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을 읽으며>
학교폭력의 희생으로 자살을 한 대구 중학생에게 깊은 조의를 표하며 가족에게도 위로를 전합니다. 학교폭력은 사건마다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릅니다. 어느 한 쪽을 말하기엔 다른 한 쪽이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신중한 문제입니다. 더구나 자살로 인한 피해문제는 그 어떤 위로의 말로도 대신할 수 없는 아픔입니다. 그런데 아침 신문을 읽다가 학교와 선생님들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왜곡하는 글을 읽고 씁니다. 물론 신문도 이 나라의 교육을 더 나아지게 하려고 사설로 대서특필 하는 마음을 압니다. 하지만 너무 학교와 선생님들의 고려하지 않는 글이라 사료되어 올리는 글입니다.
더 큰 교육 더 큰 미래
[사설] "학교 폭력, 학교·교장·담임에게도 책임 있다
대구지방법원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작년 말 자살한 중학생의 유족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가해 학생 부모는 물론 학교법인·교장·담임교사가 공동으로 유족에게 1억3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자살의 가장 큰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물론 자살하는 본인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그래서 본인은 죽음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으로 그 책임을 지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따지자면 가해자에게 물어야 하고, 가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가해자의 부모에게도 물어야 한다. 또한 학교폭력이 이루어진 학교나 관리책임을 맡은 학교장, 담임교사도 책임이 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의 부모에게는 책임이 없었을까? 자식이 학교폭력으로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는데 예방하지 못한 것은 학교장이나 담임이 몰랐듯 자기 자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면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 여기서 책임이라면 그 학생을 죽음으로 몰고간 사람들과 그 학생의 죽음으로 가슴 아픔 사람들은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따지자는 판결이라면 그 유족에게 배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유족도 배상을 하도록 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써야 한다.
재판부는 "담임교사는 숨진 학생이 3개월 전부터 자기와 가까운 친구들에게 자살하고 싶다고 말했던 만큼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자살을 막을 수도 있었다"며 "그런데도 담임교사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교장은 학교 책임자로서 숨진 학생과 가해 학생들을 보호·감독할 의무를 소홀히 했고, 학교법인은 교장과 교사를 고용한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했다.
☞ 숨진 학생이 친구들에게 자살하고 싶다고 말했더라도 그 친구가 정작 담임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그 친구 또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담임이라는 이유로 학급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 알 수는 없다. 선진 외국은 수업하는 선생님, 담임 맡은 선생님, 학교 행정을 하는 선생님, 학생들의 생활지도 하는 학교경찰관이 나눠져 있지만 우리나라는 한 선생님에게 집중되어 있다. 수업도 해야 하고, 담임도 해야 하고, 학교 행정일도 해야 하고, 생활지도도 해야 한다. 선생님에 따라 수업에 집중해야 할 때도 있고, 학교 행정일이 몰리는 경우도 있다. 학급에 여러 행사를 계획해서 실천하는 일도 많고 학생 생활지도에 집중해야 할 때도 많다. 우리나라처럼 선생님들에게 주어진 업무와 책임이 많은 나라가 또 있을까?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그 선생님은 학생 조회시간에 들어가서 학교폭력을 하지말라고 지도하지 않았을까? 학생들과 학급이나 친구문제로 한번도 상담하지 않았을까? 학교에서는 교장 선생님이 훈화 한 번 하지 않았을까? 학교폭력예방 비디오 한번 틀어주지 않았을까?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데 그 학교는 정말 신기한 학교이고 신기한 선생님들이 모인 학교인가 보다. 만일 그토록 한 번도 학교폭력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신기한 학교, 학교장, 담임이라면 배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여느 학교와 다른 없이 그 학교도 지도했는데 벌어진 일이라면 이토록 학교와 담임에게 책임을 지우는 판결은 좀더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
자녀가 학교폭력으로 시달린 부모들은 "학교폭력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교와 싸우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호소하고 있다. 어떤 학부모는 "딸이 집단 폭행을 당해 학교에 찾아가 가해 학생 부모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더니 학교 측은 '만나려거든 학교 밖에서 만나고 교내엔 얼씬도 하지 마라'며 아예 개입하지 않으려 하더라"고 했다. 한 여고생은 "중3 남동생이 2년 이상 계속된 학교폭력이 무서워 43일째 학교에 못 가고 있다. 학교에선 '문제를 길게 끌면 피해·가해 학생, 그리고 학교 모두에 좋지 않으니 원만히 끝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학교 태도가 폭력보다 더 절망스러웠다"고 증언했다.
☞ 학교폭력의 문제가 생기면 피해 학생은 하루한 시간이 지옥처럼 힘들다. 그러기에 빨리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 그렇지만 막상 피해자와 가해자 또는 그 부모들을 불러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로가 감정이 격해져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피해 상황이 더 크게 보여 원만히 해결할 수가 없다. 당장 피해 학생은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고 여전히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자고 대화를 하면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조속히 마무리지으려 한다고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더욱 분노한다. 그러니 학교와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도 역시 가해자라 생각하여 학교와 싸우려 한다. 가해 학부모나 피해 학부모나 학교 선생님이나 모두가 교육의 책임자로 아이들을 바르게 이끌어나가는 주체이다. 아이들 문제에 네가 잘했고 내가 잘했다 따지고 책임을 물으려니 '학교와 싸우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몇 명의 학생들이 어쩌다 한 학생을 왕따시키면 피해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했으니 조용히 학교 선생님과 상담하여 해결하려 하지 않고 교육청이나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 학생들을 모두 강제 전출시키라 요구한다. 왕따 가해 학부모들은 뭐 그만한 일로 전학을 가느냐며 안 간다고 한다. 학교 담임은 다 내 자식과도 같은 생각(우리나라 선생님들의 마음)으로 누구 편에서 일처리 할 수도 없고 먼저 아이들이 화해시키기 위해 상담하고 지도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문제가 생기면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설득시켜서 다시 친하게 지내도록 하는 것은 선생님들에게는 아주 쉬운 일이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주장하고 고자세로 나가면 학교로서도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러면 정작 피해 학생과 학부모가 더 속이 타고 화가 나니 '학교와 싸운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이다. 적어도 학교에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일처리해 주길 바라지만 학교는 피해자의 편도 가해자의 편도 아니다. 가해자나 피해자나 어린 학생들이고 모두가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들이다. 이 학생들의 장래를 보니 성급하게 결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학교마다 폭력이 발생하면 분쟁을 조정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라는 기구가 있다. 그러나 폭력이 발생해도 대개는 위원회도 열지 않고 쉬쉬하며 감추기 일쑤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폭력 발생 뒤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를 조사한 결과 '아무 일도 없었다'는 학생이 41%로 가장 많았다.
☞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구성하여 최대한 협의를 하고 폭력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 학교폭력자치위원회는 교감, 생활지도부장, 학부모회장, 학부모회총무, 1학년학부모대표, 2학년학부모대표, 학교담당경찰, 변호사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폭력 사안에 따라 수시로 모일 수 있는 위원회가 아니다. 학교폭력 사안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회의를 거쳐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학교폭력에 대해 쉬쉬하며 감추려 한다고 하는데, 대통령령으로 정한 '학교폭력자치위원회 규정 제10조, 11조, 18조의 규정에 따른 자치위원회의 회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로 되어 있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누가 회의에서 결정된 일을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닌단 말인가. 피해 학생이나 가해 학생이나 모두 끌어안고 가야할 학교로서는 여러 학생들에게 학부모들에게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 더구나 언론에 잘못 비춰지면 학교의 명예가 급속히 실추되어 오랜 기간 학교 이미지가 나빠서 다른 학교일을 추진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학교는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만이 있는 학교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 다른 학부모들이 있으며, 헤아릴 수 없는 졸업생과 예비 입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의 1차 책임은 가해 학생과 그 부모에게 있다. 그러나 피해 학생이 폭력 당한 사실을 호소해도 사건을 숨기거나 축소하려고만 하는 학교와 교사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학교와 교장·교사들은 이번 판결의 의미를 되새겨 학교폭력 예방에 과거와는 다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
☞ 학교폭력의 1차 책임은 가해 학생과 그 부모에게 있다.고 했는데 학교폭력의 여러 사안을 접하고 나면 이렇게 단정적인 표현은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가해 학생은 다시 피해 학생이 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교육의 눈으로 보면 누구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잘못된 생각의 발상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회초리를 들던 시절에는 가해 학생은 이렇게 했으니 몇 대, 피해 학생은 이런 원인을 제공했으니 몇 대 하면서 모두를 혼냈다. 그러다가 아이들이 반성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선생님들이 제 손바닥을, 제 종아리를 때리며 그래 너희를 잘못 가르친 내가 잘못이라며 학생들을 가르쳤던 것이다.
학교는 미성년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 학생들이 잘못하면 어른들이 모여 협의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모여서 싸우고 토라져 만나려 하지도 않고 남이 대신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육청에, 경찰에, 언론에 호소를 한다. 문제가 터지면 만나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이 학생들이 사회에 나아가 나쁜 어른이 되지 않도록 더욱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점점 커져서 서로에게 상처만 안겨준다면 머지 않은 미래에 벌어질 더 큰 사회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문제를 안고 있는 학교든,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이든 '더 큰 교육'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8/17/2012081702249.html
조선일보 : http://forum.chosun.com/bbs.message.view.screen?bbs_id=106100&message_id=928673¤t_sequence=zzzzz~&start_sequence=zzzzz~&start_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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