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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평가 채점을 바라보며

원 시 인 2010. 8. 17. 09:49

학업성취도평가 채점을 바라보며

 

   이제 학교는 또다시 개학이다. 방학 내내 연수 2주 받고 캠프 2개 다녀오고 가족 휴가 다녀오니 시간이 다 지나갔다. 다행히 방과후 수업을 안 해서 그래도 좀 여유가 있었지만 학교에 가면 다른 선생님들은 우울한 표정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교사들은 여름방학 내내 쉬니까 좋죠?'라고 물으면 그냥 '좋아요.'라고 대답한다. 일일이 '교사들은 격주로 못 쉬는 토요일 근무를 하고 있고요. 방학에 몰아서 쉬려면 연수다, 캠프다, 방과후학교 수업이다 정말 힘들어요.'라고 변명하고 싶지 않다. 그냥 교직은 영원히 좋은 직장으로 남고 싶다.

   지난 7월 13~14일에 전국적으로 치뤄진 학업성취도 평가가 있었다. 전국적으로 학업성취수준을 알아보고 학교별 지역별 평가를 하고  성적이 떨어지는 지역은 어떤 이유인가를 분석하여 후속 조치를 취하여 전국적으로 성적 향상을 꾀하고자 하는 평가이다. 이 평가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면 교육 현장에 또 한번의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문제는 평가 결과를 얻어내는 채점이다. 작년에는 학교별로 채점을 해서 얼렸는데 채점의 방식과 채점기준의 문제로 결과 발표후에 커다란 문제제기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하여 출제 및 채점까지 담당하고 있다.

   방학전에 젊은 교사들을 선발하여 인터넷 채점을 실시하고 있는데 같은 번호의 문제를 두 사람이 채점하여 결과가 같을 때만 넘어가고 결과가 다르면 재채점이 되고 숱한 유사답안을 기록하여 어떤 문제의 경우는 유사답안만 A4로 수십장이 나온다고 한다. 채점교사들은 대개 1만개씩 채점을 하는데 같은 일을 꼬박 일주일 정도 해야 끝난다고 한다.

   학교에서 추천으로 선발돤 젊은 교사들은 어쩔 수 없이 채점을 하지만 문제는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운영하는 채점사이트가 먹통이 되어 채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개학은 다가오고 채점 과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속상해진 교사들이 어느 사이트에 올린 글을 옮겨 보았다.

 

 

"성취도 평가 채점하시는 분들~~ 오늘 정말 열받지 않나요?"

2010.08.16. 17:53

 

ㅠ.ㅠ

아직까지 먹통.....ㅠ.ㅠ

진짜...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에요...

무슨 일을 이딴식으로 한답니까...

접속자 많을거 예상도 못하는 바보들만 모였나?

전 내일 개학이란 말이에요......엉엉엉

오늘 많이많이 아주 많이 해놓지 않으면 기간안에 못끝내요....엉엉엉

나 언제 다해.....이걸 언제 다해....

평가원사람들아~~~

고등학교는 개학 빨리하는 학교 있다는거 몰랐니.........

방학일거라고 안심하고 있었니.....엉엉엉

 

댓글 1

저도 내일 개학...진짜 미친것들이예요...자기네가 뽑아놓은 채점자 인원이 있고, 대부분 방학이 이번 주 안에 끝나니깐.. 오늘 내일 완전 접속할 것이고,,,그 서버조차 확보 못하고, 팝업창 보셨어요? 금요일까지 24시간 진행이니..어쩌고..그럼 우리보고 잠도 자지 말고 밤에 채점하라는 말인지.. 진짜 토나와요... 채점도 가장 나이 어리다고 뽑히고...제가 경력8년차인데..나이 어리다고 뽑혔어요..정말 승질나서...돌아버리겠어요...아침부터 하루 종일 서버 증설한다고..

 

댓글 2

전화해서 언제 서버 증설되냐고 따졌더니 밤늦게 접속해야 할거 같다고 하네요.....아.....진짜 머리끝까지 화가 솟구치네요. 이럴거면 주말까지 연장하라고 했더니 윗선에서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라고.....연장 확정되면 문자갈거라고 합디다.......아.........정말 평가원 폭파시키고 싶어요.

 

댓글 3

방금 통화했는데 주말 연장 계획 없답니다. 금요일 저녁 9시까지인 거 12시로 늘렸다며....3시간 연장했다며....ㅜ.ㅜ 아....진짜 화나요.....

 

댓글 4

열받아 죽을 것 같아요.ㅠ

 

댓글 5

지금 사용기간 아니라고 접속조차 안되는 것 맞나요???

 

댓글 6

망할 놈의 일제고사!!

 

댓글 7

저 아까 잠깐 2시 이후에 접속 되기에, 채점했는데 지금 들어가보니까 하나도 채점 안 한 걸로 나와요. 헐~~~ 이건 또 뭥미?

 

댓글 8

우리학교도 낼 개학이라서 오늘 밤에 좀 해 놓으려고 했더니 접속이 아예 안 됩니다. 짜증나서 전화해보려고 했더니, 3대는 근무시간 아니라고 하고 나머지는 계속 통화중.. 어쩌라는 걸까요???ㅋ

 

댓글 9

와 진짜 대박이네요. 대학 수강신청하는 것도 아니고 -_- 평가원이 이게 뭡니까!!!!!!!!! 시간이 없단 말입니다!!!!! 짜증폭발 -_-

 

댓글 10

아 저만 그런것이 아니었군요ㅠㅠ

 

댓글 11

아오>< 문자가 왔군요. ‘접속이 잘 안 되고 있으나 접속이 되는 대로 채점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뭥미??? 그래서 혹시 되는가 싶어서 들어가봤더니 아예 접속 불가입니다. 어쩔?

 

댓글 12

아예 로그인도 안되네요. 뭐지? ㅋㅋㅋㅋ 전 오늘 개학했는데 미칠지경. 틈날 때마다 들어갔는데, 한 문제도 채점 못했어요. 왕짜증

 

댓글 13

진짜 요근래 이렇게 화나보긴 처음이네요-.- 평가원 사람들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설마 몇 명만 빼고 다 퇴근했을까요??

 

 

   그대로 옮기다 보니 거친 표현도 있다. 그만큼 답답하고 속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 채점을 위해 그 많은 답안지를 스캔해서 올리고 채점사이트를 운영하는 노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좀더 서버를 증설해서라도 채점을 위한 접속에 무리가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그 과정과 결과가 어떨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하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

   이렇게 채점하여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어떤 문책의 후폭풍이 몰려올지는 모른다. 하지만 교육 정책에 있어 '경쟁'과 '평가'로 쉼없이 채찍만 가하는 것보다 교사들의 업무량을 줄이고 보다 수업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당근 정책을 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제 개학이다. 대통령으로부터 새로 임명되는 교과부장관과 지난 지방선거 때 민선으로 당선된 각시도 교육감들 사이에 펼쳐지는 각종 교육정책들은 학교 현장으로 밀물처럼 쏟아져 올 것이다. 저마다 훌륭함을 드러내기 위해 펼쳐지는 정책들이 정말 교육적인가 고심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충분히 예측하고 준비되어진 정책이길 바란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 교사들이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없는 것이라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정책을 내세운 자신은 교육적 이상을 내세우고 현장에서 적용되지 않는다고 교사들만 몰아치지 말고 보다 현장교육을 이해하고 분석하여 정책을 내세웠으면 한다.

 

조선일보 : http://forum.chosun.com/bbs.message.view.screen?bbs_id=106100&message_id=597136¤t_sequence=zzzzz~&start_sequ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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