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평]
그리움을 신앙으로 극복한 완숙한 삶
- 최돈애 시인의 '긍정의 삶'
나무가 하늘을 향해 싹을 틔우고 가지를 뻗다보면 어찌 즐거운 일 뿐이랴. 가끔은 거친 폭풍도 불어와 가지를 뒤흔들고 벌레들 즐거운 제맛에 잎들을 갉아 먹어도 나무는 누구를 탓하지 않고 폭풍의 머리도 쓰다듬어 주고 애벌레들 다 먹고 배부를 때까지 기다려 준다. 한 번 나무의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일이다. 그런데 바람을 탓하랴, 애벌레를 탓하랴. 더운 햇빛도 감사히 받아 부지런한 광합성으로 양분을 만들고 차가운 바람이라도 웅크려 산소 호흡을 한다.
적어도 나무는 옆에 나무를 시기하지 않고, 욕심내어 다른 나무의 것을 빼앗지 않고 햇볕 한줌이라도 나누며 산다. 나무는 거짓말로 바람소리를 내지 않고 썩은 열매로 자랑하지 않는다. 어디 가지가 쭉쭉 뻗은 나무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 맺는 것을 보았는가. 가지가 굽어지고 부러져야 더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굽어지고 부러진 상처를 긍정으로 살아내는 삶의 진리를 터득한 이유이다.
고은 최돈애 시인의 시집 『긍정의 삶 내 마음이 물결쳐요』를 읽으면 삶의 진리를 터득한 완숙한 시인의 향기가 난다. 문학평론가 김호운 이사장(한국문인협회)은 "삶이 나무가 되고 그 나무의 그늘은 자신을 구원하는 믿음이 됩니다. 그것이 숲을 이룰 때 우리 삶은 웅숭깊어집니다."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문학은 배고픈 사람에게 당장 밥은 되지 못하고 전쟁소용돌이에 휘말린 사람이 이를 벗어나는 무기는 되지 못하지만 억압의 사슬을 풀고 자유 공간으로 나오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최돈애 시인의 시집 『긍정의 삶』은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내 마음이 물결쳐요'에서는 시인의 사랑, 그리움, 외로움이 담겨 있다. 그 대상은 사랑하는 그대이고, 자식이고, 어머니이다. '2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시인이 섬기는 교회에 조용기 목사님과 김성혜 총장님을 그리는 내용으로 엮었다. '3부 삶이란 이런 거야'에서는 대상에 대한 따뜻한 미소가 엿보이며 거기서 느껴지는 삶의 진리를 노래하고 있다. '4부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에서는 통일을 소망하는 시인으로서 통일의 날을 그리워하며 애타게 부르고 있다. '5부 삶의 언덕을 넘어서'에서는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면서 완숙한 시인의 그리움과 외로움이 담겨 있다.
최돈애 시인의 시도 역시 '그리움과 외로움의 노래'이다. '당신을 그리워 우는 밤이면 / 다하지 못한 수많은 별을 헤아립니다 // 그래야만 온 세상이 편할 거라고 / 생각하는 것은 번민일 것입니다'(詩 '그리움과 번민'[32쪽] 부분). 조지훈의 '승무(僧舞)'를 떠올리게 한다.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 오고 //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라고 노래하듯 '당신이 그리워 우는 밤에는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을 이기기 위해 별을 헤아리며 번뇌를 극복하고 있다.
'외로움은 / 사치스러운 것 / 들판에 혼자 서서 / 바라보니 / 모두가 그랬고 / 아름다운 들꽃으로 / 바라보니 / 저 푸른 창공과 함께 / 모두가 행복과 평안으로 / 가득 채워지더이다' (詩 '외로운 날 혼자여서'[124쪽] 부분). 결국 시인은 그리움과 외로움을 넘어 '행복과 평안'으로 채우고 있다. 이것이 시인이 말하는 『긍정의 삶』이다.
나무의 긍정은 하늘 우러름에 있다. 세상은 나무를 하염없이 그립게 하고 외롭게 흔들어도 나무는 언제나 웃고 즐겁게 노래 부른다. 작은 벌레들을 품을 줄 알고 새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면 가지를 벌리고 나뭇잎으로 가려 보호해 준다. 시인이 지금 그런 마음으로 한 평생 살아왔다. 순간순간의 그리움과 외로움에서 하늘 향해 가지를 뻗어 하나님 주시는 '행복과 평안'의 긍정으로 달려가는 삶의 노래이다.
'신앙의 길 위에 머물러 살게 하시며 / 기쁨의 근원이 주님을 알게 하시고 / 주님 한 분만으로 만족하게 하소서'(詩 '기도'[62쪽] 부분). '주님이 주신 / 날개 아래 머물러 // 행복해지는 / 둥지 틀고 // 무지갯빛 발하는 약속 안에서 / 슬퍼하지 않으리라'(詩 '희망을 꿈꾸고'[97쪽] 부분).
최돈애 시인은 그리움과 외로움을 '신앙의 길'에서 오직 '주님 한 분으로 만족'하며, '주님이 주신 행복'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인의 희망은 '무지갯빛 약속' 믿으며, 마침내 이웃을 향해 끊임없이 나누며 봉사하며 살고 있다. 시인은 수직으로는 '오직 주님', 수평으로는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사는 여의도순복음교회 권사로 완숙한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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