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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김나영의 정체성 글쓰기

원 시 인 2018. 6. 4. 14:33

[등반]김나영의 정체성 글쓰기

반짝반짝 작은 나, 아름답게 비치네


                                                                                1505 김 나 영


      <과거의 나>

      모르는 게 신기할 정도의 동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꽤나 유명하고 따라 부르기 쉬워서, 영어 알파벳을 외우기 쉽도록 가사로 붙인 버전도 있다. 그렇다. ‘반짝반짝 작은 별이다. 이처럼 하늘의 별을 경외하고 아름답게 여기어 노랫말에까지 붙인 걸 보면, 역시 인간들은 반짝이고 밝은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별을 좋아한다. 하지만 단순히 아름답고, 반짝이고, 밝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전생에 별이었다. 근거 또한 존재한다. 모두가 인정할 정도로 설득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나의 정체성인데 아무렴 어떤가. 근거는 위에서 언급했던 동요의 가사에 있다. 해당 동요를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가사 중에는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라는 가사가 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은 아름다울 나()’ 자에 빛날 영()’ 자를 써서 아름답게 빛나라라는 뜻이다. 물론 그 노래가 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아름답게 비치는 별과, 아름답게 빛날 나. 비슷하지 않은가? 가사에 착안해서 별이 작다고 본다면, 그 점 또한 비슷하다. 나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키가 작은 편이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나의 별이었던 적의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 나는 별 중 크기가 작은 축에 속하는 별이었다. 물론 대부분의 별은 지구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 그중에서 작다고 나 혼자만 따로 떼어 봤을 때도 작은 건 아니었지만, 그런 식으로 비교를 하는 건 개미와 인간을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만두겠다. 여하간, 나는 작은 별이었다. 심지어 가까운 거리에 심하게 밝은 별이 있었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나를 제대로 관측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그 점에 대해 종종 가까이 있던 친구에게 한탄하고는 했다.

      “다들 큰데, 왜 나는 왜 이렇게 작을까? 태양보다 큰 애들도 있잖아. 그래서인지 지구에서는 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니까?”

      그럴 때마다 내 친구는 이렇게 말해줬다.

      “너는 비록 작지만, 아름답게 빛나잖아. 내가 인간이었고, 너를 발견했다면, 너에게 새로운 학명이 생겼다고 해도 나는 널 이렇게 불렀을 거야. ‘반짝반짝 작은 별’.”

      지구의 모두는 나를 알지 못했지만, 나는 지구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단순한 돌에 가스 덩어리였던 나의 입장에서 푸른 구슬 같은 지구는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다.

      가만히 빛만 내던 나의 유일한 소망은 그 아름다운 별에서 인간으로서 살아가 보는 것이었다. 그렇게 지구를 관찰하고 인간인 나를 그리는, 별로서는 다소 평범하지 못한 매일을 보내고 있던 나날 중, 여느 때와 같으면서 달랐던 날이 있었다. 그날은 그동안의 나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 건지, 아니, 이 말은 이상하다. 나는 하늘을 넘어 우주에 있었으니까. 아무래도 인간으로 산 시간이 너무 길었나 보다. 별의 수명에 비하면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먼지만큼도 못 할 텐데. 여하간, 기적이 일어났다.


      <현재의 나>

      눈을 뜨자마자 나는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사로잡혔다. 눈을 뜬 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별인데?

      '어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지.'

      나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날부터 나는 완전히 평범한 하나의 인간 아이의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몇 년 후, 나는 유치원에 들어갔다. 어느 날 선생님께서 나를 포함한 같은 반 아이들을 바닥에 모아 앉혀 놓고 말씀하셨다.

      “여러분, 오늘은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는 동요를 배울 거예요~ 이미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을 텐데, 들어본 친구들은 손을 들어 볼까요?”

      그러고는 들어본 적은 있는데 제목을 모르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건지 컴퓨터로 노래를 재생하셨다.

      “?”

      머리가 아팠다. 노래 제목을 들었을 때 생겼던 기시감이 노래의 첫 소절을 듣자 서서히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뒤죽박죽인 이상한 장면들이 머리에 밀려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깨달았다. ‘이상한 장면이 아닌 전생의 기억이란 것을, 그리고 들어온게 아닌 떠오른것이란 것을. 그 기시감의 정체 또한 알게 되었다. 혼란스러웠다. 약간이라고 하기에는 심했고, 매우라고 하기에는 약했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기억일수록 잊고 싶기 마련이다. 각인되는 기억들도 많지만, 인간이란 망각의 생물. 고작 네 살 짜리라는 것을 증명하듯 그 기억은 채 일주일도 지속되지 못했다.

      잊었는데 말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다시 기억해냈다는 것을 짐작한 이들도 있으리라. 그렇다면 나의 역할은 그 계기를 말하는 것이겠지. 첫 번째는 동요였고, 두 번째는 바로 그 동요의 소재가 된 별이었다. 실제 별. 우리 아빠는 별을 좋아하시는데, 천체 망원경까지 살 정도였다. 또한 공해가 적은 곳에 가면 하늘을 종종 올려다보시곤 했다. 그 영향을 받아 나도 별을 보게 되었다.

      “아빠, 나도 별 볼래!”

      우리 집에 사다리 의자가 있는 것도 그런 나 때문이었다. 천체망원경이 신기해서였을지는 몰라도, 나는 천체관측을 좋아했다. 별이 좋았으니까. 똑같이 빛나는 것인데도 천둥은 싫어했고, 별은 유달리 좋아했다. 천둥번개가 치는 날에 오빠와 아빠는 베란다에서 구경하는데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떨고 있던 적도 있었다. 사나운 천둥소리가 무서웠다는 점이 컸겠지만, 별에게 느꼈던 동질감 또한 나의 기호에 분명히 일조했으리라고 믿는다. 그 감정이 동질감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건 낮에 태양 필터를 끼고 태양을 관측하게 된 날이었다.

      “, 태양도 망원경으로 볼 수 있다니 신기해!”

      “필터 없이 관측하면 실명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태양을 바라본 순간 전생에 친구에게 했던 말이 생각났다.

      “태양보다 큰 애들도 있잖아.”

      다행인 건지 그날 이후에는 나의 전생을 잊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힘들 때마다 전생의 나를 욕 하곤 한다.

      ‘대체 왜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 거야? 이왕이면 고양이로 태어났으면 좋았잖아.’

      내가 바란 것이었기 때문에 비난할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나만 계속 비난하는 것도 지치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지만 역시 인간은 힘들다. 그것도 대한민국의 여자는. 그래서 현생을 살아가면서는 새로운 바람이 생겼다. 이 바람은 친구와의 대화로 보여주겠다.

      “나는 다음 생에 알람시계로 태어나도 좋을 것 같아. 너는?”

      “고양이가 좋지 않을까. 유유자적하고, 느긋해 보이고, 숙제 같은 것도 할 필요 없고. 별도 좋을 것 같아. 예쁘잖아?”

      나는 별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현재의 중학교 생활이 끝나면, 고등학교도 분명 들어갈 테고, 대학도 들어가서 취업도 하게 되겠지. 미래의 나는 멋진 검사로서 법정에 서서 범죄자의 죄를 물을 것이다. 그때도 별처럼 반짝반짝해 보이도록, 당당하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죽을 때에도 반짝반짝하고 아름답게 생을 갈무리하고 싶다. 현생을 별처럼 보낼수록 다음 생에 별로 태어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헛된 소망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인간으로 환생하는 건 싫다. , 환생할 수 있긴 하느냐를 먼저 따져야 할까.

      만약 환생이란 게 진짜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환생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면 나는 기필코 별을 택할 것이다. 수명은 어떡하지? 크고 밝을수록 빨리 죽는다는데, 지금 당장은 장수 같은 거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는 않지만 환생하면 어둡더라도 가늘고 길게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찌 됐거나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만 보겠지만.

 

      <미래의 나>

      나는 별이다. 작지만 밝은 편인 별. 그리고 나는 지구가 보이는 위치에 있다. 지구는 내가 안 보이는 모양이지만. 태어난 지는 얼마나 됐지? 500? 몰라, 나이 같은 걸 세는 건 포기한 지 좀 됐다. 나는 태어난 이래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계속 지구를 봐 왔다. 여기서 보는 지구는 굉장히 예쁜데, 지구에 대해 알고 있는 친구들은 저곳은 살만한 곳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지구에서 태어나 보고 싶다. 수려한 외모의 인간으로. , 그리고 지금과는 다르게 큰 키로. “너는, 폭발해서 죽고 다시 살 수 있게 된다면 뭘로 태어나고 싶어?”

      “글세. 나는 지금에 만족하는 편이라. 별로 다시 태어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아. 너는?”

      “나는 말이지, 지구에서 인간으로 태어날 거야!”

 

      *소감문!

      최근 1년 반 정도 동안 나는 때때로 나를 별이라고 자칭했었고, 동요 반짝반짝 작은 별에 나를 대입해 보기도 했다. 그만큼 나는 별이 좋았고, 별을 동경했다. 하지만 항상 머릿속으로만 상상했었는데 이렇게 글로 직접 써 볼 계기가 생겨서 즐겁고 좋았다. 내가 바라는 존재로서 태어나는 건 엄청나게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인간으로 태어나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아서 현실감은 없었지만, 어쨌거나 인 나를 글을 통해 느껴 봤으니까. 진짜 별의 삶(성생...?)을 엿보는 것도 좋을 것 같긴 한데 불가능하다는 게 슬프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야기가 나와서 말하는 건데, 남의 장점만 보지 말고 나의 장점을 더 찾아보라고 비난하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너도 이렇게 가치가 있단다정도는 좋지만,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건 인간의 본성인데, 그걸 비난하다니.

     남이랑 나를 비교하지 않는 게 가능하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