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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MVP 여민지의 일기

원 시 인 2010. 9. 29. 19:54

[만물상] MVP 여민지의 일기

조정훈 논설위원

 

미국 LPGA투어에서 72승을 올린 애니카 소렌스탐은 '기록의 여인'으로 불린다. 2008년 은퇴할 때까지

15년간 8차례나 '올해의 선수'에 오르며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운 까닭이다. 그녀는 또 다른 의미에서

'기록의 여인'이다. 컴퓨터 회사에 근무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1987년부터 자신의 골프 관련

기록은 물론 실수 상황까지 자세하게 컴퓨터에 남겼다. 그녀의 '보물 1호'가 노트북이다.

 

1987년 한 라운드 평균 77.57타였던 그녀가 1998년 69.99타로 '마(魔)의 70타 벽'을 깰 때까지

진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마라톤 영웅 황영조는 1988년 강릉 명륜고 1학년 때부터 1996년 은퇴할 때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훈련 일기를 썼다. 어떤 날씨에 어떤 길을 달렸고 무얼 먹었는지, 기록은 어땠는지를 그림까지

곁들여 적었다.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그는 지금도 선수 시절 기록을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에서 뛰는 이청용은 15세 때부터 축구 일기를 쓰고 있다.

훈련 내용을 볼펜 색깔까지 바꿔가며 자세히 적는 과정을 통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피겨스타 김연아 역시 매일 밤 훈련을 마친 뒤 일기 형식으로 자신의 기록을 정리했고,

그 내용은 나중에 책으로 출간됐다.

 

▶"눈부신 유혹을 이기면 눈부신 성공을 맞이한다" "상대팀에게 악몽 같은 선수가 되어라"….

U-17 여자월드컵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와 득점왕을 차지한 17세 소녀 여민지의 훈련

 일기가 화제다. 창원 명서초등학교 4학년 때 축구에 입문하면서 쓰기 시작해 6권을 채운 축구 일기가

초보자 교재로 써도 될 만큼 꼼꼼하게 잘 정리돼 있다. 가슴에 담고 싶은 명언이나 자기반성도 빼곡하다.

여민지는 2008년 무릎을 크게 다친 뒤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찬란한 햇빛이 기다리는 법"

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소설 '빙점(氷點)'을 쓴 미우라 아야코(三浦綾子)는 "3년간 일기를 쓴 사람은 장래에 무슨 일이든

이룰 사람이며, 10년간 일기를 계속 쓴 사람은 이미 무언가를 이룬 사람"이라고 했다.

여민지의 일기엔 "스물한 살엔 유럽 무대에 진출해 첫 시즌에 25경기 40득점으로 득점왕이

되고 싶다"는 꿈이 담겨 있다.

 

여민지의 당찬 꿈이 4년 뒤 현실로 이뤄져 또 한 번 국민을 즐겁게 해 주길 기대한다.

 

출처 : 조선일보 만물상(조정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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