때는 72명이 한 학급에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30년 전 교직에 첫발을 디뎠을 때 학급당 60명을 정원을 생각하면, 현재 28명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매우 이상적인 학생수일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중학교 OECD 평균이 23.3명이기에 우리나라는 한참 뒤떨어진 기준으로 정책을 펼치는 셈이다. 평균이 23.3명이라면 이보다 앞서가는 선진국들은 이미 20명 미만의 학생수를 확보하여 교육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교사 신규 채용 인원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학급당 학생수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30년 전 대학에서 교육학을 공부할 때도 강의식 수업보다는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일제식 수업보다는 수준별 수업을 강조했는데 학급당 72명에서 28명으로 떨어진 지금에도 교실에서는 여전히 강의식 수업이 이루어진다. 교육학 이론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학급당 학생수가 많아 교사로 하여금 강의식 수업을 벗어나 다양한 수업을 도입할 수 있는 여건이 확립되지 않을 것일까.

 

    필자는 학급당 학생수가 8~12명이 가장 이상적인 숫자라고 확신한다. 4명 씩 2모둠 또는 3모둠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실을 절반으로 나누어 교사 1인당 1교과 교실을 확보하여 전면 교과교실제로 운영되어야 한다. 한동안 교과교실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겠다고 학교별로 수십 억을 투자하고 연구 성과도 냈지만 많은 학교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이유도 역시 학급당 학생수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PBL 수업, 프로젝트 발표수업, 협동학습, 거꾸로 수업, 액션 러닝 등 다양한 수업방법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교 현장 수업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데 그 원인은 역시 학급당 학생수이다.

 

    혁신학교를 운영하여 교사들이 학생중심으로 만들어 가는 학교, 학생들이 스스로 활동에 참여하여 즐거워하는 학교, 학부모가 학교교육에 참여하고 만족도가 높은 학교를 만들어 가려는데 좀처럼 바뀌지 않는 브레이크는 역시 학급당 학생수다. 아일랜드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어 도입한 자유학년제가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지 못하고 기본 학력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하는 것이 학급당 학생수다. 코로나 19의 팬데믹 현상 속에서도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교육 선진 국가는 정상 등교, 정상 수업을 실시해 왔고, 학력격차 해소의 전형적인 길을 걸어왔는데 우리나라는 온-오프라인 블랜디드 러닝으로 헤매는 이유도 학급당 학생수다.

 

    2025년 고교학점제로 가는 것이 맞다면 학급당 학생수를 28명으로 고집할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 선진국에서는 복수 교사, 팀티칭, 보조교사 지원 수업을 늘리고 있다는데 우리는 교사수를 감축하고 있다는 말인가. 학급 담임 업무, 행정업무 과다로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데 학교 현장의 목소리는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말인가. 코로나 19보다 더욱 심각한 전염병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데 학생 간 2미터를 확보하지 못하는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지 않고 교사 신규 채용 인원을 감축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대통령 공약으로 공무원을 80만 명 늘려 청년 일자리를 늘린다는데 유독 교사 신규 채용인원을 줄이려는가. 평화적 통일의 분위기를 살려 통일이 되면 빠른 기간 안에 교육 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교사들을 북한 지역에 보내고 양질의 교육 컨텐츠를 보급하려면 현재 임용되지 않은 고급 교사 인력을 확보해야 함에도 청년들을 절망적 상황으로 내몰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1학급 2교사제를 운영하여 통일 대비 교사수를 확보하는 지혜는 내다보지 못한단 말인가.

 

  가뜩이나 20여 년 전 비정규직을 승인하여 학교현장은 2030 젊은 청년들이 기간제 교사로 떠도는 영혼이 되었다. 어딘가에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결혼도 하고 집 장만도 하고 아들딸 낳으며 중산층을 형성할 것인데 3분의 1을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들이 12월만 되면 불안하여 떨고 있는 학교현장을 들여다보라. 학급당 학생수 10명 내외는 비정규직 청년들을 위해서, 통일 대비 북한교육 평등을 위해서,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과 4차 산업혁명 인재양성을 위해서 미래를 위한 탁월한 기준이거늘 왜 교육부에만 들어가면 근시안이 되는가. 제발 백년지계(百年之計)는 못하더라도 '거꾸로 가는 교원 정책'은 펼치지 말아야 한다. 2030 청년들이 불쌍하지 않은가.

 

신호현 詩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