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화여중]
야, 춘기야 뒷이야기
1 - 5 김 * 연
우리는 들꽃 공원을 신나게 돌았다. 함께 ‘딱딱’ 소리 내어 씹는 껌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꼭 이중창 같았다.(마지막 부분)
갑자기 나의 배에서 우렁찬 소리가 났다. 아마 배가 고프다는 신호일 것이다. 운동 겸 들꽃 공원을 쉼없이 걸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엄마는 내 배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는지 들꽃 공원 옆에 있는 떡볶이 집을 가자고 하였다. 마침 그동안 엄마 때문에 쌓여왔던 스트레스를 풀 참이었는데 말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가장 매운 고수 떡볶이를 시켰다. 엄청 매운 떡볶이를 먹었더니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혀는 감각을 잃었다. 하지만 나는 매운 음식을 좋아하기 때문에 기분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뻥 뚫렸다. 맞은편에 앉은 엄마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렇게 엄마를 뚫어지게 보다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어색한 기운이 감돌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오히려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냈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엄마와 좋은 추억들만 있었으면 좋겠는데 언제 어디서 엄마와 나의 의견이 충돌할지 모른다. 화산도 갑자기 터지듯이 우리의 감정도 갑작스럽게 흔들린다. 나는 엄마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도 엄마가 하라고 하면 하기 싫을 때도 있다. 엄마가 정해준 별명 같이 난 사춘기가 맞는 것 같다.
그때 문자 오는 소리가 많은 생각에 잠겨 있던 나를 깨웠다. 엄마 핸드폰에서 나는 진동이었다. 핸드폰을 슬쩍 보니 영어 학원에서 온 문자였다. ‘예린이 어머니, 오늘 영어 학원에 예린이가 오지 않았습니다. 혹시 무슨 일 있나요?‘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지금 시각 1시 30분, 영어 학원에 있어 한창 수업할 시간이었다.
엄마와 나의 관계를 회복시키는 데에 바빠 우리 둘다 내가 영어 학원에 가야 된다는 것을 까먹은 것이다. 나는 놀랬기 보다는 걱정이 먼저 앞섰다.
‘혹시 엄마가 지금이라도 가라고 하는 건 아닌지.’
‘난 지금 너무나도 가기 싫은데 설마 또 이 문제 때문에 엄마와 싸우게 되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들이 나를 몸서리치게 하였다. 그런데 현실은 내 상상과는 달랐다. 엄마는 핸드폰을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남은 떡볶이를 먹었다. 평소의 엄마라면 그럴 일은 하늘의 별 따기일 텐데 말이다.
우리는 떡볶이 집을 나갔다. 그리고는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집 앞 놀이터에서 그네를 탔다. 엄마는 그네를 타면서 한결 편안해 보였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까 그 말도 안되는 일 때문에 엄마를 다시 한 번 의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막 집에 가서 혼내면 어떡하지?’ 아까는 밖이라고 안 혼낸 거 아냐?’ 등 많은 것을 내 머릿속에서 떠올리게 하였다.
결국 의심을 견디지 못하는 나는 용기를 내어 엄마한테 물어보았다.
“엄마 아까 왜 문자 보고도 나 학원 안 가라고 했어?”
그리고 엄마한테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나의 감정을 요동치게 하였다.
“우리 예린이 그동안 엄마 때문에 힘들었을 까봐. 오늘은 계속 예린이 곁에만 있어주고 싶어서 엄마가 주는 특별상 같은 거야.”
그때 나는 거의 눈물이 내 눈 앞을 가릴 정도까지 울컥하였다. 왜 울컥 했냐 면, 깨달았기 때문이다. 엄마가 모르지 않았구나. 내가 언제나 혼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엄마를 그렇게 의심했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하였고, 엄마와 한 걸음 더 친해져서 드는 행복감보다 더 큰 감정이 들기도 하였다.
내가 지금 엄마한테 해줄 말은 단 한 가지, ‘엄마, 사랑해’. 였다. 하지만 속으로만 하였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럴 용기가 안 나기 때문이다. 나중에 말할 것이다. 언젠가 너무 일찍도 아니고 늦게도 아닌 적당한 때에 말이다.
[뒷이야기 쓰기]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1)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에서 '나(예린)'가 염색을 원래 대로 검은 머리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래로 유지할 것인지 결말을 짓지 않고 여운을 남겼다. 뒷이야기에서는 그런 여운을 어떻게 해결해 줄 것인지 써보는 것이다.
2) 시점을 유지한다.
이 소설은 '1인칭 주인공 시점'이므로 '나'가 주인공으로 시점이 변화되지 않아야 한다.
3) 너무 길어지지 않는다.
갈등이 해소된 뒤에 이야기이므로 너무 길어지면 재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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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화여중]
야, 춘기야 뒷이야기
1 - 6 김 * 연
---꼭 이중창 같았다.(끝장면)
신나게 껌을 씹으며 공원을 돌다가 잠시 쉬려고 공원 벤치에 앉았다. 이미 자연스럽게 화해를 한 나와 엄마는 바라보기만 해도 갑자기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엄마는 드디어 본론을 꺼내었다.
"예린아, 엄마가 그동안 예린이 마음도 몰라줘서 서운했지? 엄마가 미안해. 앞으로는 엄마가 예린이 마음 다 알아주려고 노력할게. 그 대신에, 염색은..."
긴장되었다. 염색을 중학교 가기까지 남은 1년이라도 한 채로 놔두고 싶었던 나의 마음은 정말이지 그렇게 두근거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 돼!"
오, 나야말로 마음 속 저 어딘가에서 안 돼 소리가 들리려 할 때였다.
"...가 아니고, 된다! 중학교 가기 전까지만이야. 엄마가 우리 예린이한테 미안한 마음에서 주는 선물이다."
"우와, 진짜?"
평소 때 같았으면 엄마가 장난을 쳐서 기분이 나빠졌을 나는 엄마를 바라봤다. 엄마는 나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분이 정말 최고였다. 엄마랑 화해도 하고, 염색도 허락 받고.
"그나저나, 배고프지?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엄마표 김치찌개 끓여 줘."
내가 생각하기에 아까부터 갑자기 애교있는 딸이 된 듯 했다. 전혀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저 나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더 알아냈을 뿐이지.
"그래, 엄마가 예린이가 딱 좋아하는 맛으로 끓여 줄게. 가자!"
엄마가 나한테 이렇게 착하게 해 주는 것도 정말 기뻤다. 오히려 내가 그동안 엄마한테 너무 까칠게 해서 엄마가 마음이 아팠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김치찌개를 끓이는 엄마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엄마가 어릴 때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냇가에 빠졌다는 이야기, 내가 어릴 때 씻기 전에든 자기 전에든 짜증내고 울고 징징거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더 신기한 것은 씻은 후든, 잠이 든 후든 정말 싱글벙글 잠잠했다는 것이다.
엄마랑 한참을 행복하게 수다를 떨고 있을 때였다. 벌써 저녁이 되었다. 엄마가 영어 학원 갈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엄마는 괜찮다며 조금만 더 이야기하자고 했다. 음, 뭔가 입장이 바뀐 것 같은데.
그때였다.
"띵동~."
응? 누구지, 이 시간에?
"예린아, 여보! 나 왔어."
"아빠!"
"여보!"
우와, 진짜 이거야말로 대박이었다. 엄마랑 화해한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바쁜 아빠까지 오늘 와 버렸다. 이게 도대체 몇 년짜리 운을 다 쓴 건가 하며, 나와 엄마는 배부른데도 아빠와 함께 다시 하하호호 웃으며 김치찌개로 다시 식사를 했다.
우리 집 안에서 핀 웃음꽃이 온 동네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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