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세상/◈글모음◈

[울산매일칼럼]인생은 글쓰기이다(글-신호현)

원 시 인 2018. 2. 10. 11:06

[울산매일칼럼]   2018년 2월 6일 16면  인생은 글쓰기이다

 

인생은 글쓰기이다

 

 

 

   맑은 호숫가를 들여다보듯 인생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생은 글쓰기이다태어나면서 먼저 말을 배우지만 말만으로는 인생을 살 수 없기에 엄마들은 부지런히 글자를 가르친다. 갓 돌도 안 지난 젖먹이 아이에게 엄마는 ', , , ...'를 들이댄다. 이는 말보다 글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알고, 모든 지식은 글로 축적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그러니까 말보다는 글이 강하고, 글보다는 사진이 강하고, 사진보다는 영상이 강하다 할 수 있다.

    유치원에서는 글을 쓰기 위한 준비로 한글을 깨치고 글읽기 연습을 한다. 한글 박사들도 어려워하는 띄어쓰기를 유치원 아이들은 참 잘도 깨우친다. 제법 그림일기도 쓰고 편지도 쓴다지만 아직 제대로 된 글은 아니다. 초등학생은 6년을 다니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배우는 것이 결국 A4 용지 1쪽의 글쓰기를 배우는 것이다. 초등학생은 글씨도 커서 삐뚤빼뚤 써서 보기도 우습지만 A4 1쪽을 능숙하게 쓸 줄 알면 졸업을 시켜도 좋다.

    중학교에 들어가면, 교과목도 늘어나고 공부의 양도 많아진다. 그래서 아침 일찍 학교에 가서 하루에 6~7시간을 공부한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1년을 보내면 한 학년을 올려 보낸다. 그래도 부족하여 3년을 생활해야 졸업을 시키는데 알고 보면 A4 용지 2~3쪽의 글쓰기를 배우는 것이다고등학교는 아이들을 더욱 옥죈다. 학교 공부만으로도 부족하여 밤 11, 12시까지 학원을 다닌다. 그래서 배우는 것이 A4 용지 5~6쪽의 글쓰기를 배우는 것이다.  

    대학에 들어가면, 강의를 듣고 리포트를 쓰면서 공부를 한다. 도서관에서 A+를 향한 노력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제대로 배우지 아니한 책을 줄줄 읽고 공부한다. 그래서 배우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리포트로 A4 용지 10쪽의 글쓰기를 배우는 것이다그러다 더 공부하고 싶은 욕심에 대학원에 들어가면 논문을 읽고 분석하고 다시 논문을 요약하고 논문을 쓴다. 보통 학술지 논문은 A4 용지 20쪽 내외의 글쓰기이며, 학위 논문은 A4 용지로 40~50쪽이면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대학원 박사과정은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발표수업을 한다한 권의 책을 요약 정리하여 리포트를 쓰고 원서를 읽고 번역한다. 논문을 읽고 논문의 요지를 파악하여 토론을 한다그리고 자기만의 연구분야를 정해서 논문을 쓴다. 그래서 80~100쪽 분량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여 박사학위를 받는다. 어느 한 분야에 박사가 된다는 것은 결국 그 분야에 대해 한 권의 책을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니 누구나 어느 한 분야에 대해 집중 탐구하여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으면 굳이 박사학위를 받지 않았더라도 동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다시 말하면, 허준이 박사학위를 받지 않았더라도 동의보감을 통해 우리는 허준을 박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박사가 되는 나이를 어림잡아 30살이라고 하고 논어 위정편에서는 이립(而立)이라고 한다. 즉 자신의 전공을 터득하여 사회로 나아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나이를 말한다.

    30살부터 40살까지는 전공을 숙련시키는 나이이다. 10년을 잡는데 이를 '일만 시간의 법칙'이라고 한다. 그러니 전공을 숙련시키는 이 기간에 책을 한 권 낸다고 하면 인생 40살의 나이인 불혹(不惑)의 나이에 비로서 자신의 전공에 대해 유혹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때부터는 능히 남 앞에서 강의를 할 수 있으니 교수가 되어도 부족함이 없는 것이기에 전공을 휘달릴 수 있다. 1년에 1권 책을 내어도 능히 가능하다 하겠으니 7~80에 인생을 마감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놓을 수 있다그러니 인생은 곧 글쓰기이다.(신호현 詩人)

 

울산매일신문 :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786011

 

 

 

인생은 글쓰기다.png

 

인생은 글쓰기다.png
0.37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