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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서◉◉이 보내온 글(글짓기와 나의 진로)

원 시 인 2013. 1. 27. 00:12

<졸업생 서◉◉이 보내온 글>

글쓰기와 나의 진로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실내건축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서◉◉이라고 합니다. 저는 2005년에 배화여자중학교에 입학하여, 2008년도에 졸업했고,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하여 2011년에 졸업, 11학번으로 연세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제가 입학할 때에는 주거환경학과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던 실내건축학과는 간단히 말하면 인테리어 및 실내 공간구성 등의 전반적인 건축분야를 통틀어서 공부하는 학과입니다. 입학 당시에는 자신이 없었지만, 점점 제 적성에 굉장히 잘 맞는 학과라는 것을 느꼈고, 요즈음에는 애정이 깊어져가고 있습니다.

    배화여자중학교에서의 저는 성실히 학교수업에 참여하며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학생이었습니다. 과제나 수행평가도 빠짐없이 성실히 해서 냈고, 시험기간에는 과목별 정리노트를 만들어서 반 친구들에게 주기도 하는 주변에서 보는 모범생에 가까운 학생이었습니다. 그러나 성적을 보면 특별히 잘하는 과목도 없었고, 특별히 못하는 과목도 없었습니다. 수행평가도 월등히 잘해서라기보다는, 해야 하는 만큼 성실히 해서 냈기 때문에 점수를 만점에 가깝게 받는 정도였습니다. 스스로 제 중학시절의 모습을 평가해보자면, 별 특징 없는, 성실하고, 모나지 않은 모범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글쓰기라는 분야가 저의 진로나 성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분야라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함께 해왔을 글쓰기를, 저는 특별히 못하지도, 특별히 잘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글쓰기가 싫어하는 분야는 아니었습니다. 반 친구들을 모아서 릴레이 소설을 쓰거나, 혼자서 글을 쓰는 일을 가끔씩 즐기기도 했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에 와서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면, 무난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면서 공부를 꾸준히 해올 수 있었던 데에는 글쓰기라는 분야가 저에게 미친 영향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 대회가 자주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때마다 수상을 한 것도 아니기에, 글쓰기를 한 것이 어떤 이득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순간순간 시험을 보거나, 수행평가를 할 때, 글쓰기 대회에 나가거나 논술고사를 볼 때 등, 글쓰기는 쉽게 느껴지지 않는 부분에서 저를 굉장히 많이 도와주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글쓰기란 것은 단순히 펜으로 글자를 이어나가는 스킬을 향상시키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소설이든, 비문학이든, 수필이든, 시든, 순간순간 선택하는 단어와 문장의 구조를 고민하고, 전체적인 맥락의 흐름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 있는 커다란 덩어리를 풀어내어 보기좋게 만들어내는 일이었습니다.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그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터득하는 일이죠. 따라서 글쓰는 일에 익숙하다는 것은 생각을 체계적으로 잘 하고, 그 생각을 효과적으로 나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을 잘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가지는 시험 문제를 읽고 고민할 때, 거기에 답을 쓸 때, 수행평가를 할 때, 수시를 준비하면서 논술공부를 할 때, 지금에 와서는 다양한 논문들을 읽을 때 굉장히 큰 도움이 되어왔습니다. 제가 문과대학에 다니는 것도, 글과 깊이 연관되어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내가 쌓아가고자 하는 나의 커리어, 인생에 든든한 중심기둥이 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커리를 쌓거나,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은 거창한 일에만 도움이 되는 숙제 같은 것은 아닙니다. 글쓰는 일에 익숙해지면 나를 표현하는 첫째, 정직하고, 둘째, 섬세하며, 셋째, 편안한 수단이자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나 스스로와 대화하며 쓰는 글은 나에게 거짓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또한 매 순간마다 어떤 단어를 고를까, 어떤 순서로 이야기를 진행시켜 볼까를 고민하며 써내려가는 글은 아주 섬세한 나만의 작품으로 태어납니다.

마지막으로, 글을 쓰는 일은 천천히 긴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일이며, 나만의 시간과 공간에 들어가 휴식을 가지는 순간입니다. 더불어 가끔은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한 엔터테인먼트가 되어주기도 하죠. 글쓰는 일을 너무 부담스럽고 스펙을 위해 쌓아야 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저를 가르치는 교수님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어라. 문학적 소양을 많이 쌓아야 그것이 배경이 되어 좋은 디자인이 나온다.” 저는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글과 가까워지는 것은, 삶의 곳곳에서 나를 지지해주는 유용한 스펙을 가지게 되는 일임과 동시에, 나를 소중히 가꾸는 길입니다. 글쓰기 절대 멀리두지 마세요!

 

 

◉◉이 중학교 때 쓴 글....

 

<금융글짓기>

화분 속 나의 미래

 

배화여자중학교 3학년 2

◉ ◉

 

   지난 4월부터 난 처음으로 나 스스로 내 돈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그 동안 용돈이라는 건 받아왔지만 용돈도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받고, 통장도 모든 나의 돈도 전부 내가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처음이라 탈도 많고 잘못도 많았던 것 같다. ‘금융자도 모르던 내가 돈을 관리한다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었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지금 통장의 잔액은 20만원이 조금 안 된다.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닌 것 같지만 이 20만원을 채우는 데 지나온 길은 앞으로 나의 금융생활의 든든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 싹

 

나에겐 작은 화분이 하나 있었어.

나 화분에 꽃을 심고 기르기로 했지.

씨앗을 심었고, 난 물만 주면 되었어.

나에겐 한 그릇의 물이, 아주 많은 물이 있었거든.

 

그런데 목이 굉장히 말랐어.

물이 정말 마시고 싶었지.

그래서 물을 한 모금 떠 마셨어.

그 한 모금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그래서 난 물을 조금 더 마셨어.

그런데 자꾸자꾸 목이 말라 오는 거야.

그래서 자꾸자꾸 물을 마셨어.

그러다 보니 그 많던 물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어.

 

이를 어쩌면 좋아, 꽃에 줄 물을 내가 다 마시고 만 거야.

꽃에게 너무 미안했어.

꽃을 기르기로 약속한 나한테도 화가 났어.

물을 마시지 않고 꽃에 주었더라면 꽃이 아주 잘 자랐을 텐데 말이야.

다른 어디에 가도 더 이상 물을 얻을 수가 없었어.

미안해서, 화가 나서 눈물이 나왔어.

 

그런데 그 날 비가 왔어.

조그마한 물방울들이 방울방울 하늘에서 떨어졌어.

그리곤 화분 속으로, 내 그릇 속으로 떨어졌어.

미안해서, 고마워서 눈물이 또 나왔어.

꽃을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거야.

, 물이 마시고 싶어도 참았고

목이 말라고 참았어.

그 대신 꽃에게 물을 주었어.

물은 아끼고 아껴서 마시고

그 대신 꽃에게는 듬뿍듬뿍 물을 주었어.

그러면서도 너무 많이 주면 꽃이 죽을까 조심조심 주었어.

 

얼마 후

화분에서 새싹이 돋아났어.

작고 예쁜 새싹이.

그보다 예쁜 새싹은 보지 못한 것 같았어.

너무너무 기뻤어, 춤을 추고 싶을 만큼.

 

앞으로

화분에서 자라날 꽃에게

-이젠 목말라도 물 안 마시고 너 줄게

하고 약속도 했어.

활짝 피어난 내 꽃이 얼마나 예쁠지 기대도 되었어.

-꽃아, 앞으로 잘해보자. 파이팅!

 

 

   이 시는 금융생활에 첫 발을 내딛은 나의 소감이다. 처음으로 나의 돈 관리를 시작했을 때, 난 한달 용돈이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 어떻게 써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갑작스레 3만원이라는 큰 돈이 들어온 것에 처음에는 감당을 하지 못했었던 것 같다. 0원에서 시작되는 내 새로운 통장에 엄마는 처음 시작 기념이라며 10만원을 넣어 주었다. 왜 그랬는지, 그냥 큰 돈이 손에 쥐어졌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었다. 엄마는 내게 통장정리도 꼬박꼬박하면서 통장을 잘 가꾸어나가길 바란다는 말과 함께 13만원이 든 통장과 카드를 주었다. 난 큰소리로 ! 돈 관리는 앞으로 철저히 하겠습니다!”하고 말했었다.

   처음엔 조심조심하면서 돈을 아꼈었다. 비상금으로 3천원만 들고 다니면서 꼭 필요한 것만 사겠노라고 다짐했었다. 그런지 일주일 정도가 지나고 학교 앞 문방구를 지나다가 맘에 드는 공책을 봤었다. 집에 공책도 쌓이고 쌓였었는데 그 공책만은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공책을 사고 문방구에서 걸어 나올 때의 그 만족감은 내겐 정말 생소하고도 기분 좋은 것이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돈을 물 쓰듯이 쓰기 시작한 것은. 방과 후 친구들과 떡볶이를 사먹고, 공책을 사고, 학용품을 사고, 여차하면 기분이다 라며 동생에게 뭔가를 사주고……. 그야말로 거침없이 돈을 쓰게 되었다. 가끔 이렇게 돈을 써도 되나?’하는 생각과 손이 멈칫 했지만 돈을 쓰는 즐거움에 이미 중독 되어버린 난 지갑에서 술술 빠져나가는 돈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앗! 하는 사이에 한 달이 갔고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통장정리를 해 보았다. 한 달이라는 시간과 함께 3만원이 아닌 거의 5만원이 통장에서 나가 있었다. 본래 용돈뿐만 아니라 엄마께서 넣어주신 10만원에서까지 돈을 깎아먹은 것이었다. 처음에 돈 관리는 철저히 하겠다고 큰 소리 친 것이 떠올랐고 나 자신과의 약속을 철저히 무시한 것, 엄마의 기대를 저버린 것, 그리고 앞으로 계속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 눈물이 나왔다. 혼자 훌쩍거리며 통장을 한 손에 들고선 집으로 와 방에 앉아서 한참을 훌쩍거렸다.

   그날 저녁 5월 달 용돈으로 3만원을 또다시 받으면서도 마음은 무거웠다. ‘엄마가 준 10만원을 다시 채우려면 거의 2만원, 그러면 나에게 남은 돈은 만원. 한 달 동안 만원으로 살아야 하는 거구나.’ 그러면서 막심한 후회에 짓눌리고 있었다. 일주일 후 학교 준비물만을 샀는데도 남은 돈은 6천 원 가량밖에 되지 않았었다.

   이미 엄마께 한 번 돈을 꾸려다 그러다 큰일 난다는 엄마의 꾸중만 들은 채 실패했었던 경험이 있던 때라 돈을 좀 달라는 말은 감히 꺼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날 내 통장에 5만원이 들어와 있었다. 지난 중간고사 때 시험을 잘 봤다는 기념으로 친척이 넣어준 돈이었다. 5만원의 의미는 내게 있어 굉장히 큰 것이었다. 통장에 찍힌 그 숫자들을 보면서 난 하늘이 내게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의 처음 시작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알겠지? 여기 내가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처음 잘못을 바탕으로 삼아서 다시한번 시도해 보렴!’ 이번엔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나왔다.

   그 뒤론 마음을 다잡고 돈 관리를 철저히 하기 시작했다. 한 달 용돈을 주별로 배분하고, 학용품 사는 데 들일 예산을 잡아놓고, 용돈 기입장을 쓰는 등, 열심히 노력을 했다. 얼마 전 통장정리를 하고 거의 20만원이 다 되어가는 금액을 보고 혼자 싱글벙글하며 좋아했었다.

 

   이번 일로 난 돈이라는 것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훨씬 쉬운 것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별 생각 없이 쓰기 시작하면 수돗물 틀어놓은 듯이 콸콸 흘러나가는 것이 바로 돈이다. 이 돈이라는 것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자기 자신의 관리, 통제력과 유혹을 견뎌내는 힘, 그리고 실천하기로 한 것은 실천하는 강한 정신력 등의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가 개설한 통장은 하나의 화분이다. 이 화분에 우리는 저마다의 목표라는 이름의 씨앗을 심었다. 그 씨앗을 키우기 위한 물이 저마다에게 주어져 있다. 이 물을 얼마나 가치 있게 쓰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가끔 너무 목이 말라 이 물을 마실 수도 있다. 그 물의 맛에 길들여 물이 계속 마시고 싶어질 수도 있다. 이 유혹을 견뎌내고 씨앗에게 물을 주며 키운다면 꽃이 피고 나서의 꽃의 아름다움은 직접 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이다.

   어렵사리 작고 어린 새싹을 피우는 데 성공한 난 꽃을 아름답게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을 알게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처럼 각자 화분 속에 씨앗을 심고 꽃을 기르려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우리의 화분 속 씨앗의 미래는 우리의 손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화분 속 나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