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에서
신 호 현
초여름 늦은 오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바람만 흐르다 되돌아보는 곳
산새 한 마리 날지 않는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말없이 누운 당신을 본다
끝없이 달리는 세월
칠십 고개 뛰어 넘어
반백(半白)의 백발이 되고서야
당신을 다시 찾아왔다
이제는 비바람에
찬란한 이름도 지워져
희미한 회색빛 당신 영전엔
한 송이 들꽃도 피지 않았다.
저녁 노을이 오늘처럼
붉게 어지럽던 어느 초여름
푸른 어깨 M1 소총알 수백발이
황혼의 태양을 떨어뜨렸다.
그 때 당신 곁을 스치던
박격포 소리
따발총 소리
탱크 소리들....
그 태양은 마침내
반도를 붉게 물들였고
쉼없이 이어지는 비명소리로
한강엔 핏물이 흘렀다.
애국심에 치떨던 당신은
꺼져가는 조국의 부름받아
배냇아기 손 한 번 잡지 못하고
그렇게 속절없이 떠나시더니
바람에 귀 기울이면
바람이 들려주던 당신 소식
그네들 몰아내 한강을 넘었노라
그네들 몰아내 대동강을 넘었노라
당신의 두 손으로
기필코 압록강 물을 떠다
어머님께 드리겠다던 맹세는
북쪽으로만 끝없이 향하는데
쓰러지는 조국 부여안고
이 산하 이 강산을 달리던
그대 심장 아련히 멈추던 날
때도 아닌 장대비가 쏟아졌다지
흐려지는 당신 눈빛 속에
선연히 떠올랐을 내 모습은
깊은 눈물의 골짜기 지나
이렇게 달려 왔다
당신을 지하에 두고
뒷걸음치며 시장 행상으로
뛰며 걸은 지도 어언 오십 년
갓난아기 당신 핏덩이는
당신 두 배 훌쩍 커버렸구료
당신 지켜주신 이 땅
다 쓰러져 가는 이 언덕에
비스듬히 초가집 기와집 짓고
언제 무너지나 염려했던 날들
그 때 비굴했던 당신 친구들은
이제 갑부가 되어 떵떵거리는데
부귀영화를 먹고 살더라도
결국 한줌 부토로 돌아갈 인생
살아있는 누구에게나
한 번 찾아올 죽음 앞에서
보다 값진 죽음을 찾아 나서던
당신의 용기를 후손들은 알까나
내 사랑 그대 죽음
결코 헛되지 않으리니
휴전선이 무너져 내리고
민족이 하나 되는 그 날에
부서져간 그대 비석 빛나리라
조국의 아들들아 딸들아
너희들은 아는가 듣는가
너희 자유 네 미래 지키기 위해
죽어서도 평화로운 세상 꿈꾸는
네 아비의 간절한 외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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