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김가윤의 정체성 글쓰기]
달이었던 나
1504 김가윤
[과거의 나]
너는 혹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아니? 아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뻔 했지만 결국 동아줄을 타고 해와 달이 된 오누이. 하지만 너희들이 모르는 뒷 에피소드가 있어. 궁금하니? 그럼 들려줄게. 옛날 옛날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중에 여동생이 선녀랑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았어. 그리고 그 아이가 달의 관리자가 되었지. 그 아이의 이름은 이 윤. 이야 그리고 그게 나지. 아, 여기서 끝내면 너무 섭섭한가?
그렇다면 나의 일생 이야기도 잠깐 해야겠지? 나는 점점 성장했어. 달의 영향이었는지 보통 아이들보다는 조금 빨리 성장했기는 했지만. 어느 날, 옥황상제가 나를 불렀어. 왜 불렀는지는 생각나지 않아. 어쨌든 내가 옥황상제에게 불려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달이 습격을 받았다는 거야. 분명 그건 호랑이의 짓이었어. 분명 우리 엄마를 죽일 뻔한 그 호랑이는 아니었지만 분명 그 호랑이와 관계가 있는 다른 호랑이가 달을 습격했을 거야. 나는 그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기절할 뻔 했어, 달이 사라진다니!
다행히 내 능력으로 어느 정도는 복구가 가능했지만 달은 지금도 줄어들었다가 늘어나는 것을 반복하고 있어. 그래서인가 지금도 달이 변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지는 않아. 간신히 달을 복구하고 나서, 나는 호랑이가 한 짓을 두고 보지 못했던 것 같아. 그래서 그랬던 걸까? 나와 호랑이는 엎치락뒤치락 싸웠고, 그 도중에 나와 호랑이는 동시에 큰 부상을 입어서 죽었어. 하지만 나와 호랑이를 불쌍하게 여긴 옥황상제가 우리를 인간으로 환생하게 해 주었지. 여기 내 과거 이야기는 끝나. 여담이지만 지금 달의 관리자는 토끼야. 맞아. 네가 알고 있는 그 달토끼.
[현재 이야기]
그리고 나는 다시 태어났지, 대한민국에서 평범한 아이로. 처음에는 내가 진짜 인간인 줄 알았지. 전생에도 인간이었고, 다음생에도 인간이 될 인간. 하지만 엄마가 한 동화책을 읽어주기 전 까지는 말이야. 엄마는 어린 내가 좋아할 것 같은 표지에 호랑이와 어린 남자아이 하나, 어린 여자아이 하나가 그려져있는 동화책을 책장에서 꺼냈어. 그리고는 나를 무릎에 앉게 하고, 제목을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나는 그 순간 사람이 어떻게 해가 되고, 또 어떻게 달이 되는지는 생각도 하지 않고 책표지의 어린 여자아이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았어.
“우리 엄마”
그리고는 나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어.
‘달의 딸'
그런 나의 행동에 엄마는 그저 어린애들 장난 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 어린애들은 흔히 자신이 남보다 더 뛰어나거나, 남보다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니까. 아마 그때가 나의 전생을 미약하지만 처음으로 깨달은 때였어.. 그리고 나는 점점 자라났어. 크면서 그 기억은 점점 잊혀졌지.
나는 그렇게 쑥쑥 커가서 드디어 중학생이 되었어. 이제 엄마의 품을 조금씩 벗어나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의 첫 발을 내딛은 거야. 나는 친구들하고 같은 중학교에 입학 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지만, 그 이전부터 절친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친하던 친구들은 나와 같은 반이 아니었어. 그리고 좋은 친구들과, 좋은 선생님을 만났어. 내 생각은 아마 그래서 내가 전생을 다시 찾을 수 있었을 것 같아. 여담이지만, 전생을 찾는 동안 내 옆에 있는 친구가, 내가 항상 바라보고, 그 반짝임을 동경했던 별인 것을 알았어. 무슨 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그 친구도 항상 지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알아. 아무튼 전생을 찾으며 많은 일들이 있었어.
다른 친구의 전생과 다음 생을 의도치 않게 알게 된 것 이라던지, 다른 친구가 내 전생을 알아버린다던지... 라는 것 말이야. 그렇게 전생을 알고 난 후의 내 중학교 생활은 평화롭게 흘러갔어. 그렇게 중학교 졸업을 하고, 아무 탈 없이 고등학교에도 진학을 하고, 수능을 봤지. 그리고 늘 그렇듯이 대학을 가고, 대학에서 연애를 해서 내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아이도 쑥숙 커가 결혼을 했어. 내 아이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또 그아이가 자라 아이를 낳았을 쯤 나는 죽었어. 말그대로 죽었어. 그리고 또 태어났지
[미래의 나]
20XX년, 미래에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어.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나, 그러니까 나의 전전생으로 갔어. 마침 전전생의의 내가 옥황상제와 이야기하고 있었어. 나는 전전생의의 나를 툭툭 쳐보았지만 소용이 없어. 전전생의 나는 그저 옥황상제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지금의 나는 어찌할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 그러더니 한 소년이 달려왔어. 나는 불길한 느낌이 들어 소년의 말을 귀 기울여 듣고 있었지. 그 소년은 할참을 숨을 고르더니 이렇게 말했어.
“상제님! 달의 관리자님! 큰일이에요! 호랑이가...”
나는 호랑이라는 말을 듣고는 몸이 굳어 버렸어. 그...때 그 호랑이인건가? 그러자 옥황상제가 전정생의 나에게 말을 걸었어.
“빨리, 빨리 가봐! 달이 위험하잖아!”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뵐께요!‘
사실 지금의 나는 내가 이대로 죽는 것을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내 죽음을 막을 실낱의 희망에 내 목숨을 걸어볼거야. 그리고 전전생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동시에 뛰어갔어. 전전생의 나는 달을 복구하려고 갔고, 지금의 나는 이 상활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갔어. 전전생의 내가 달을 다 복구했을 쯤, 호랑이가 전전생의 나에게 덮쳐왔어. 그리고 전전생의 나와 호랑이는 또 싸우기 시작했지. 한참 싸우고 있을 때, 호랑이가 전전생의 나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렸어.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걸 내 몸으로 막아내고, 호랑이에게 한방을 날렸지. 그렇게 나는 영화처럼 죽었어, 아니 거기에서 죽은건 나 혼자가 아니었어. 나와, 전전생의 나와, 그리고 호랑이. 나는 죽기 전에 한마디를 속삭였어.
“이제 끝났다.”
그리고 세상이 캄캄해지고 모든 것이 끝났어. 아니, 나는 눈을 떴어.
‘여긴 어디지? 다시 환생한건가?‘
“어머, 우리 아가. 이곳은 달이란다. 앞으로 너와 이 엄마가 살 곳이지. 우리 아가가 태어났으니 이름을 지어 주어야겠지? 음..... 이제 내가 너를 이 윤. 이라고 부르마.
‘안돼. 그럴수는 없어. 안돼 . 그동안의 희생이, 전생의 내가 죽은게, 다 아무것도 아닌거야?'
그렇게 나는 끝없이 죽고, 또 태어나고, 또 죽으며 살았어. 끊을 수 없이.
[소감문]
나의 전생과 현생, 그리고 다음 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쓰다 보니다 배드엔딩이 되었군요. 만약 환생이 있다면, 이 이야기처럼 비극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찌됬든, 행복하게 사는게 최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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