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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내가 괴롭힌 아이, 나를 괴롭힌 아이(글-신호현)

원 시 인 2015. 3. 11. 23:46

[학교폭력]

내가 괴롭힌 아이, 나를 괴롭힌 아이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 지났다. 봄볕은 따사로이 새싹을 틔우고 어여쁜 꽃들을 피워낼 것이다. 긴 겨울방학에서 깨어난 아이들이 새 학년을 맞아 새 학교에서 재잘재잘 떠든다. 새로운 선생님과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생활 속에 새로운 꿈을 키워갈 것이다. 올해는 더 이상 큰 사고도 없고 안전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예쁘게 커가길 기원해 본다. 꽃은 아름답게 피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된 내가 지난 학창 시절에 내가 괴롭힌 아이, 나를 괴롭힌 아이를 떠올려 본다. 그 때는 학교가 짐승처럼 폭력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선생님들도 아이들을 회초리로 지도하셨고 아이들은 뒤에서 선생님을 욕하던 시절이었다. 학생들은 선후배 사이거나 친구간에도 학교폭력이 심했다. 남학교에서는 하루에도 몇 건씩 피가 터지는 싸움이 많았다. 일진이 되지 않으면 비굴해지는 학교에서 지지 않으려 우쭐거렸던 시절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나는 우연히 반장이 되었다. 그 때에 반장은 선생님의 권한을 힘입어 반 친구들을 몽둥이로 때리기도 했다. 물론 중1 때 나도 반장으로부터 떠든다고 대걸래 자루로 맞은 적도 있다. 나는 친구들이 떠들면 몽둥이로 위협했다. 그 때 초등학교 때 친구였던 아이가 떠들기에 불러내 때린 적이 있다. 그 아이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에서 그 때 네게 마음에 상처 받았다.’며 이후론 동창회도 안 나왔다.

    또 그 때에 시골에서 다니는 친구 중에 반장인 나에게 맞지 않으려고 내가 친구를 부르면 그 친구는 내게 '네!' 존댓말로 대답을 하며 차렷 자세로 와서 섰다. 지금에 군대도 그럴까. 그 때는 그 친구의 반응이 재밌기도 하고 내가 힘쎄 보이는 우월감에 반장임에도 그 친구를 괴롭히는 재미가 있었다. 툭하면 불러서 심부름도 시키고 심지어는 벌도 주었다. 내 밥이라고 생각했다.

    그 친구를 괴롭히는 일을 그만두게 된 것은 내 친한 친구가 그 친구와 같은 동네에 살았는데 나를 불러 그 친구는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친구이니 괴롭히지 말라.’고 당당히 말했다. 나는 그 이후로 그 친구를 괴롭히지 않았다. 그 친구는 전문계고에 들어가 전문계고 특별 채용에 합격하여 지금 공무원을 하고 있다. 친구라지만 그 때의 일로 그 친구도 연락을 안 하고 나도 먼저 연락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반장이었음에도 나를 괴롭힌 아이가 있었다. 당시 나는 키가 작아 중간 정도였지만 우리 반에서 키가 제일 크고 깡도 제일 센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 때문에 아이들 조용히 시키는데 많이 힘들었다. 한 번은 아이들이 떠들어서 반장으로서 아이들 하나 못 잡느냐!’며 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었다. 그 때 선생님은 덩치도 작고 아이들 휘어잡지 못하는 나를 돕겠다고 떠드는 아이는 이름을 적어서 내라.’고 하셨다. 나는 그 친구의 이름을 적어 쪽지를 드렸다. 그 친구는 교무실로 불려가 선생님한테 혼났다.

    나는 속으로 이제는 그 친구가 고분고분 나의 말을 잘 들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그 친구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는지 그 때 여선생님 수업 중이었는데 필기하시는 사이에 뒷자리에 있던 그 친구 엉금엉금 내 자리로 기어와 연필 깎는 칼을 들고와 내 허벅지에 대고는 너 죽고 싶냐!’며 나를 위협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다시 한 번 더 그러면 죽을 줄 알아!’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학교를 졸업하고 10여년 지나 결혼할 즈음에 나보다 일찍 결혼한 친구가 아이 돌잔치를 한다고 집으로 초대를 해서 나는 서울에서 이천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친구가 거기에 와 있었다. 그 친구는 초췌한 모습으로 너 요즘 뭐하며 지내니?’라고 겸연쩍게 물었다. 서울에서 선생 한다. 너는 뭐하냐?’는 물음에 그 친구는 쓴 소주잔을 들이키고는 처음엔 고등학교 졸업하고 목수를 따라 다니며 기술을 배웠단다. 그러나 힘들어 택시 운전을 했는데 새벽 2시에 갖다 놓고 다음날 새벽 4시에 차를 교대하며 22시간씩 차를 쓰는데 그 친구는 한 시간 일찍 찾아가고 한 시간 더 늦게 갖다 놓으면서까지 열심히 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살기 힘들었다고 쓴 술잔을 다시 들이키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내가 괴롭힌 친구들이나 나를 괴롭힌 친구는 영원히 친구로 남지 못했다. 폭력을 당하는 친구에게는 영원한 상처로 남고 폭력을 행사한 친구에게는 영원한 미안함으로 남기 때문이다. 친구간에 집단 따돌림을 시키고 폭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관계가 깨지는 것이기에 친구가 될 수 없다. 친구로 남아 있는 친구들은 학창 시절에 서로 존중하고 먼저 생각해 주었던 고마운 기억만 남아 있다.

    그러니 지금 학생들도 미래에 친구나 내가 어떤 관계로 다시 만날 줄 모르는 미지의 친구들이다. 친구를 괴롭힌다는 것은 그 친구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것이니 그 친구를 영원히 친구 목록에서 뺀다는 의미로 보아도 지나친 생각이 아닐 것이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준 친구만 친구로 남는 것이다. 주위를 돌아보라! 내가 주위에 만나는 사람들을 얼마나 배려하는지.

    존중과 배려가 봄철에 피어나는 꽃들에게 갈증을 풀어주는 물줄기가 될 것이고, 따뜻한 햇볕이 될 것이다. 따뜻한 봄바람에 꽃잎이 벌어지듯 친구를 칭찬하고 격려하고 상처받는 친구를 위로하면서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친구를 괴롭히는 친구가 있으면 옳지 않은 행동이니 더 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당당히 말해 줄 수 있어야 친구로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신호현 / 시인, 배화여중 교사

 

사진출처 : http://blog.naver.com/m1s0u98908?Redirect=Log&logNo=220246865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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