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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써니를 보고-1(학창시절의 우선 순위)

원 시 인 2011. 5. 21. 20:29

[영화] 써니를 보고-1 (학창시절의 우선 순위)

  

 

 

 

 

 

써니, 학창시절에 우선 순위

 

    토요일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학급 아이들과 영화를 한 편 보았다. 예전에는 토요일에도 학생들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느라 시내는 조용했지만 2009년 교육과정 개편으로 평일에도 토요일에도 1주일에 3시간 운영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통해 외부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토요일은 대부분의 학교가 수업을 안 하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한다. 영화 써니를 보면서 지금의 아이들과 옛날 우리시절의 학창시절(좀 과장은 되었지만)을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 감동적인 눈물이 없는데 가끔 영화를 보면서 남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지난 번에 다큐 영화 [울지마 톤즈]를 보면서도 많이 울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깊이 생각하게 해줬다. 그런데 영화 [써니]를 보면서도 서너 번 울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을 몰랐다. 이 영화 속에 무엇이 나를 눈물 흘리게 했을까. 너무 가난했고 힘들었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뭐가 그리웠을까. 가슴 저 깊은 곳에 담아 누구도 볼 수 없었던 추억을 누가 마구 흔들어 놓았단 말인가. 

   오랜만에 아이들과 학교생활을 벗어나 영화를 보면서 ‘임나미’가 그랬던 것처럼 학창시절의 친구들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 ‘나미’는 우연히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에서 학창시절의 친구 ‘하춘화’를 만나게 된다. ‘춘화’는 학창시절 칠공주의 리더였는데 이제는 암환자로 죽음을 앞두고 있다. 잘 나가는 남편과 예쁜 딸을 둔 나미는 남편과 딸을 뒷바라지 하면서 살아왔는데 죽어가는 춘화와의 만남을 통해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면서 춘화의 요구에 따라 학창시절 칠공주 중 나머지 5명의 행방을 찾아나선다.

   진덕여고의 의리짱 춘화,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 욕배틀 대표주자 진희, 괴력의 다구발 문학소녀 금옥,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사차원 복희 그리고 책만 읽는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 이들은 학창시절에 어느 학교에서나 있을 일진이었다. 각자가 멋진 꿈을 가지고 있지만 꿈을 위한 노력보다는 친구간의 의리를 중시하여 몰려다니며 놀았던 추억의 시간들. 정말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은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친구들을 하나하나 찾아나서면서 나미는 놀람과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삶의 여울에서 허덕이는 모습을 발견한다. 쌍꺼풀에 목숨 건 못난이 장미는 보험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영업순위 꼴찌를 면치 못해 쫓겨날 위기이고, 욕배틀 대표주자 진희는 교양 있는 모습으로 변했지만 남편이 바람난 사실을 깨닫게 된다. 괴력의 다구발 문학소녀 금옥은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지만 취업을 못해 집안에서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살고 있고, 미스코리아를 꿈꾸는 사차원 복희는 어느 술집에서 인생을 포기하고 막장 인생을 살고 있다. 그리고 책만 읽는 도도한 얼음공주 수지의 소식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써니의 리더인 춘화의 장례식 날에 학창시절 축제 때 사고로 못했던 공연을 하기로 하는데 거기에 얼음공주 수지가 신문 광고를 보고 나타나 모두가 다시 만난다. 춘화는 자신이 죽으면서 자신의 많은 재산을 남겨진 친구들에게 골고루 유산으로 남겨 죽어서도 친구들을 보살피며 이끄는 리더로서의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나미는 춘화의 유언에 따라 써니의 리더가 된다. 그러면서 춘화의 죽음은 써니의 재회를 상징하는 축복의 자리로 즐거운 공연이 열리면서 막을 내린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학교생활에서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학창시절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는 자기 인생에 중점을 두고 추구해야 할 것이 있다. 그런데 그런 우선순위를 잘못 파악하면 인생을 그르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그런데 이 영화 속에서도 직접 말하는 부분은 없지만 영화를 통해 무수히 말하고 있는 메시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은 듣기 싫을지 모르지만 학생들에게 첫 번째는 무엇보다 공부이다. 공부를 통해 얻은 성적이 다음 단계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으면 선택의 폭이 넓고 다양하다. 성적이 낮으면 세상은 매정하게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했다. 대입이 그랬고 취업이 그랬다. 물론 성적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학교생활에 성적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써니’ 맴버들은 욕 잘하고 친구들과 싸우고 춤추고 노는 일에 관심을 두었으니 그들의 삶의 결과는 어떠할지 충분히 예견했던 것이다.

   학교생활에 두 번째로 우선순위에 둘 것은 바로 친구관계이다. 친구관계는 전 단계와 연계도 깊고 미래와도 연계가 깊다. 친구관계는 인간관계 형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사람의 성공과 실패에는 성적 못지않게 인간관계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실패하면 그 인생도 실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부하는 친구들은 의리보다는 성적을 우선에 두지만 위에 써니 맴버들은 공부보다는 의리에 목숨을 거는 친구들이다. 학창시절에 맘에 맞는 친구 4~5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그 방법 중에 하나는 맘에 드는 친구들을 떡볶이집에 불러 떡볶이를 먹으며 친구 선언을 하라는 것이다. 써니의 친구들은 만나면서 수시로 선언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학교생활에 세 번째로 우선순위에 둘 것은 특기와 적성을 기르는 일이다. 공부를 잘하고 인간관계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도 인생의 진정한 성공은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계발하여 전공을 선택해 나가는 일이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결국 중요한 선택 앞에서는 망설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나미’는 자신이 그림을 잘 그리면서도 결국 그림 그리는 특기나 적성을 살리지 못하고 시집이나 잘 가서 현모양처가 된다. 그렇다고 문학소녀 ‘금옥’이가 자신의 특기와 적성을 살려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학창시절에 놀지 말고 특기나 적성을 살리면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대다수가 패배자처럼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학교생활에서 중요한 것이 왜 없겠는가. 평생을 두고 찾아갈 만한 스승을 한 분 두는 것도 멋진 일이다. 정말 인생의 외롭고 쓸쓸해질 때 찾아가 인생을 의논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 슬픈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창시절에 선생님과 상담을 자주하고 가끔 연락을 하면서 살면 좋다. 또한, 청소년기 때 운동을 통해 체력을 연마하는  건강관리는 또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학창시절에 태권도를 배워서 지금까지 친구들의 위협과 폭력을 피할 수 있었고 감기도 잘 안 걸리는 강인한 체력을 가질 수 있었다.

 

    써니의  칠공주들은 위의 세 가지(또는 다섯 가지)를 소홀히 하여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보다는 늘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험란한 인생은 거친 파도와 같다. 파도와 맞장 뜨면 언제나 나를 엄습하여 상처를 입고 쓰러지지만 파도 써핑을 즐기면 거친 파도일수록 즐겁고 환상적일 적이다. 써핑을 즐기기 위해서는 학창시절에 써니 맴버처럼 놀지 말고 자신의 써핑을 배워야 한다. 5~6년 고된 연습을 통해 써핑 기술(skill of surfing)을 터득하면 인생은 즐거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도 잘나가던 일진들이 있었다. '13인'이라 하여 과거 폭력 제왕의 도시만큼이나 무시무시했다. 그들의 친구라는 것만으로도 다른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만큼 소문이 대단했었다. 그 친구들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집에 도착하니 동문회를 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이번에는 그 친구들의 소식을 알아보고 싶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학생들은 학창시절의 우선순위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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