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는 높임말과 낮춤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흔히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문법에서 높임말과 낮춤말만 있다고 분류를 해서 가르치기에 일반 대중들은 그렇게만 믿고 생활 속에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높임말이 아니면 낮춤말을 하는데 대개의 경우 낮춤말로 평준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낮춤말로 대화를 하고 그 속에서 남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사라지고 상대를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문화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말에는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해서 가르쳐야 합니다. 첫째, 높임말(존댓말)이죠. 이는 존대어나 '~습니다.'로 끝나는 말로 조부모나 부모, 동네 어른, 삼촌에게 쓰는 말입니다. 둘째, 예사말(평어)입니다. 이는 '반말+~요'의 형태로 끝나는 말로 낯모르는 언니나 오빠, 낯선 아랫사람에게 씁니다. 직장 동료나 아랫사람, 심지어는 부부지간에도 썼답니다. 셋째는 낮춤말(반말)입니다. 이는 '~어. ~니, ~라'의 형태로 끝나는 말로 잘 아는 동생이나 후배들에게 쓰는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말이 함부로 쓰입니다. 여기저기 낮춤말이 난무합니다.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TV에서조차 자녀들이 제 부모에게 낮춤말(반말)을 사용합니다. 높임말을 써야할 때 예사말을 쓰거나, 예사말을 써야할 때 낮춤말을 쓰는 경우는 친근감이 형성되었을 때는 가능합니다. 예를들어 부모와 자식이 친근할 때는 높임말에서 예사말을 쓸 수 있습니다. 언니나 오빠 가 친근할 때는 예사말에서 낮춤말을 쓸 수 있습니다.
언젠가 교육부 공문으로 선생님들이 학생들이 높임말을 쓰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몇몇 젊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십시오, ~습니다'의 높임말을 쓰는 것을 보고 어찌나 당황스러웠는지. 교육부에서는 예사말 '~요'가 현재 높임말로 분류되어 있으니까 그렇게 쓰라는 뜻인데 분류가 잘못되었으니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잘못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 한 예로 어느 군부대에서는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높임말을 쓴다고 기사화 되었다. 후임병을 존중하는 뜻에서 부대장의 지시로 높임말을 쓰라고 했다는데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이 아닌가.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김 일병님, 진지 잡수십시오.'라고 한다면 정말 잘못된 말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니 후임병에게 예사말을 쓰라고 지시했어야 한다.
예사말은 자식이 부모에게, 직장 동료간에, 낯모르는 아랫사람에게 두루 사용하는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더 나아가서는 부부간이거나 스승이 제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말이고, 부모가 자식에게도, 어른이 어린이에게도, 선임병이 후임병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말입니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학부모들이 가끔 “우리 집 아이는 어른들에게 높임말보다는 주로 반말을 사용합니다. 어렸을 때는 그것이 예뻐보였는데 이제는 제 주장대로만 하고 엄마를 무시하고 대드는 모습을 볼 때 속상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높임말을 하도록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가르치면 좋을까요?”라고 질문을 하곤 합니다.
어릴 때부터 어른들에게 높임말을 쓰도록 자녀를 가르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높임말 속에는 존경의 마음이 담겨져 있어서 어른에 대해 존경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자기 부모에게 높임말을 쓰면서 자란 아이들은 사춘기가 되어도 부모에게 반항하는 일이 좀처럼 생겨나질 않습니다.
그러나 반말하는 아이들에게 단번에 높임말을 쓰라고 지도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니 먼저 예사말을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예사말의 습관을 넣어주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먼저 자녀들에게 예사말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우리 아들 밥먹어~요.' '공부하느라 힘들지~요.' 물론 권위주의적 사고에서는 나올 수 없는 말입니다.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씨에서 나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 양반의 가문에서는 가정에서 부부가 서로 예사말을 사용했습니다. 평민이나 상민들이나 반말을 하고 욕을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나라를 빼앗기고 말조차 빼앗긴 일제시대부터는 말의 높낮이도 사라져 하향 평준화가 된 탓인지 부부간에도 자녀에게도 제자들에게도 모두 반말의 문화가 배어 일반화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자녀가 부모에게 반말로 지껄이는 모습을 공공연히 방송을 해대고 이를 바로잡을 사람 하나 나서지 않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나를 낮추면서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밖으로 우러나와 표출되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것이 말이고 인사입니다. 때와 상황에 맞는 말로 자녀들이나 제자들을 가르쳐야 올바른 부모로, 스승으로 존경받을 것입니다. 모든 것 아끼지 않으면서 키워놓고 자식에게 무시당하는 부모, 열심히 가르치고 뒤에서 욕을 먹는 선생님. 그 많은 지식보다 소중하면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한 가지 말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 말이 바로 국어책에도 없는 예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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