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교육신문] 에듀프레스 신문 원격시스템 구축 안하나 못하나(에듀 20.8.30)
원격시스템을 구축하자(울산 20.3.19) 미래교육환경 구축하자(울산 19.11.7)
원격수업에 따른 학습격차 해소 방안
'비긴급성'이라는 말이 있다. '긴급한데 실제로는 긴급하지 않은 성질'이다. 가령 독서는 학습에 가장 선행되어야 할 긴급한 것이지만 정작 학습할 때 국영수보다 독서를 긴급하게 여기지 않는다. 교육은 나라를 바로 세우는데 긴급한 영역이지만 정작 나라를 유지하고 이끌어가는 지도자들에게 교육은 긴급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에 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이구동성이지만 경제, 국방, 외교보다 긴급하게 여기지 않는다.
지난 1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경제, 국방, 외교, 코로나 방역은 긴급한데 교육은 별로 긴급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EBS 황대훈 기자가 코로나로 인한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격차 해소방안을 질문했을 때, 문 대통령은 학력격차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최대한 빨리 코로나를 극복하여 대면수업을 회복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라는 대답은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답이 아니기에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나 학생, 학부모들은 실감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공부보다 건강이 우선되기에 코로나 방역 2.5단계, 3단계를 우려하면서 교육부의 비대면 원격수업 조치에 철저히 순응해 왔다. 역사 이래로 3월 개학을 실시하지 못하고 5차례 개학을 연기하면서 4월 중순에야 개학을 단행하였고, 3분의 1 등교 또는 전면 비대면 원격수업을 실시하면서 1년을 보냈다. 학생들은 각종 외부 행사는 물론 학내 행사도 제대로 못하고 하루 종일 집에 갇혀서 생활해 온 결과 결국 학력 격차의 심각한 문제를 떠안게 되었다.
지난 해 10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EBS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원격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가 65.9%였으며, 이로 인해 '학력격차가 심해졌다.'가 87.8%의 높은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코로나가 끝났다면 다시 학력격차 극복을 위해 교사, 학생, 학부모가 다같이 노력한다면 가능하겠지만 대통령 기자회견 발표에 따르면 올해 11월은 가야 코로나 방역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1년을 비대면 원격 수업으로 진행될 것을 예측한다면 교육 현장 교사들과 학생, 학부모들은 암담하기 그지없다. 당장 경제가 무너져 파산 직전의 자영업자들과 저소득층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니 역시 국가 주도의 쌍방향 원격교육 시스템 구축은 비긴급이다.
온라인 수업에 따른 학습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첫째, 국가 주도의 원격교육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현재 원격 수업의 유형을 살펴보면, 'EBS 클래스'나 'e-학습터'의 교육자료와 교사가 직접 제작한 교육자료를 올려 원격수업을 하는 학교가 45.14%로 가장 많다. 쌍방향 원격수업의 경우 행아웃 미트(hangout meet), 줌(zoom), MS 팀즈(Teams) 등을 활용하는 수업이 5.96%밖에 안 된다고 한다. 필자가 속한 학교는 구글 클래스룸에 학습 자료를 올리고 행아웃 미트로 실시간 수업을 실시한 결과 학년말 학부모 평가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서술형 평가에서도 '지금처럼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유지되기를 부탁드립니다.'라는 평가가 많았다. 앞으로 1년을 더 원격수업으로 진행해야 한다면, 구글 클래스룸과 행아웃 미트 못지 않은 원격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학교 업무포털 안에 나이스, 에듀파인, 내부메일 옆에 클래스룸을 개설하여 수업자료를 올리고 쌍방향 수업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대기업과 협력하여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학습기자재를 보급해야 한다.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습 격차의 원인을 빈부차에 따른 학습기자재의 차이라고 한다. 노트북이나 태블릿 같이 화면이 크고 집중할 수 있으며, 수행과제 해결도 잘할 수 있는 기자재가 있는 학생과 스마트폰 정도로 수업하는 학생과는 수업의 질이 다르다. 그나마 데이터도 넉넉하지 않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아 수업 중간에 끊기는 사례가 많았다. 학교에서는 기자재가 부족한 학생들을 파악하여 대여하고 있지만 한집에 여러 형제가 있는 경우 더 많이 보급해야 한다. 2019년에 미세먼지가 매우 심했을 때, 어느 대기업이 초중고 전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줘서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희망을 주었듯이 이번에는 국가와 기업이 협력하여 학생들에게 노트북 등 수업 기자재를 최소한의 비용으로 보급해야 한다.
셋째, 원격수업 시 학습 참여율이 떨어지는 학생이나 가정에서 돌봄이 안 되는 학생들을 학부모와 협의하여 대면수업에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일괄적으로 학년별로 돌아가면서 등교수업을 실시하지만, 급식, 학습의욕 등 여러 가지 사안에 따라 학급 내 3분의 1 등교를 실시해서 학습 격차를 해소하고 결식, 돌봄을 유지해야 한다. 학교에 등교하지 않아도 재택으로 수업에 잘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교에 나오고 싶어도 여건이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 양보하면 된다. 교실에는 대면수업 학생과 원격수업 학생이 같이 공부하면 수업 분위기도 살아나고 학력 격차도 충분히 해소될 것이다.
올해는 원격수업 2년차이다. 첫 해는 너무 다급해서 우왕좌왕 혼선을 겪으면서 학생들의 학력격차를 유발했다면, 이제는 여유 있게 대처해야 한다. 교사연수나 직장인 회의를 보면 우리나라도 원격시스템을 잘 운영하는 중소기업도 많다. 대학생들은 대학 자체적으로 쌍방향 수업을 잘 운영하고 있어 귀감이 된다. 초중고는 국가적 차원에서 전면 실시해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더 이상 학교 스스로 알아서 쌍방향 수업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은 무리수다. 교육부에서 조금만 비용을 들이면 업무포털에 나이스 못지않은 클래스룸을 설치할 수 있다.
사립학교의 재단전입금이나 종교계의 기부금에 면세 혜택을 주듯 대기업들이 교육에 투자하는 만큼 한시적으로 세금을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 기업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세금 감면 혜택을 받고 어차피 국가에서 주도할 학교와 같은 공공사업에 투자하면 기업과 국가, 학생과 학부모가 상생하는 정책으로 원격수업에 따른 학력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등교를 학생들의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대면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실시하고 최대한 쌍방향 수업을 실시한다면 코로나 2년차 원격수업이 실시되더라도 학력격차는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교육이 '비긴급'이 아니라면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신호현 詩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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