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시]노인되기-2(詩신호현)

[생활시]                                                           치매-1   노인되기-1

 

노인되기-2

 

 

살며 죽을 뻔한 일이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닐진대

피 쏟으며 정신 몽롱하던 날에

나의 목숨 놓고 간절히 기도했지

 

한 번만 더 살게 하시어

이 세상 더 살아보게 해달라고

나이 오십에 벌써 마침표 찍기엔

완성되지 않은 소설일 뿐이라고

 

하나님은 내게 물었다

할미꽃처럼 서서히 허리 굽혀

꼬부랑 고갯길 넘어가게 해주면

세 가지 각오할 수 있느냐

 

하나는 일하지 않는 가난

둘은 하나둘 고장나는 고통

셋은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고독 

거기에 보너스로 절망과 좌절

 

서서히 늙어가기 위해

지구를 한 바퀴 돌 각오로

걷기와 등산을 열심히 했단다

술 담배 끊고 좋은 것 먹었단다

 

지천명 하늘 뜻대로

항상 겸허하게 살기 위해

천천히 판단하고 느리게 걷는

노인되는 시간을 즐기고 있단다

 

詩 신 호 현

 

사진 : 영화 '워낭소리'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