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세상/◈글모음◈

<敎育時論>거꾸로 가는 교육

원 시 인 2012. 8. 13. 05:45

 

<敎育時論> (교육시론)거꾸로 가는 교육(신호현).hwp

 

거꾸로 가는 교육

                           - 학교 폭력 대책은 선생님 권위 인정해야 -

 

 

    요즘 학교폭력이 문제되어 여러 가지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 학교폭력하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체벌하여 생기는 문제라고 접근하면서 교과부에서는 지난 2010년 10월 1일부터 전국적으로 체벌금지를 지시했고 선생님들은 ‘학교교육에서 체벌을 빼고 어떻게 교육할 수 있는가.’ 반문하면서도 지시에 순응하면서 선생님들의 체벌 문제는 줄어들고 학생들간의 학교 폭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대구, 광주 중고등학생 자살사건을 비롯해 학교폭력 및 성폭력, 집단 따돌림이 문제가 되자 사회 각계에서는 더 이상 학교폭력을 방치할 수 없다고 대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학교 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하였고 언론에서는 학교 폭력의 원인과 대책을 집중 취재하면서 토론을 통해 학교폭력을 진단하고 대안을 내놓기도 하였다. 교과부에서는 학교에 임시직 전문 상담사 3,000여명을 배치하겠다거나 소년법 처벌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하향 조정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 3월이면 새학기를 맞아 학생들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면서 꿈을 키워나갈 것을 기대하지만 정작 폭력에 노출된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의 걱정은 태산 같다. 갈수록 늘어나는 학교 폭력에 그늘에 내 아이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누가 학교를 폭력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았는가. 학생들일까. 선생님들일까. 학부모들일까. 아니면 대책없이 무분별한 정책만 쏟아놓는 교과부장관을 비롯한 교육감 등의 정책론가들일까. 학교 폭력의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새학기에 벌어질 수많은 학교 폭력의 희생자들을 생각해보면 벌써부터 가슴이 미어진다.

 

 

    학교 폭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먼저 이런 학교 폭력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학생 가까이서 학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이고 학생의 문제를 가장 빨리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 또한 학생이 학교 폭력으로 자살하면 누구의 가슴이 가장 아픈가를 생각해야 한다. 학생은 자살했으니 1차적인 책임이 있지만 가슴이 아픈지를 모른다. 이는 학생들은 미성숙한 존재이므로 학생들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환경 속에서 행동하는 것이니 그 책임을 질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다만 가장 큰 피해자일 뿐이다. 그러니 가해 학생도 피해학생도 넓은 의미에서는 모두 피해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어른들 중에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역시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가장 가슴이 아픈 부모들에게 첫 번째 책임이 있다. 먼저 가정에서 내 아이를 바르게 지도하지 못하고 아이와 충분한 소통을 못해 가해자로 또는 피해자로 키운 책임이다. 학교에서 학교 폭력이 일어나 부모님을 소환하면 ‘내 아이는 전혀 그런 아이가 아니다’라고 하소연 한다. 이런 경우 학생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이 부모인 것이다. 그 학생이 어떤 학생인지 친구들도 알고 선생님도 아는데 정작 그 부모만 모르고 있다.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내 가정에서 내 아이를 잘못 가르쳐서 일어나는 아픔의 피해는 결국 부모인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기에 누구탓이라 변명하기에 앞서 부모들이 반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어른들 중에 두 번째로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바로 선생님들이다. 부모가 고이 키우는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는 순간 그 부모의 역할을 선생님들이 감당해야 한다. 내게 맡겨진 학생들을 내 자식과 같은 마음으로 세세한 손길로 돌보고 보살펴야 한다. 사춘기의 역동적인 학생들을 교실에 모아놓고 아무 일 없이 무사할 것이라는 것은 정말 직무 유기일 수 있다. 끊임없이 학생들과 대화하고 소통하여 문제를 조기 발견하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작게는 우리 반의 문제이지만 크게는 학교의 문제이기에 상담 선생님이나 학생지도부 선생님, 교감이나 학교장과 의논하여 대처해야 한다. 내 반의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자살하면 선생님 가슴도 찢어지겠지만 그 부모를 어떻게 볼 수 있겠는가. 체벌 금지를 지시하여 학생들을 지도하기에 더욱 어려워졌지만 손을 놓고 방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 번째로 책임져야 할 어른들은 누구인가. 바로 교육 정책론가들이다. 교육의 수장인 교과부장관과 각 시도교육감이 책임을 져야 한다. 가슴 아픈 순서로 정하니 세 번째이지 어쩌면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어른들이다. 백년지계 교육이 사람에 따라 조령모개로 바꾸니 학교 현장은 당연히 혼란에 빠지는 것이 당연지사이다. 내 자식 소중한 줄만 아는 소수의 이기적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한 교육적 체벌 금지를 요구하자 그것이 전체 학부모의 요구인 듯 ‘체벌금지’와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선생님들의 손발을 묶지 않았던가. 교육의 수장들이 현장 선생님들의 수고와 노력을 파악하지 못하고 거꾸로 가는 정책을 펼친다면 결국 교육은 붕괴되고 마는 것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교육을 붕괴시켰다면 뒤늦게라도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 원인과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학교 경찰’을 투입시켜야 한다느니 소년법 처벌 규정을 12세로 하향해서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더욱 거꾸로 가려하니 이 얼마나 답답한 노릇들인가. 그리고 학교에서 문제 학생들에게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는 학교와 선생님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면서 담임을 입건하고 있다. 교육 정책론가들의 섣부른 판단이 교육을 붕괴시키고 피해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입는데 이제는 다시 손발이 묶여진 학교와 선생님이 지라니 교육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처럼 학교 폭력의 원인과 대책의 시작과 끝은 결국 선생님들의 손에 달려 있다. 그러니 사실은 이 모든 책임은 선생님들이 져야 한다. 적어도 교육 현장이라는 학교에서의 모든 문제의 책임은 선생님들이 져야 한다. 책임을 지게 하려면 선생님들에게 권한을 줘야 한다. 막말로 학생들을 때리든 구워삶든 선생님들의 교육적 행위를 인정해 줘야 한다. 지금까지 학교 폭력을 힘껏 눌러왔던 선생님들의 노력을 깨달아야 한다. 교육 정책론가들은 현장 선생님들을 교육 전문가로 인정하고 빼앗았던 수술칼을 돌려주고 묶었던 손을 풀어줘야 한다. 수술하다 생명을 잃더라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죽음조차도 인정해줘야 한다.

 

 

    이제는 더 이상 미래 주인공 우리 학생들이 학교 폭력에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 한두 정책론가들의 섣부른 판단에 교육이 휘둘려서도 안 된다. 적어도 교육은 경제논리에 휘둘려서도, 인권 논리에 휘둘려서도 안 된다. 학부모들은 다시 ‘선생님들이 단호하게 대처(최미숙,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대표)’해주길 바라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들여다보고 선생님들의 권위를 무너뜨리기에 앞장서지 말고 내 자식을 겸손하게 다독여야 한다. 이제는 판사의 권위를 인정해 줘야 하듯, 의사의 권위를 인정해 줘야 하듯, 선생님들의 권위도 인정해야 할 때이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대학(大學)에 보면 ‘君君臣臣民民’이라는 말이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백성은 백성다워야 한다.”는 말이듯 교사를 교사답게 만들어줘야 한다. 또한 학부모는 학부모다워야 하고, 교육정책론가는 교육정책론가다워야 한다. 정작 권위를 세워야 할 사람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뜨리고 엉뚱한 권위만 세우려 하니 교육이 거꾸로 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과거 역사에서 권위가 무너지면 목숨으로 보상해왔던 교훈을 거울삼아야 한다. (2012.2.14)

 

 

 

 

신 호 현(서울 배화여중 교사)

(교육시론)거꾸로 가는 교육(신호현).hwp
0.5M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