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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글쓰기]내가 배화의 설립자다

원 시 인 2017. 5. 31. 06:21

나는 누구인가

 

     정체성이란, 사람이 환경이나 사정이 변해도 자기가 어떠한 변하지 않는 존재인지를 깨닫는 것, 또는 그렇게 깨달아진 변하지 않고 독립적인 자신을 존재를 뜻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넌 도대체 정체가 뭐냐?", "정체가 탄로 났다." 라는 표현이 있다. 바로 그 '정체' 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을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카멜레온처럼 변신한 모습이 아니라 아무리 가식을 떨고 아무리 포장을 하려 해도 감출 수 없는 그 사람의 본질이 정체이고 그 깨달아진 자신의 존재가 정체성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자신이 과연 누구인지를 깨닫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정체성을 나는 13년 동안이나 모르고 지내왔다. 아마 학교에서 나의 정체성에 대한 글쓰기 과제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고등학생이 돼서도 아니, 성인이 되어서 까지 나의 정체성에 대해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알려고 조차 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살다가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한 번 써 보자.

 

1) 분량 : A4 2쪽 이상(한글로 작성, 글씨로 써도 됨)

2) 제출방법 : 컴퓨터실에서 해당시간(반별 2차시) 작성

3) 내용 : 과거의 나 + 현재의 나 + 미래의 나(3단 구성)

4) 형식 : 들여쓰기(스페이스 5번 누르기), 문단구성(형식문단, 내용문단) 잘 하기, 양쪽정렬 하기

5) 글자크기 : 12포인트(손으로 쓰는 사람은 교과서 글씨 크기)

6) 제목을 반드시 정할 것(파일명 : 1604김하은)

7) 나는 누구인가를 과거 수백, 수천 년 전에 인물 속에서 찾아 현재와 연결시킨다.

(필연적 이유나 근거를 제시 : ) 내 발등에 상처가 있는데 이는 원시의 세계에서 사냥을 할 때 친구가 던진 창이 꽂혔던 흔적이다. 가장 그럴듯한 거짓말쟁이가 되어 독자가 믿을 수 있게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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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 정체성 글쓰기 수행평가 글]


 내가 배화의 설립자다.



 

                                                                                3OOO   O O O

 

 

   가족을 잃고 슬픔 속에서 하나님을 믿기로 하고 , 나는 선교를 해야겠다라고 다짐해 대학을 나왔다. 그렇게 미국 남감리교에서 파견되어 중국에 선교를 갔다가 한국 파견을 요청받아 한국 땅을 밟은 건 1897, 내 나이는 45세였다. 이 때 이 나라는 남존여비 사상이 뿌리 깊게 박혀있었고 여성이 배울 기회는 거의 없었던 곳이었다. 그 때 어디선가 여성을 위한 배움터가 필요하단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여성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캐롤라이나 학당을 세웠다.

    처음엔 여섯 명의 학생으로 시작한 학당이고 방식도 서당과 다를 바 없던 곳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학당으로 성장했다. 1910배화학당이라는 명칭을 짓고 나서는 건강 악화로 나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지만 건강을 조금 회복한 후엔 내가 잠들 곳은 한국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 다시 이곳으로 왔다. 그 때 이 나라는 일제강점기 시대였고, 배화의 학생들도 모두 나가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었다. 나는 학생들의 주동적 만세와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었고 슬픈 마음과 자랑스러운 마음이 공존했었다.

    나는 건강악화로 1920년에 눈을 감았다. 그러고 약 100년 간 배화의 발전과 소식을 모르다가 세운지 117년이 된 배화의 모습은 어떤지 궁금해 이곳에 입학해 생활하고 있다.

 

    그 때의 나는 잦은 장거리 이동으로 발목과 무릎이 많이 안 좋았다. 지금처럼 간단하게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을 들여 치료를 해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방치해 둔 다리는 더 악화됐고, 나는 눈을 감을 때까지도 다리를 치료하지 못했다. 지금의 나도 발목이 좋지 않다. 뛰는 것도 힘들고, 치료도 여러 번 받았다. 이것이 아마 과거에서 치료를 제때 받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나는 지금 치료를 받을 걸 후회를 하고 있다. 또 나는 독서를 많이 하는데, 이것도 과거 선교를 위해, 학당을 세우기 위해 읽었던 것으로부터 이어져 온 습관으로 볼 수 있다.

     초기의 배화보단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분위기부터 학생 수까지 초창기의 배화 모습은 남아있지 않는 것 같지만 학교에 걸려있는 과거의 사진들 (하지만 그것도 내가 있을 때의 배화 사진은 아니다) 이나 아직까지 믿음 소망 사랑으로 교훈을 내세워 학생들을 보듬어주는 것, 예배로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는 것은 초창기의 배화와 많이 닮아있다. 내가 졸업한 후에도 배화는 많이 바뀌겠지만 지금까지 지켜왔던 신념과 교훈은 몇 세기가 지나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매주 화요일 예배, 종교시간에 예배를 드릴 때면 내가 배화를 세울 때 하느님의 사랑으로 학생들을 보듬겠단 마음이 아직까지 잘 전해져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 혼자 뿌듯해 하곤 한다.  옛날보다 더 자유로워진 배화의 모습에 놀랍기도 하고 여성 지도자들을 키우는 것엔 최고의 기관이 되어있다. 앞으로의 배화도 무한한 발전을 할 것이다. 내가 또 언제 배화가 궁금해서 환생해 입학해서 생활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 때의 배화는 신념을 지키며 더 자유로워지고, 수준높고 최고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배화가 되어있길 빌고 있다.

 

    이제 나는 삼년간의 배화 탐방과 체험을 마치고 내년이면 졸업을 한다. 마음 같아선 배화를 5년은 더 다니고 싶지만 그럴 수 없기에 아쉬움을 숨기지 못 하고 있다. 지금 친구들 (예전 켐벨 시절에도 인연이 있었을지도 모를) 과도 헤어진다니 섭섭하기도 하다. 처음 입학했을 땐 그냥 현재의 배화 탐방 차 들어왔던 것인데 이년이 지난 지금은 다른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듣고 생활하는 보통 학생이 되어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머릿속에 옛날 배화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고 점점 현재 배화와 오버랩 된다. 다음에 또 배화에 탐방하러 올 땐 어떤 모습의 미래 배화가 오버랩 될지 기대가 된다. 앞으로 남은 배화에서의 생활도 기대가 된다. 나는 이전에 배화를 세웠던 조세핀 필 켐벨 여사였고 지금은 3학년 O반의 OOO이다.

 

* 이 글을 한생들의 '정체성 글쓰기' 수행평가를 검사하던 중 배화와 관련한 글이라 이름을 비공개로 하고 올렸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이 누군지 맞추는 사람 교무실로 오세요...(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