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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시흥에서 1 / 윤강로

원 시 인 2006. 1. 6. 20:47

 

시흥에서 / 윤강로

 

 

국도에서 왼쪽으로

산 밑 큰 마을

시흥이다

시흥은 부촌인가보다

겨울나무 숲에 안긴 덩실한 기와집들의 마을

집집이 대문마다 활짝 열려 있다

마을사람들은 다 피란 갔나보다

빈 집에 들어갔다

대청 마룻바닥에

흙 묻은 군화 발자국이 어지러이 찍히고

쌀뒤주 위에

백자가 단아하게 놓여 있다

고상하고 품위 있는 것들이

제일 먼저 깨지는 전쟁

사람들은 길가에 뒹구는 돌멩이가 되었다

여기서 하룻밤

쉬어가야 한다


 
출처 : 블로그 > 사랑의 연재시 | 글쓴이 : 최종호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