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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좋은 아빠되기

원 시 인 2010. 3. 13. 09:27

                        교사의 좋은 아빠되기

   3월, 학교에서 학년초 바쁜 시간에 부장회의를 하는데 맞벌이 교사인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회의중 메시지를 보내고 수신을 못했다. 회의가 끝나고 전화를 거니 이번에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친구에게 맞아 이마에 혹이 났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점심시간에 줄을 서려고 가는데 그 친구가 다리를 복도에 걸치고 못 지나가게 했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그 친구가 초등학교 때 ‘짱’이어서 피해 지나갔는데 아들녀석은 발을 밀치며 그냥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 아이는 ‘너 어느 학교 출신이냐?’며 손가락으로 배를 쿡쿡 찌르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손을 막으니까 다짜고짜 목을 움켜잡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뿌리치니 안경을 벗게 하고 얼굴을 마구 때렸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무릎으로 이마를 까서 아들녀석이 넘어졌다는 것이다.

    아내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내 판단을 기다렸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화가 났다.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좋은 아빠가 되는지 생각했다.

   아들녀석이 6학년 때 통학버스에서 1학년 아이를 괴롭히는 4학년 아이를 ‘자기 자리에 앉으라.’며 주의를 줬는데 그 아이가 말을 안 듣고 계속 그러기에 때렸다가 그 아이의 아빠가 아이들만 있는 집 안에 쳐들어와 아들녀석을 때리고 머리를 벽에 부딪혀 뒤통수에 혹이 났던 사건이 생각났다. 그러고는 아내와 아빠인 내게 전화를 걸어 막 욕을 하고 밤 두세 시에도 전화를 걸던 그 아빠. 잠을 잘 수가 없었단다.

   나도 달려가 아들을 때린 그 아이 집에 찾아가 그 아이를 때려주고 싶었다. 그 때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던 아빠로서의 부끄러움과 나름 교사이기 때문에 함부로 행동을 못하고 그저 학교의 일처리만 기다렸던 소심함이랄까. 한 편으로는 아이들뿐이 없는 집안에 쳐들어와 아들을 때린 그 아빠의 범죄적 행동마저도 부러웠었다.

   나는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드려 사실을 말씀드리라고 했다. 다행이 담임선생님은 1학년 9명의 담임 중 유일한 남자 선생님이시고 체육선생님이시다. 입학식 때 뵌 모습으로는 교직 3년차로 의욕과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었다. 그래서 같은 선생님으로서 마구 행동할 수 없는 처지이기에 담임선생님의 처분만을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같은 선배교사에게 물으니 그 선생님도 아들이 외국에서 1년간 공부하고 돌아와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 바람에 1년 아이들과 학교를 다녔는데 그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괴롭혀 싸우다보니 무척 힘들었단다. 그런데 담임은 1년 기간제 여교사였는데 담임 경험도 없는데다 남자 아이들을 잘 다루지 못해 학교를 그만 두고 대안학교로 보내려 했었단다.

   새 학년을 맞아 교복 공동구매의 어설픈 일처리로 아들을 비롯하여 미처 교복을 구입하지 못한 아이들은 아직도 사복을 입고 있어 더욱 눈에 띄는데 담임선생님의 명쾌하고 확고한 일처리로 무사히 넘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밤새 잠은 안 오고 오랜만에 아들을 끌어안고 기도하면서 아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소심한 교사의 좋은 아빠되기를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