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인세상/◈글모음◈

[원시인 추천시]미운 아버지(허전)

원 시 인 2014. 11. 6. 10:58

[원시인 추천시]

 

미운 아버지

 

                - 허 전

 

 

 

배가 남산만한 아버지

간경화증 말기에다

위장까지 걸레가 되어

얼굴이 흙빛으로 죽어가는

미운 아버지

 

기차 무늬가 새겨진 환자복을 입고

바퀴 달린 침대에 누워

아무나 보고 살려 달라는

미운 아버지

 

한 평생 깡소주를 마시고

줄담배를 피우며

행상하시는 어머니를 울리던

미운 아버지

 

자식이 귀한 집 딸 데려와

잘살아 보겠다고 집 나설 때

방 한 칸도 마련해 주지 못한

미운 아버지

 

내가 몸 다쳐 사경을 헤맬 때

하느님께 무슨 죄가 많아

새끼가 먼저 죽어야 하냐고

울부짖던 속 다르고 겉 다른

미운 아버지

 

이제 베갯잇을 물어뜯으며

너만은 부디 잘살라고

통곡하며 가슴 치는

미운 아버지

 

그건 아무 것도 아닌 거야

함박눈 내리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돌아가신

미운 아버지

 

아,

내 심장이 울컥울컥 토해내는

뜨거운 핏속에 숨어 슬피 우는

미운 아버지

 

 ==================================================

사진 속에 아버지는 미운 아버지는 아니고

너무나 인자하고 속 깊은 아버지의 모습이다..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adelaide_j?Redirect=Log&logNo=220057330711

                http://blog.naver.com/hoon5276?Redirect=Log&logNo=201872309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