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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유답(有問有答)

원 시 인 2010. 6. 2. 12:36

유문유답(有問有答)

 



설악산

와선대에 누워

비선대 올려보니


여기 어찌 왔냐고

무엇이 필요한 게 있냐고

비선대 신선 내게 물었다


아니 없노라

왔다 그냥 가기 뭐해

눈인사 했노라 했다


나 여기 왔다고

아무에게 말하지 말라고

그냥 조용히 왔다 가노라고

묻지도 않는데 대답했다


물 따라 길 따라

꿈길 가듯 하산하려니

노을빛 신흥사까지 배웅했다


 

남교사 연수로 12월 28~29일 1박 2일로 설악산 비선대에 올랐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2008년을 정리하고 2009년 새해를 맞기 위한

작은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배화 남교사들은 그냥 그대로가 가족이다.

그래서 서로를 잘 믿기에 일정에 어딘지도 모르는 여행을 위해

새벽부터 학교로 모여 설악산으로 달렸다.

목표는 그저 설악산.. 어떤 경로로 가는지. 점심은 어디서 먹는지.

아무도 모르고 그냥 승용차에 나눠 타고는 삼삼오오 떠난다.

누구하나 불평도 없고 누구하나 따지지도 않는다..

그냥 주어진 일정에 따라 살아온 일년을 정리하면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설악산에서 묵은 때 다 버리고

설악산에서 새로운 정기를 받아 내려와 다시 2009년 1년을

힘차게 아이들을 가르치자는 묵언의 약속이었다.

설악산 비선대에서 내려오다 그냥 오기가 뭐해 두 개를 가져왔다.

하나는 지난 몇 년간 걸려보지도 않은 독감이다.

그래서 연말을 아니, 신년초까지 독감으로 열병을 앓았다.

또 하나는 시 한 편이다. 위에 소개한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