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석선생님강연후기]"교사가 물러설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상석 선생님 강연후기>
"교사가 물러설 수 없는 단 한 가지"
이틀 전 내린 눈이 녹지도 않은 차가운 12월 18일 토요일 늦은 6시. 카톨릭청년회관에서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 저자인 이상석 선생님의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 ― 믿고 사랑하며 기다리기’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는 서른 명이 넘는 교사들이 선생님의 강연을 듣기 위해 추운 날씨에다가 연말에 잡은 수많은 약속을 뒤로 하고 강연장을 찾아주셨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상석 선생님은 고등학교 재수 시절에 만나 지금까지 우정을 이어나가고 있는 박재동 선생님과 함께 강연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강연이 시작됐습니다. 이상석 선생님은 1시간 남짓 재치 있는 입담으로 그동안 걸어온 교사 생활을 들려주며 교사로 산다는 것에 대해 강연을 했습니다. 하지만 유머러스함 속에 아이들을 향한 사랑과 참교육을 향한 열정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이상석 선생님은 지금 부산 양운고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시골 학교나 도시에서 살아도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가난에서 사려 깊은 마음을 배워 그 마음이 글쓰기 교육에서 그대로 드러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아이들의 교실은 ‘냉장고’ 같다고 합니다. 교사에게도, 친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것이죠. 선생님은 새 학기가 시작하는 날부터 고무장갑을 끼고 교실 구석구석을 청소합니다. 처음에는 걸레를 교사한테 건네주던 아이들이 한 명, 두 명 고무장갑을 끼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마음을 조금씩 열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린다고 합니다. 경쟁과 시험, 앞이 보이지 않는 인생 앞에 늘 긴장하며 살고 있습니다. 차갑게 얼어붙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이상석 선생님은 아이들을 사랑하라는 이야기를 늘 묵묵히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인생의 맛을 알게 하는 것, 인생의 맛을 알기 위해서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인생의 맛을 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고등학교 때도 그 당시 인생의 맛을 느껴봐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그 시간을 문제집 푸는 데 다 쓰고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경쟁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교사는 적어도 아이들이 경쟁에 몰려 고통 받고, 고생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만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교사는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 ‘물러서지 않아야 할 자리’가 꼭 하나는 있어야 한다.” 이상석 선생님이 힘주어 한 말입니다. 자본의 논리가 학교 깊숙이, 아이들의 생활 깊숙이 들어선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마음을 지키기 위한 주체적인 교육관을 가지고 지키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선생님의 진정성이 낮은 목소리로 강연장을 채웠고, 그 자리에 함께 한 교사들의 눈이 더 없이 빛났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상석 선생님의 강연이 끝나고 박재동 선생님이 고등학교 재수 시절, 학원에서 처음 만난 지기 이상석에 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상석 선생님이 전교조 결성으로 해직되던 해, 선생님을 지켜봤던 한 학생이 어른이 되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선생님이 쫓겨나던 그 때 상황을 이야기하며 눈물짓자 강연장 여기저기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했습니다. 한 교사의 열정이, 크나큰 사랑이 20년 전에도, 지금도 사람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다는 것이, 희미해지는 정의를 향한 양심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는 것이 큰 울림을 준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이상석 선생님은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와 《못난 것도 힘이 된다》에 사인을 하고 옆에서 박재동 선생님은 참여한 사람들을 그려주는 작은 사인회(?)가 열렸습니다. 이어진 뒤풀이에서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는 뒷이야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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