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세상/◈글모음◈

모기와 함께 시를 쓰다(글 신호현)

원 시 인 2013. 11. 9. 07:39

 

 

모기와 함께 시를 쓰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인 새벽 2시에 일어나 시를 정리하자면 어찌나 모기가 덤비는지 끊임없이 글쓰기를 방해한다. 한 손에는 노트북을 잡고 한 손에는 모기채를 잡고 글을 쓴다. 우면산 아래 예술의 전당 그리고 그 아래 나의 집이다. 자연이 좋아 교통이 좋아 사는 집인데 그 좋은 것을 모기도 아는가 보다.

    한 번은 본래 살던 송파구보다 모기가 많아 소독 좀 해달라고 구청이 민원을 넣었더니 서초구청에서 답변이 오길 서초구는 개구리를 살리는 방역 정책을 펴기에 일괄 차량 소독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 날 바로 나의 집 주변을 소독하는 사진을 찍어 보냈지만 여전히 모기는 많다. 집이 옛날 빌라라서 바람도, 해충도 차단이 잘 안 된다.

    밤에 모기장 밖에서 불을 켜면 모기들은 신난다. 그 좁은 나의 작업실에 무슨 잔치라도 벌인 양 몰려든다. 모기약을 뿌려도 잠시뿐이다. 그 약냄새를 싫어하는 이유로 그냥 모기와의 전쟁이다. 모기는 유유히 날아 나의 피부의 앉지만 나는 아직 나의 피를 나눌 만큼 동작이 느리진 않다. 민첩한 몸놀림으로 모기를 잡는다. 잠시 작업에 몰두하거나 한눈을 팔면 모기는 여지없이 따끔한 침을 놓는다.

    날씨는 덥고 습해도 웃통을 벗을 수 없다. 오히려 허리 아래는 얇은 이불로 칭칭 감는다. 모기들은 빈틈 공략을 잘한다. 뒷꿈치이거나 무릎 뒤쪽은 잘 노출이 되고 또 물리면 매우 따가운 곳들이다. 땀이 나고 더운 것쯤은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작업할 때는 밤새도록 선풍기를 튼다. 문제는 늦가을은 11월에는 추워서 선풍기를 틀 수 없는데 모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한 번은 모기가 볼에 앉았다. 나는 잽싸게 내 볼을 때리며 모기를 잡았지만 처얼썩하는 소리에 내 뺨이 얼얼하다. 모기는 자기의 목숨을 던지면서까지 동료들의 죽음에 대해 원수를 갚는 모양이다. 마치 일본의 가미가제를 연상시킨다. ‘위잉~위잉~’ ‘!’ 한밤에 노트북 작은 불빛 아래에서 글을 쓰면서 저 혼자 제 뺨을 때리는 모습에 혼자 웃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내가 잠들었다는 것이다. 아내가 내 모습을 보는 날에는 혹시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서 아내는 밤중에 그러지 말고 자주 같이 자라고 잠꼬대처럼 말한다. 그래서 아내를 깨지 않게 모기를 잡으려고 두 손으로 손뼉치듯 쉽게 잡을 모기도 한 손으로 잡는다. 그럴 때면 성룡이 등장하는 중국영화의 취권을 연상한다. 술에 취한 손처럼 흐물흐물 자판을 누르다가 잽싸게 모기를 공격한다.

 

일침(一針) 

 

        - 해변 시인학교에서 -

 

무딘 시심(詩心) 부여안고

경동 시장 한의원을 얼쩡거리다

따끔한 대침 한 대 맞으면

늑골부터 풀려오는 폭포소리에

한 하늘이 열리는 줄 알았다.

 

어릴 적 소풍이후 처음

설레임 가슴 가득 품고와

시인 선생님 따끔한 대침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맞아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다.

 

매야미 잠못드는 첫날밤에

교실엔 시인들 모두 없고

학생들만 남아 선잠 자는데

따끔한 모기 대침 바삐 오가며

무딘 시심(詩心)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