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축시] 이반 아이들 날아가다
선생님은 괜찮아
선생님은 괜찮아
너희가 모두 떠나가도
양팔 벌려 틀었던 둥지가
너무 작아서 언제나 미안했어
내 둥지 안에 옹기종기 앉자
노오란 입 뾰죽거리며 먹이를 먹던
너희가 날개 달았다고 날아가도
선생님~은 괜찮아
너희 웃음이 가득했던 교실에
너희가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던 교정에
아직도 웃음이 머물러 도란거리는데
선생님은 벌써 그리움에 빠져버렸어
비록 맛있는 고기는 아니어도
맛있게 먹으며 자란 솜털 날개들이
이제는 제법 높이 날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완전한 깃털 날개 되기까지
더 둥지 안에서 더 큰 입 벌려라
솜털 날개 쓰다듬으며 뽑아내거라
회색빛 깃털 날개 힘껏 뻗뻗해지거든
이글거리는 저 태양 향해 솟구치거라
아주 멀리 멀리 날아가거라
가서 가난한 이들의 벗이 되어라
가서 핍박받는 자들의 친구가 되거라
아파하는 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거라
너의 잘 다듬어진 날개 펼쳐
분열하는 곳에 사랑을 전하거라
시기하는 곳에 믿음을 심어주거라
탐욕하는 자에게 평화를 나누거라
더 멀리 지구 끝까지 날아가서
아프리카 검은 대륙 천사가 되거라
모하비 사막 불굴의 꽃을 피워내거라
저 남극 북극 빙하에서 반짝이거라
더 멀리 우주 끝까지 날아가서
저 달에 사는 토끼에게 먹이도 주고
얼어붙은 땅 화성에 나무를 심어보자
빛보다 빨리 날아 우주별이 되거라
우리가 못 일군 지구상의 숙제들
끝없이 먼 우주의 검디 검은 숲
너희가 이 지구를 지키는 마징가다
너희가 우주 전사 로봇태권브이다
이제 떠나는 너희는 끝이 아니다
새로운 시작이고 새로운 도전이다
거기엔 눈물도 기쁨도 있으리라
거긴엔 아픔도 환희도 있으리라
너흰 또다시 새로운 둥지 안에서
노오란 입 뾰죽거리며 먹이 먹겠지
너희를 떠나보내고 가슴을 비워야
새로운 아이들에게 온정을 주겠지
양팔 벌려 틀었던 둥지가
너무 작아서 언제나 미안했어
너희가 모두 모두 떠나가도
선생님은 괜찮아! 괜찮아!
2017. 02. 08.
21세기 원시인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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