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그리움] 2022년 푸른나무 봄호 [내외통신]이오장 시인의 시읽기
우물
문득 나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어릴 적 우물 들여다 보는 것 같아
가던 길 멈추고 잠시 바보처럼 서서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올립니다
아무 것도 없이 텅빈 어둔 그늘
자세히 들여다 보면 출렁이는 물결
그 위에 어른어른거리는 또다른 나
내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나는 우물 뚜껑을 조용히 닫고
태양 빛나는 하늘 올려다 봅니다
그리고 넓은 운동장을 달리듯
그렇게 세상을 달려왔습니다
꿈이 가득한 아름다운 들녘
자세히 들여다 볼수록 빛나는 세상
저마다 행복하게 웃음짓는 이웃들
그 속에서 함께 어울려 달렸습니다
어느덧 세월은 하얗게 흐르고
어릴 적 우물이 다시 그립습니다
파도치는 타향에서 나이를 먹으면
하염없이 하염없이 목이 마릅니다
詩 원 시 인
내가 나를 본다는 것은 깨달음이다. 제대로 모르고 있던 사물의 본질이나 진리 따위의 숨은 참뜻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경지가 깨달음인데 나를 모른 채 진리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부처가 도를 얻으려고 사방천지를 방황하며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겪어보고 비로소 죽음에 이르러 삶의 깨달음을 얻었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말씀과 행동을 엮어낸 것이 불경이다. 세상 만물의 진리를 알려면 우선 나를 알아야 한다. 나를 알려면 나를 버려야 하고 사랑의 길을 가면서 모든 것을 포용해야 조금의 깨달음을 얻는다. 어떻게 나를 알 수 있는가. 그것은 오직 나만이 알 수 있는데 어디에다가 비춰봐야 할까. 거울은 반사작용의 참된 비춤으로 나를 알려주지 않는다. 나를 받아 새로운 모습만을 그리는 요지경이 될 수 있다.
신호현 시인처럼 마음속 우물에 비춰봐야 나의 본모습을 알게 되고 비로소 깨달음의 초입에 든다. 내면의 우물에는 깊이가 있다. 그 깊이 따라 맑은 물이 솟고 차가움이 생기며 생명을 주는 물이 된다. 그런 생명의 근원에 자신을 비춰보면 세상을 달려올 때의 각오와 삶의 길에서 겪은 일들이 펼쳐지고 이뤄진 꿈이 보이든가 아니면 좌절의 방황이 보인다.
나만의 우물에는 내가 있고 고향이 있으며 나를 길러준 생명수가 있어 함께하며 맺었던 인연이 보이는 것이다. 갈증을 풀어주는 우물이 아닌 진리를 탐구하고 이뤄낼 우물은 가꾸기에 따라 다르므로 소중하게 간직하고 진리를 찾을 때까지 의문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시인의 말은 자화상이다.
-[이오장]
출처 : 내외통신(http://www.nw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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