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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를 보고]올바른 언어 사용이 우선되어야(글 신호현)

원 시 인 2014. 9. 6. 09:53

[조선일보를 보고]

 

올바른 언어 사용이 우선되어야

 

    조선일보 95일자 막말 폭력에 멍드는 국격이라는 타이틀 기사를 보았다. 정치인들이나 집회 참가자들의 막말이 도를 넘어 국격을 부끄럽게 한다는 것이다. 정치인들끼리 언어예절을 무시하고 상대에게 모욕을 주려하고, 집회 참가자들은 막말을 통해 자기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호응과 지지를 받고 상대방에게는 노이즈 마케팅 전략으로 자신을 드러내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

    이런 막말 심리는 세월호 사건으로 유가족들이 정치권과 정부에 분노를 표출하는 데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심지어는 우리나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에게 욕을 하는 동영상이 SNS에 나돌아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안 보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지만 이처럼 동영상으로 떠돌 정도로 막말이 노골화 되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문제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일이 된다.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에서 이처럼 언어예절을 무시하고 자기주장만 난무하여 막말을 불러오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우리 언어교육의 문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리의 언어예절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양반의 언어와 평민의 언어로 구분되었다. 양반은 높임말(존댓말), 예삿말(평말), 낮춤말(반말)3분 체계였으나, 평민은 높임말과 낮춤말의 2분 체계였다. 여기서 예삿말은 낮춤말에 ‘~를 붙이는 것인데 학교문법에서는 격식체와 비격식체로 나누어 가르치면서 예삿말을 높임말로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학교문법에서는 양반의 언어인 3분 체계 대신 평민의 언어인 2분 체계를 선택함으로서 언어의 격이 떨어진 것이다. 이는 일제치하와 전쟁을 겪으면서 삶이 피폐해지고 격렬해지자 양반의 언어문화가 사라진 데 기인할 수 있다. 언어에 격식을 갖추고 올바른 언어를 사용하는 일은 어렵고 귀찮은 일이다. 언어에 격식이 없을 때는 상대를 존중하기보다는 무시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일에만 신경 쓰게 된다.

    ‘동방예의지국이란 말은 우리나라 양반들의 언어에서는 아랫사람에게도 높이는 말을 사용하는 데서 기인했다. 낯모르는 아랫사람이라면 당연 ‘~하시게’, ‘~하오라고 했고 두루 높이는 뜻에 ‘~해요를 사용하였다. 아랫사람이 많이 모인 교실에서는 ‘~해요를 사용하여 듣는이의 귀를 거슬리지 않게 했다. 교실에서 선생님들이 낮춤말을 사용하니까 언젠가는 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높임말을 사용하라는 공문이 왔고 이를 잘못 해석한 선생님 중에는 학생들에게 ‘~하십시오’로 높이기도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요즘 우리의 언어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자기 부모는 물론 조부모에게 낮춤말(반말)을 사용하고 직장에서도 윗사람에게 낮춤말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친하고 편하다 것이다. 그런데 낮춤말에는 내가 먼저 낮춤말을 사용해야 내가 높아진다.’는 천민의식에서 잠재해 있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있듯이 한 마디의 말의 위력은 실로 크다. 고마운 말 한 마디에 상대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게 마련이다.

    학급에서 억울한 사고가 생겼다. 담임은 책임을 지고 학생들의 어려움을 최대한 들어주려는데 학생들이 담임을 대놓고 욕하는 경우가 있다. 담임은 그 학생을 때려줄 수 없지만 그 문제에 대한 책임에서 손을 놓고 싶어질 것이다. 아무리 억울하고 아무리 화가 나도 서로 간에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주변 학생들도 억울하고 슬픈 일에 동조하여 성금을 모으다가도 담임을 욕하고 학교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 다른 학생들의 마음은 돌아서게 마련이다. 내가 잘 한다고 나서서 하는 일이 말 한 마디로오히려 일을 그르치지 않는가 생각해 봐야 한다.

(신호현, 배화여중 국어교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