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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역 미술전시회를 돌아보며

원 시 인 2010. 3. 27. 21:58

   경복궁역에 미술 전시회를 돌아 보았다. 미술을 전공한 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내보이고 있다.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고 시인은 시로 말하고, 음악가는 노래로 말하는데 우리네 선생들은 무엇으로 말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제자들이 나서서 '우리 선생님은 이랬습니다.' 날해줄 훌륭한 제자 한 명 가르치지도 못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는데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들은 세상에서 뽐낼 수 있는 온갖 색채들을 들고서 세상의 온갖 멋을 부릴 동작으로 붓을 놀렸을 것이다. 그러기에 살아온 세월보다 아름다움이 묻어 있고 찐한 감동이 전해오는 것이 아닌가? 그들도 그림을 그리면서 숱한 선택을 했을 것이고 갈등과 고뇌도 격었을 것이다. 숱한 불멸의 밤을 쪼개어 한올 한올 그렸을 것이다. 이렇듯 세상에 내놓을 만한 성과물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뿌듯한 삶인가.
   교직 생활 17년에 내가 자랑할 제자는 많지만 제자가 나를 자랑해줄 제자는 몇이나 될까? 어떤 선생님은 '공수레공수거'를 말하고 어떤 선생님은 '무소유'를 말할 때마다 시에 매달리고 논술에 매달리고 아이들에 매달리는 내 삶이 부끄러웠다. 소설가 이외수는 어느 한 분야에서 10년을 하면 적어도 자신의 인생을 가늠할 수 있다는데 교사로, 논술로, 시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보다 더 아름다운 삶을 고뇌하는 내게 경복궁역 미술전시회는 오늘 따라 더욱 아름답게 비춰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