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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교직

원 시 인 2010. 9. 1. 11:51

<신문 속에 교육이야기>

 

      "방학을 교육적 연수보다 실질적 휴가로 인식"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초중등 교사들의 방학기간 중 근무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려대 안선회 연구교수는 3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주요 재정이슈에 대한 공개토론회' 교육분야 발제문에서 "기간제 교사를 포함한 초중등 교원의 방학기간 중 근무에 대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복무방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초중등 교사의 방학기간 중 근무는 '연수'로 규정되는데, 교육공무원법상 `근무장소 이외의 시설 또는 장소에서 연수' 관련 규정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아 교사들 상당수는 방학기간을 교육적인 연수보다는 실질적인 휴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이런 현상은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유발한다"며 "교사들은 방학기간 중에도 보수를 받으면서도 보충수업을 하면 그에 대한 수당을 추가로 수령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방학기간의 3분의 1 내지 2분의 1 정도의 일정기간에 한해 교사들이 학교 내에서 연수하도록 하거나 일부 교육프로그램의 운용을 담당하도록 하자"고 제안하며 "학생과 학부모가 희망하면 방학 중 학교에 오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이 최소한의 보충수업 또는 자기주도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그러나 "이 방안이 실행되려면 교원의 잡무경감과 교무지원인력 확충, 교원연수 지원 확대, 학교시설 개선 등의 전제조건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4632282

참사랑국어 : http://cafe.daum.net/truedu/5O77/25130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교직

                                            - 고려대 안 교수의 발언을 보고...  


   무더운 여름이 마지막 기승을 부리는 8월의 마지막 날 아이들이 몰려 있는 교실에서 수업을 하는데 등에 땀이 마구 흘러내린다. 아이들은 에어컨을 틀어달라지만 학교에서는 에어컨을 마구 틀 수 있는 예산도 없다. 여름방학을 끝내고 2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선생님들은 모두 지쳐 있다. 예전에는 방학을 끝내고나면 원기가 충전되어 다시 힘껏 수업할 수 있었는데 올해는 작년에 비해 두 배 힘들다고 한다.

   3월 개학하고 수업하면서 새학기 담임업무에 각종 공문 처리로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올해는 교원평가로 1주일간 학부모 공개 수업에 교사 상호간 공개수업을 촬영하느라 정작 내 수업을 빼먹기가 일쑤였다. 교원평가로 교사들은 학부모 앞에,학생들 앞에 설자리가 한껏 위축이 되었다. 교원평가 공개수업이 끝나고 학급 학부모 상담주간으로 1주일 정신없이 학부모들을 만났다.

   거기에 환경미화다, 수련회다, 교내 체육대회다 학교 행사는 계속 이어져 선생님들은 매일 교무실에서 한숨을 쏟아놓았다. 그뿐인가 수업이 끝나도 방과후 수업을 하나씩 맡아 하고 부진학생지도 수업을 종합반으로 운영하다보니 어떤 선생님들은 두세 개를 수업하시는 분들도 있다. 늘어난 공문에 국회조사자료 등이 같은 내용을 양식에 따라 수없이 보고한다. 교사들은 주어진 시간에 두세 배로 일하는 철인들이다.

   방학을 하면, 남들은 교사들이 다 노는 줄 안다. 물론 노는 교사들도 있다. 하지만 방학하자마자 일주일 내내 연수를 받았다. 자기주도학습이 대세인 요즘 5차원공부방법 연수를 받고 1주는 방과후 수업을 하고 학생을 인솔하여 캠프 2개를 다녀오니 방학이 다 갔다. 가족과는 1박으로 해수욕장을 다녀오고 시골 형제들과도 친구들 모임과도 휴가를 같이 보내지 못했다. 

   열심히 하는 교사들에게 방학이 없으면 3년도 못되어 죽는다. 교직 3년차에 젊은 혈기로 열심히 뛰다 몸에 탈진이 되어 개소주다, 보약이다 시골 아버지께 부탁하여 먹던 기억이 난다. 교사들이 이처럼 힘들게 생활하는 것을 사람들은 모른다. 종종 걸음으로 뛰어다니다 소변을 보지 못해 방광염에 시달리는 교사들, 오래 서 있어 하지정맥류로 고생하는 교사들,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고 일찍 출근하기에 위장병으로 고생하는 교사들, 목소리를 내어 수업을 하기에 기관지 계통의 질병으로 고생하는 교사들이 많다.   

   예년보다 힘들었던 올해 유난히 교사들은 환자들이 많다. 어느 학교나 교사들은 병에 시달리고 있는데 그 심각성이 크다. 올해 암에 걸려 교직을 떠나는 교사들이 많았다. 교사들이 이렇게 질병에 쉽게 노출되는 것은 왜일까? 하루에 3~5시간 수업을 하면 주로 말로 하기에 지쳐서 탈진이 된다. 그 좋은 교실엔 마이크도 없어 더욱 지친다. 쉬는 시간에 앉아 쉬면 좋겠는데 각종 공문과 생활지도 업무로 쉴 틈이 없다. 일찍 끝나면 운동을 통해 건강을 다지면 좋은데 탈진이 되면 운동을 할 여력도 없다.

 

   연합뉴스를 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주요 재정 이슈에 대한 공개토론회' 교육분야 발제문에서 고려대 안선회 연구교수의 "교사들 상당수는 방학기간을 교육적인 연수보다는 실질적인 휴가로 인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교사의 입장에서 많이 속상하고 서운했다. 같이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님이 요즘 교육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첫째, 상당수의 초중고 교사들은 방학 기간에 연수를 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상당수의 교수들은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책을 내는데 초중고 교사들은 놀고 있다는 것인가. 이를 바꾸어 교사들이 언론에 대고 상당수의 교수들이 연구를 하지 않아 대학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한다면 이 얼마나 부족한 생각인가. 책상에서 연구만 하지 말고 방학임에도 보충수업, 방과후학교를 하는 학교 현장이나 교사 연수를 받는 연수원에 한 번이라도 갔다왔다면 이런 발언이 얼마나 모순되었는가를 자감할 것이다.

   지난 정권 때, 강원대 교육학과 모 교수가 나이 많은 교사들이 교육의 문제라며 '나이먹은 교사 한 사람의 월급으로 젊은 교사 두 사람을 채용하면 청년 실업도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나이든 교사들 명퇴를 시키더니, 교육의 대 혼란을 불러 일으켜 명퇴한 교사들이 다시 현장 강사로 서고도 모자라 전공에 맞지 않는 중등교사를 초등으로 대거 발령한 일이 있었다. 그렇게 말하고 정책을 세운 사람들은 그 문제에 대해 책임을 안지고 현장 교사들이 책임을 끌어안고 교육을 이끌어왔지 않았는가.

   둘째, 안 교수는 "이런 현상은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유발한다"고 했다. 다른 공무원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논한다면 좋은 쪽에서는 '그렇지 못한 쪽을 그러한 쪽'으로 끌어 올리려 노력해야 좋은 연구이고 발전 방안이다. 그런데 반대로 '그러한 쪽에서 그렇지 못한 쪽'으로 끌어 내리려 하니 얼마나 황당하고 많은 교사들의 시름을 자아내는 연구란 말인가.

   교사들이 방학동안 연수 안하고 학생 캠프 안하고 방과후수업 안하고 자기연찬 안하고 휴가만 보낸다고 가정해 보자. 그럼 다른 공무원들도 그렇게 하도록 하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될까. 다른 공무원이 그렇지 못해 사회적 괴리감으로 문제가 되는가. 그럼 직위와 직책에 상관없이 모든 공무원은 다 같아야 한단 말인가. 이 어디 사회주의적 발상이란 말인가. 그럼 교수들도 안식년제 없애고 2분의 1정도 출근시켜야 한단 말인가.

   교사들은 다른 공무원들이나 회사원들이 토요일에 쉬는 것을 부러워하지만 탓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 연가를 내고 생리휴가를 내어 부러워해도 탓하지 않는다. 이는 모두 교육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다른 직업의 좋은 점은 그 직업의 매리트이고 경쟁력이지 무슨 형평성을 탓한단 말인가. 교사들은 교수들이 수업을 적게하고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안식년제를 만들어 월급받으며 쉰다고, 교사들보다 방학이 두 배 정도나 길다고 부러워할지언정 탓하지 않는다. 

   대개 형평성을 논하는 사람들은 그 직업의 특수성을 잘 알지 못하고 단순한 가치나 부분적인 사례를 들어 일반화하려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많은 좋은 제도들이 나쁘게 바뀌는 개악의 만행을 저질러왔지 않은가. 교사들의 65세 정년도 62세로 단축된 것도 그리 잘난 사람들의 연구 결과가 빚어낸 것이 아닌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사회가 경쟁의 틀에 갇혀 각박해지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가르친다. 여기서 '훌륭'이란 말이 무엇인가. '남을 위한'으로 해석한다면, 우리가 공부하고 연구하여 어떤 정책을 수립하는 모든 일들은 단지 자신의 이름을 언론에 내비쳐 기회를 얻고자하는 데서 보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남을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      

   셋째, 안 교수는 "이 방안이 실행되려면 교원의 잡무경감과 교무지원인력 확충, 교원연수 지원 확대, 학교시설 개선 등의 전제조건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안 교수의 주장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말이다. 선행 조건으로 내세운 교원 잡무 경감은 제 아무리 뛰어난 교육 정책을 발표해도 갈수록 늘어나는 것을 교사들은 체감하고 있고, 교무 지원 인력 확충은 많이 노력하고 있으나 교사들에게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교원 연수 지원은 안하면 안 되지만 지원할수록 교원들은 더 바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실현가능성이 없는 연구를 발표했단 말인가. 지금 교사들이 모이는 카페는 안 교수의 발언에 심히 속상해 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돈 얘기에 민감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안 교수는 "교사들은 방학기간 중에도 보수를 받으면서도 보충수업을 하면 그에 대한 수당을 추가로 수령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교사들이 방학 동안 보충 수업을 하거나 방과후학교 수업을 하는 것은 교사 개개인의 의지와 관계 없이 타의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도 시간당 아주 적은 수당을 받고 있다. 그 수당을 문제 삼는다면 다른 공무원이나 교수들의 수당이나 강의비, 프로젝트 연구비 등등 모두 논해야 한다. 

 

   교수 한 사람은 나름 깊이 연구하고 신중히 발표를 한 것이겠지만 그 파급효과를 관철하지 못하면 교육에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옛말에 '동냥은 주지 못할 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고 했다. 물론 안 교수가 좋은 뜻으로 연구한 사실은 충분히 안다. 나라의 교육을 걱정하고 교사들의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공교육을 더 높이 끌어 올리자는 의도는 안다. 그러나 언론은 이슈를 찾기에 그 전제 조건에 대하여는 일축해버리는 것을 왜 몰랐다는 말인가? 

   요즘 교육개혁을 부르짖는 정책론가들은 현실 교육의 문제점을 찾아 문제를 가시화시키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다 관점이나 가치에 따라 다른 문제도 문제시하여 고치려다 오히려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교원평가나, 무상급식의 문제, 교사 체벌의 문제도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없이 '일단 문제화시켜 보고 아니면 말자'는 식의 정책을 펴고 있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를 끌어안고 책임을 지는 사람은 물론 현장 교사들이다.  

   안 교수가 이런 교육적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더라면 '교사들이 방학동안 놀고 있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 교수가 연구 교수 이전에 좀더 겸손과 배려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이제까지 살면서 똑똑하고 겸손하지 못한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노력만으로 이루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며 배은망덕(背恩忘德)을 자행한다.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배려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지적인 능력과 지위로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짓누르려는 경향이 있다. 학교교육에서 지식교육보다 인성교육이 필요한 이유이며, 남을 의식하는 경쟁과 평가만으로 치닷는 교육 현실의 모순으로 드러나는 예라 할 수 있다.

   비가 내린다. 2학기 새로운 마음으로 열심을 다하려는 교단이 잿빛하늘이다.  교사들은 교단 언덕에 서서 명예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부귀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사회에서 교수님과 같이 높임 받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자리에 감사하며 촛불이 제 몸을 태우듯 스스로의 건강을 태우며 사위어간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과 수업하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훌륭한 인간을 교육한다는 소명의식이 아니라면 사회에서 이미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교사라는 직업은 더이상 희망이 없다.

  

    

 

동료 교사에게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고

여기서 주저앉지는 맙시다려

어둠의 혼돈 같은 길을 가더라도

처음 모습처럼 빛을 밝힙시다려

 

우리 가는 길은 조금씩 달라도

어차피 너른 바다에서 만나듯이

협곡에선 빠른 걸음을 재촉하고

넓은 들 만나면 천천히 기다립시다려

 

앞서 간다고 자랑하지 말며

뒤떨어졌다고 실망하지 맙시다려

위에 있다고 누르지 말고 배려하며

아래 있을 때 겸손히 받쳐줍시다려

 

가다가 목마른 가뭄 들면

땅 속으로라도 꾸준히 흐릅시다려.

어린 새 뿌리에겐 아낌없이 나눠주는

그런 기쁨만으로 만족하며 살아갑시다려

 

욕심 없이 아래로 아래로 흐르며

가파른 길일수록 아름다운 노래 부르고

평탄한 길일수록 구석구석 어루만지며

변함없이 언제나 그렇게 흐릅시다려

  

 

참사랑국어 : http://cafe.daum.net/truedu/DMH/147155

 

교컴 : http://eduict.org/edu/home/eduict/bbs.php?id=diary2003&groupid=&where=&keyword=&ikeyword=&sort=&orderby=&newwin=&category=방없는 교사들의 교단일기&how=&p=&s=&recnum=&q=view&uid=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