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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논술시험] 25분 만에 400단어 에세이 작성

원 시 인 2010. 8. 4. 14:08

[미국의 논술시험] 25분 만에 400단어 에세이 작성
논술, 어떻게 공부해야 하나-
작년부터 SAT에 논술 포함시켜... 인생 가치관 묻는 문제 많고 전체 점수 9분의 1차지


미국 대학입학 시험을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가장 필수적인 SAT(수학능력시험)가 작년 초부터 개정돼 에세이(논술) 작성이 포함되면서 한국 학생들에게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다. 그 전까지는 학생들에게 각 대학에 지원할 때마다 작성해야 하는 ‘입학 지원 에세이(Application Essay)’가 요구됐지만, 이는 보통 수개월에 걸쳐 담당 교사나 학원 등에서 지도를 받으며 교정이 가능해, 비록 당장 작문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원 에세이를 대필해주는 사이트나 학원까지 생기면서 미국 명문대 입학 사정관들의 경우 한국 학생들의 에세이에 대해 미심쩍어한다는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었다. 어쨌거나 어떤 아이템을 잡아 어떤 구성으로 쓸 것인가가 주로 관건이었고, 사실 영어 실력은 외부의 도움을 받아 보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정된 New SAT에 에세이가 들어가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당장 25분 만에 약 400단어 안팎의 에세이를 작성하기란 원어민 학생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단순한 영어 실력뿐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논리적 사고력과 삶의 성찰을 요구하므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 학생들로선 단순한 영어 기술 습득만으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강하게 요구
SAT 시험을 주관하는 미국대학위원회가 수십 년 만에 에세이 도입을 골자로 한 테스트 개편을 단행한 것은 미국 명문대에서 “현행 SAT가 학생들의 능력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캘리포니아주의 대학에서 특히 요구가 높았다. 이들은 “고등학생들이 대학 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SAT 시험을 개편하지 않을 경우 SAT를 입학 전형에서 제외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국 대학위원회는 오랫동안 제도 개선을 검토해 왔고, 드디어 작년 초부터 라이팅 섹션(Writing Section)을 신설하고 이 섹션 안에 에세이 작성을 도입했다. 단순한 객관식 문제 풀이형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으로 사고력을 측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에세이가 전체 SAT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9분의 1에 달한다.
SAT에서 측정하는 것은 단순한 영어 실력이 아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국내 대학 논술시험이 한글 문법 실력 위주로 채점하지 않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하자면 문법, 어휘 등 영어 ‘기술’은 기본이고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정한 뒤, 이에 대해 논리적이고 통찰력 있게 서술토록 요구하는 것이다.
SAT 에세이의 주제는 대부분 가치 중심적인 것들이다. 즉 특정 이슈(가령 이라크전쟁, 지구온난화 현상) 등을 묻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관에 대해 묻는다. 한국 대입 논술 시험에선 주제와 관련된 장문의 지문이 제시되지만, SAT 에세이는 짧은 경구나 명언만을 인용한 뒤 이와 관련된 주제를 묻는 형식이다. SAT 주제 사례를 몇 가지 들자면 다음과 같다.
1.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하는가? 안 그러면 상황에 따라 거짓말을 하는 것이 낫기도 한가? (Is it always essential to tell the truth, or are there circumstances in which it is better to lie?)
2. 우리는 성공했을 때 더 많이 배우는가, 아니면 실패했을 때 더 많이 배우는가? (Do we learn more from finding out that we have made mistakes or from our successful actions?)
3. 우리는 가끔 검열이 필요한가, 아니면 언제나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가? (Is censorship required sometimes?)
그렇다면 훌륭한 SAT 에세이 작성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실 좋은 글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은 그것이 영어든 프랑스어든 한국어든 큰 차이가 나질 않는다. 결국 탄탄한 구성력, 풍부한 어휘와 함께 깊이 있는 통찰력과 논리력이 최대한 발휘된 글이라면 어떤 논술 시험에서나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면 영미 경험주의 철학에 기반을 둔 SAT 논술은 합리주의적인 프랑스 바칼로레아 및 한국 논술과 논리 전개 방식에 있어 다소 초점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영미 경험주의 철학은 기본적으로 주변의 현상 및 실제 상황을 관찰한 뒤, 여기서 보편적인 공통점을 찾아내 이를 일반화된 법칙으로 형상화한다. 이를 귀납적 전개라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구체적인 사례들을 나열한 뒤 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논술은 주로 프랑스 및 독일 등 유럽의 합리주의와 관념주의 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곧 이성을 통한 관념적인 논리를 전개해 나감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이를 연역적 전개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마더 테레사는 가난한 이를 도와 평생을 행복하게 살았고, 히틀러는 권력만을 추구하다 불행했으므로, 마더 테레사와 같이 남을 도우며 사는 삶이 행복한 것”이라고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귀납적 방식이며, “인간은 신과 동물의 중간적 존재이므로 이성과 욕망을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삶이 행복한 것”이라며 이성적 논리에 따라 전개하는 것이 연역적 전개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 중시
결국 SAT 에세이는 철저하게 구체적인 사례를 중시한다. 이는 미국의 실용주의적 문화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이며, 따라서 SAT 에세이의 주요 주제에 따라 핵심적인 사례들을 스스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SAT 에세이 주제는 그때 그때 다르지만,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가치 중심적’ 이슈에서 벗어나지 않으므로 몇 가지 핵심 이슈들을 정리해 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 학생들이 겪는 가장 근본적인 한계가 바로 ‘생각 결핍증’에 따른 사고력 저하다. 주입식 교육을 충실히 따른 ‘모범생’일수록 이러한 한계는 더욱 적나라하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평가자들을 감동시킬 만한 통찰력있는 문장이 나오질 않는다. 육체에 입시 머신을 장착한 ‘로보캅’과 같이 메마른 글을 양산하는 것이다.
가령 WTO(세계무역기구)에 반발한 농민 시위에 대해 “농민을 죽이는 시장 개방을 전면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것도 지나치게 단편적인 좌파적 주장이며, “보다 큰 국가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필요하다”고 구호처럼 외치는 것도 고등학생답지 않게 너무 단편적인 우파적 주장이다. 따라서 가령 생존 경쟁이 치열한 국제 경제에서 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더라도, 이들 농민들에 대해 따뜻한 애정과 배려를 하는 것이 소위 말하는 ‘온정적 자본주의(Compassionate Capitalism)’로 서술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바라는 답안 가운데 모범 사례인 것이다.
생각을 넓히는 방법은 다양하다. 국내외 신문을 많이 읽고, 주요 시사 이슈에 대한 토론을 많이 해 보자. 특히 인문, 사회 계열의 원서를 읽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단어를 외우기 보다 문장을 외우는 것도 중요한 원칙이다. 결국 통찰력 있는 글이란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쉬운 단어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미국 SAT의 논술시험 채점 기준
●0점-백지 제출. 주제와 무관
●1점-관점이 없음. 엉망인 문장 구성. 상당한 문법적 오류
●2점-미약한 논리 전개. 불충분 혹은 부적절한 사례. 문장 구조에 잦은 문제
●3점-그럭저럭 논리 전개했으나 글 구성과 초점이 허약. 다수의 문법적 실수
●4점-주장을 뒷받침할 관점 제시. 그러나 일관되지 않은 논리 전개
●5점-강한 논리 전개. 잘 짜이고 초점이 분명
●6점-뛰어나고 분명하며 일관된 논리 전개. 언어의 숙달된 사용
(출처: 워싱턴포스트)
이세민 영타임스 이사ㆍ‘PERFECT ESSAY 10 RULES’ 저자
출처 : http://weekly.chosun.com/wdata/html/news/200602/200602090000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