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평가' 대충 찍는 학생들
조선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7-17 03:07 최종수정 2010-07-17 04:19
경기도 한 사립고의 A교사는 얼마 전 학교 전산실에서 이런 대화가 흘러나오는 것을 들었다.
"난 1111이야, 넌?" "그럼 재미없잖아. 난 12345 4321로 했어." 알고 보니 교원능력개발평가의 한 항목으로 학생이 교사를 평가하는 '학생 만족도 조사'의 입력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이었다.
집에서 설문지를 작성해 오라고 하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아 방과 후에 전산실에 모아놓고 만족도를 입력하게 한 것인데, 학생들이 문항도 읽지 않은 채 1번(매우 그렇다)부터 5번(전혀 그렇지 않다)까지의 선택번호를 한 줄로 쭉 체크하거나 지그재그 모양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올해 처음으로 전면 시행되는 교원평가에서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 서울 한 공립고의 B교사는 "한 학생이 '선생님, 이거 제가 나쁘게 써 내면 곤란하시겠죠?'라며 키득키득 웃어 자괴감이 들었다"며 "실제로 미운 교사에게 '5번'만 써 내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 소재 중학교 C교사는 "어떤 학부모는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아이들에게 시키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가 설문에 성의 없이 응답할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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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는 네이트 댓글 중에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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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욱
- 중학생둘을둔 학부모로써 교원평가를하라는 가정통신문을보고 학교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이건뭐! 어이가없어서. 나보고 어떻게 학과선생들을 평가하라는건지? 내가 선생들을 어떻게 알아서 평가를하란말인가? 아이들한테 물어보고 체크를하란말인데 이런평가가 공정성이있는것인지? 아이들맘에드는선생은 1번이나2번체크하고 무섭거나 짜증내는선생은 무조건5번체크하고 에라이~~~~~~~~~무능한정부에 무능한교육부야. (07.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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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경란
- 현직교사입니다. 어제 교원평가 결과표를 받았습니다. 1학기동안의 성적표를 받은 것이지요. 선생님들 모두가 긴장된 마음으로 성적표를 열었고 침묵이 흘렀지요... 대체로 아주 좋은 평가를 받은 선생님들도 한 두 학생의 악평에 상처를 받고 이래저래 ... 뭐라할까요... 교원평가의 취지자체는 굉장히 좋은데, 이로 인해 도대체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몇 주전 평가를 끝내고 나온 학생이 "저 선생님 무조건 최고점으로 쭉 줬어요~~~ 저 잘했죠?"라고 하는데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질문은 하나하나 잘 읽고 표시한거냐는 물음에 그렇지 않았다고 대답하는 아이의 말에... 교원평가 자체는 굉장히 이상적인데 현실의 교육현장은 그에 발맞출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 (07.1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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