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전세중 동요 노랫말의 문학적 가치
- 시인, 문학평론가 신 호 현
1. 도입-동요의 문학적 가치
문학(文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똑똑한 체 할 때 아동문학(兒童文學)을 가볍게 여기는 우스운 경향이 있다. ‘동요는 문학성이 있는가.’라며 살짝 의심의 꼬리로 상대를 떠보고 논란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더 나아가서는 ‘동시는 문학성이 떨어진다.’, ‘동시는 문학성이 없다.’라고 함부로 규정하려 들거나 폄훼하려 든다. 그래서 정작 아동문학을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으로 우스운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문학의 가치는 ‘비유’, ‘상징’, ‘반어’, ‘역설’, ‘풍자’라고 강조하려 한다. 여기에 더해 시는 리듬, 함축, 낯설게 하기 등도 포함한다. 자신들의 문학적 입지를 넓히려고 이미 입지를 확보한 문학에 새로운 가치와 잣대를 들이대면서 상대를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것이다. 문학적 가치의 잣대는 더 나은 문학을 추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편협적인 사고로 가치의 잣대를 들이대면 내가 내세우는 가치도 역시 편협 된 가치일 뿐이다.
문학의 가치는 크게 시대적, 공간적 특징에 따라 가치가 부여된다. 문학이 태동되던 시기에 기록된 작품들을 현대의 가치로 평가하려든다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또한 공간적으로 처한 상황에 따라 문학의 가치와 효용성은 다른 것이다. 똑같은 사물이나 사건, 사람을 보더라도 어려서 본 것과 어른이 되어서 본 것이 다르듯 문학의 효용과 가치는 다르다.
우리가 동요나 동시는 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앞에서 제시한 ‘비유’, ‘상징’, ‘반어’, ‘역설’, ‘풍자’의 5가지 기법에 리듬, 함축, 낯설게 하기 등이 약하다 하여 문학적 가치가 떨어진다고 하지만 문학작품의 대상이 향유하는 효용적 가치가 크다면 문학적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문학이라도 언어가 달라 향유할 수 없다면 문학으로서의 가치가 없듯 ‘비유’나 ‘상징’이 지나치게 고도화 되어 대중이 향유할 수 없다면 문학으로서의 가치 또한 낮다고 볼 수 있다.
동요나 동시는 그 대상이 말 그대로 어린 아이들을 위한 노래요, 시이니 어린 아이 수준에 맞게 쓰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이런 글을 어른들의 눈높이로 평가하여 폄훼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논리이겠는가. 어른의 눈높이로 살다가 다시 노인이 되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개별적 사고에서 일반적 사고로 보편화된다고 생각하면 노인이 된다는 것은 ‘다시 어린이’가 되는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눈에 비친 어린 아이의 세상은 다시 신기롭고 새로운 세상이다. 어찌 시와 노래로 찬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시 어린이가 된 어른들은 어린이처럼 시를 쓰고 어린이처럼 노래를 하게 된다. 그것이 동시요, 동요이다. 문학적 기법보다 눈높이를 맞춘 표현이다. 문학이 어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면 효용적 차원에서 어린이를 위한 문학은 충분히 문학적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동요나 동시는 교훈적 가치까지 지녀 문학을 향유하는 가치 이상으로 교육적 가치까지 지녔다고 볼 수 있다.
칸트는 인식론에서 인식의 기초는 감성이라 한다. 감성은 시에 있어서 중요하다. 감성을 전제로 이성을 사유한다면 인간과 세계를 잘 파악하는 태도라 한다. 인식론에서 볼 때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 같은 변화의 사고가 필요함이다. 시인에게 따뜻함이나 가족주의적인 것 그리고 국가관, 고독과 외로움, 순수함과 분노가 시의 바탕이 되고 그 바탕으로 시의 완성도가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세중 동요 노랫말은 삶의 서정성과 숭고한 감성이 칸트의 인식론에 부합된다.
아동문학가이며, 시조 시인, 수필가, 칼럼리스트, 역사연구가, 사진작가, 동요·가곡 작사가이기도 한 전세중 시인은 1952년 경북 울진군 봉평리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울진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거쳐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불타는 인형’으로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최우수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2004년 '남한산성 수어장대' 로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되었다. 2006년『오늘의 동시문학』신인상을, 2007년 '할머니와 느티나무'로 공무원문예대전 동시부문 최우수상으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공무원문예대전에서 모두 6회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는『열린시학』신인작품상이 있다.
그 외에도 서울소방학교 소방혼탑에 순직소방공무원을 추모하는 자작시 ‘늘 푸른나무’가 새겨졌고(2007), 천안 중앙소방학교 경내에 ‘불타는 인형’시비(2012), 고향 울진 봉평리에 ‘봉평가고 싶어라’ 자작 시비가 세워졌다. 그리고 국무총리 모범공무원상, 울진문학상 대상(울진신문사, 2014), 산해문화상(울진문화원, 2018), 2019KBS창작동요대회 노랫말 우수상, 아름다운글문학상(2021)을 수상했다. 전 시인이 고향에 애착을 가지고 울진 12경을 노래한 ‘울진 아리랑’은 박범훈 전 중앙대학교 총장이 국악으로 곡을 붙여 울진의 노래로 사랑을 받고 있다.
전 시인은 몇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시민안전체험관장으로 근무하면서 서울시정연구논문 공모에 참가했다.「안전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한 외국 관광객 유치 증대 방안」이 우수논문으로 선정되어 2009.시정연구논총『서울터전』제16권 통권 43호에 게재되었다. 같은 해 한국산업기술원에서 논문 공모에 응모한「안전체험교육의 실용화 증대 방안에 관한 연구」(제5회 우수소방논문상 수상논문집, 2009)가 우수 논문으로 선정되었다. 또「안전체험 프로그램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소방연구논문집, 중앙소방학교, 2011) 논문을 발표하여 국민 안전의식을 높이는데 힘써 왔다.
지금은 시의 향기 회장, 한국문인협회 문학사료 발굴위원이며, 나라사랑문인협회·송파문인협회 부회장, 한국아동청소년협회 운영위원, 작악회·한국가곡작사가협회·대한민국순국선열유족회 이사, 울진신문사 집필위원, 솔바람동요문학회·울진문화원 회원으로 문단활동의 전성기를 지내고 있다.
저서는 동시집 ?걸어오길 잘했어요?(2010), 시조집 ?봄이 오는 소리?(2013), 시집 ?민달팽이 자서전?(2016) ·『세계 최대의 신도시』(2018), 서화집『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2019), 수필집?아름다운 도전?(2011), ?어느 소방관의 이야기?(2013), ?인생 시간표?(2015), 학술서로『울진 결세항쟁과 정미의병』(2019),『전세중 논문집』(2022), 여행기 ?인도 여행?(2012),『북유럽은 여유롭다』(2020), 악보집으로 가곡모음악보집『시인의 노래』(2020), 동요모음악보집『소나기청소부』(2020), 음반으로는『가곡모음 제1·2집, 시인의 노래』(34곡, 2020) 등이 있다.
전세중 시인은 시집뿐만 아니라 여행기, 수필, 시화집, 학술서, 노랫말 악보집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집을 출간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시인의 증조부 전배근(田培根) 선생께서 구한말 울진·평해·삼척·봉화 지역에서 의병장으로 활동하였기 때문에 이에 관련한 독립운동 논문도 발표되었다, 2018년 11월 17일 경북독립운동기념관에서「한말 울진결세항쟁이 의병전쟁에 미친 영향」을 발표, 연이어「울진군 매정마을의 독립운동 전개 양상」(월간순국 통권 350호, 2020.3),「울진불영사 을사의병 거의 의미」(월간순국 통권 370호, 2021.11), 를 발표하면서 독립운동 분야 논문과 소방행정 분야 논문을 묶어『전세중 논문집』(2022)으로 출간했다. 시인은 작사뿐만 아니라 작곡에도 공부 중에 있어 조만간 전세중 동요 작사·작곡 독집 음반을 낼 계획이라 한다. 앞으로 작곡가로서 행보가 주목 된다.
전세중 시인이 아동문학가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는 데는 시인만의 특유한 서정적 정서가 작품 속에 녹아나고 있다. 정서는 크게 도시적 정서와 시골적 정서로 나눠지는데 전 시인은 경북 울진 죽변면 봉평리 출생으로 어려서 맑은 눈에 동해바다의 서정적 정서가 심정으로 들어와 '사물을 따뜻하고 정감 있게 바라보는 특별한 시골적 정서'를 품고 서울에서 살았다. 시골적 정서를 가지고 도시에서 살면서 도시적 정서를 가진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몸은 서울에 있어도 가슴에는 끊임없이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일렁거렸을 것이다.
2. 전개-작품 들여다보기
전 시인의 작품 몇 작품을 살펴보면서 서정적 정서의 단편을 살펴보자. 여기서 살펴보는 작품은 전 시인의 수많은 작품 중 일부이지만 그 작품들에서 읽을 수 있는 전 시인의 작품 특성을 뽑아내 보자. 물론 다소 주관적 평가일 수 있지만 평론가의 주관성이 글로 쓰여 지면서 사람들에게 읽히고 긍정의 평가를 받으면 평가의 객관화가 형성되는 것이다. 작품을 읽으면 읽을수록 전 시인의 작품성이 우수하고 매력적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될 것이다.
1) 일기쓰기로 정서표출을 익힌 시인
우리 가족 오손도손 둘러앉아 일기 써요
저녁 한 때 눈빛 오가는 행복한 시간
나와 동생은 친구들과 뛰놀던 일
엄마는 차근차근 집안일과 가족 사랑을
아빠는 또박또박 땀에 젖은 일터 얘기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일기를 써요
하루하루 재밌어요 꿈이 크는 일기 쓰기
이 다음 펼쳐보면 내 마음의 사진첩
오늘도 뿌듯해 꾸중 듣고 칭찬 받은 일
자랑하고 싶은 얘기 숨겨두고 싶은 얘기
서로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가족 일기
행복한 내일을 꿈꾸며 일기를 써요
― 「우리 가족 일기」 전문
편지쓰기와 일기쓰기는 어려서 마음속에 서정적 정서를 글쓰기로 표출해 내는 중요한 도구이다.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짓듯, 거미가 거미줄을 뽑아 거미집을 짓듯 자신의 내면에 지닌 정서를 글로 쓰는 연습을 하는 도구이다. 전 시인이 저녁때마다 가족끼리 일기를 쓰고 있는 현실을 시로 노래하고 있다. 편지쓰기와 일기쓰기는 어릴 때부터 생활화해서 몸에 글쓰기가 체득되면 어른이 되어서도 내면에 움직이는 영감을 떠올려 글로 표출하는데 무리가 없다. 전 시인은 아이들과 일기쓰기를 통해 엄마 아빠도 글을 쓰는 모범을 보여주었고, 가족 전체가 일기를 쓰고 서로 공유하면서 가족 간에 일어나는 서정적 정서를 공유하면서 가족으로서의 끈끈한 애정을 이어왔던 것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 최고의 소통과 화합으로 가족 간에 갈등과 오해를 극복하여 행복한 가정 분위기를 누렸을 것이다.
제목은 ‘우리 가족 일기’라는 제목으로 '우리 가족 오손도손 둘러앉아 일기 써요 / 저녁 한 때 눈빛 오가는 행복한 시간' 이라고 시작하고 있다. '엄마는 차근차근 집안일과 가족 사랑을 / 아빠는 또박또박 땀에 젖은 일터 얘기'를 가족 간에 공유하는 모습이 어린 아이의 눈을 통해 노랫말로 그려지고 있다. 이 노래에서 '꿈, 칭찬, 자랑, 사랑, 행복' 등 서정적 정서를 상승시키는 단어들이 서로 행복하게 엮어져서 시인의 가슴을 꽉 채워주는 모습이 보인다. 이러한 시인의 정서는 어른이 되어서도 일기를 쓰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2016년 1월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여 하루도 그르지 않고 매일 하루 일과를 지금까지 기록하고 있다. 어쩌면 생이 끝날 때까지 일기를 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일기검사를 하는 것은 학생인권에 위배 된다'(2005, 국가인권위원회)는 판결로 일기쓰기 교육이 위축되고 가족 간에 일기쓰기와 편지쓰기가 단절되면서 가족 간에 서정적 정서가 메말라지고 서정적 정서가 자리해야 하는 가슴 중앙에 부모 자식 간에, 부부 간에, 형제간에 오해와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시인은 어릴 적 추억을 되살려 어린 아이들에게 노래로써 가르치고자 일기쓰기를 소재로 노랫말을 썼던 것이다. 학교 교육이 잃어버린 일기쓰기 교육, 가정교육에서 사라진 일기쓰기 교육을 동요를 불러 교시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해야 하나. 학교교육과 가정교육은 동요조차 부르지 않아 아이들의 서정적 정서를 잃어가고 있으니까.
2) 뛰어난 관찰력의 시인
아침부터 내려요 소나기가 동동동 딩동딩동
산과 들에 후두두 소리치며 봉봉봉 송송송송
앞마당도 청소하고 먼지 낀 창문도 청소해요
답답한 내 마음까지도 시원하게 씻어주어요
랄랄라 랄랄랄라 도레미파 봉봉봉 솔라시도 송송송
높은음 낮은음으로 청소하는 멋쟁이 청소부
한낮에도 내려요 소나기가 동동동 딩동딩동
꽃밭가득 후두두 소리치며 봉봉봉 송송송송
도랑물도 뚫어주고 목마른 나무도 적셔주어요
속상한 내 마음까지도 촉촉하게 바꿔주어요
랄랄라 랄랄랄라 도레미파 봉봉봉 솔라시도 송송송
높은음 낮은음으로 청소하는 멋쟁이 청소부
― 「소나기 청소부」 전문
'소나기 청소부'는 2019년 KBS창작동요대회에서 ‘즐거운 아이들’ 중창단이 노래를 불러서 노랫말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 시인의 고향인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 마을 뒷산에는 대나무와 숲이 우거지고 앞마당이 비교적 넓었는데, 소나기가 내리면 방울이 줄지어 모습이 신기해서 시인은 한참 동안 바라보곤 하였다고 했다. '동동동 딩동딩동 봉봉봉 송송송송'은 소나기의 청각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표현된 의성어이다.
마치 소나기가 세상을 청소하기 위해 초인종을 누르듯 재미있게 표현하였다. 어린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을 하면 즐겁게 들려오는 효과음과도 닮아 노래를 들을 때마다 아이들의 어깨가 으쓱거리게 한다. 시인은 소나기가 내리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면 '앞마당도 청소하고 먼지 낀 창문도 청소해요', '도랑물도 뚫어주고 목마른 나무도 적셔주어요'라는 모습을 통해 '답답한 내 마음까지도 시원하게 씻어주어요', '속상한 내 마음까지도 촉촉하게 바꿔주어요'라는 정서를 표현했다. 자연을 통해 시인의 정서가 씻겨 지는 모습을 담은 노래로 아이들의 가슴도 시원하게 청소를 해줄 것을 소망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래서 '소나기 청소부'는 '멋쟁이 청소부'이다.
골짜기 나무뿌리 돌고 돌아 바위샘 되었네
이른 아침 둥근 해님이 잠깐 얼굴 담그고
졸졸졸 샘물 곁에 꽃잎이 재밌게 물놀이 하네
동동동 나뭇잎이 타고 가네 마알 간 산골 물 따라
도랑물 모여모여 송사리 피라미 떼 만나서
시냇물에 맴돌이하다 둥근 해 띄우러 바다로 가요
― 「샘물이 모여서」 전문
전 시인의 어릴 적 고향이 울진 농촌이라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정겨웠다. 도랑물 내려가는 데서 미꾸라지 붕어를 잡았고 마을 앞은 바닷가라서 아침이면 동해에서 뜨는 해를 보며 시인은 꿈을 키웠다. 나무들은 물이 필요해서 골짜기로 몰려들지만 정작 뿌리 사이로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물을 내뿜어 내는 듯하지요. 그 물들이 모이고 흘러 바위샘도 되고 시냇물이 되지요. 시냇물에는 봄꽃들이 먼저 피어 꽃잎들이 춤추며 흐르고, 뒤늦게 솟아난 나뭇잎들이 졸졸졸 따라가지요. '도랑물 모여모여 송사리 피라미 떼 만나서 / 시냇물에 맴돌이하다 둥근 해 띄우러 바다로 가요'라는 표현으로 시냇물은 시인의 시야에서 멀어지지만 시인은 바닷가에 일출을 떠올리며 꿈을 키웠을 것이다.
어린 아이 때 보았던 바위샘이 시냇물 되고, 시냇물이 자라 강물이 되고 바다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어른이 된 시인은 그 물들을 가슴에 품어 세상에 불을 끄는 소방관이 되었다. 세상에 마귀처럼 붉게 번지는 화마를 잠재우는 힘은 어릴 때 보았던 '골짜기 나무뿌리 돌고 돌아 바위샘'이었을 것이다. 그 샘물이 파도가 되고 폭풍으로 일어 '화마'를 덮었을 것이다. 시인은 '둥근 해'를 띄우듯 세상에서 뜨겁게 일을 했을 것이다.
하얀 이슬 말간 이슬 풀잎 위에 동글동글
이슬이 동글동글 풀잎 닮아 파란색 되었네
밤새도록 대롱대롱 그리움 가득 쳐다보다가
아침 햇살 살포시 안아주면 반가움에 반짝반짝
그래그래 너희 마음 곱구나 아침이슬 곱구나
햇님이 다가와 칭찬하면 어디론지 숨어버리네
― 「이슬」 전문
아침 숲길을 걷다가 잎 새 사이 맺힌 투명한 이슬은 청순하면서도 아름답기만 하다. 시인은 이슬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표현할까. ‘이슬이 동글동글 풀잎 닮아 파란색 되었네’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 이슬에는 '밤새도록 대롱대롱 그리움'이 담겨 있다. 그리움을 안아 주듯 '아침 햇살 살포시 안아주면' '어디론지 숨어버리'는 이슬로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관찰력으로 승부한다. 같은 대상을 바라보면서도 일반인들은 '아침 이슬이 햇빛에 말랐구나'라고 말해버리는 순간 그 생각조차도 달아난다. 그런데 시인은 이슬을 바라보면서 '모양', '크기', '빛깔', '냄새', '소리', '맛', '느낌'을 떠올린다. '오감'을 열어 대상을 바라보면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그 대상은 기지개를 펴고 살아난다. '모양'을 내서 '동글동글', '대롱대롱' 자태를 뽐내기도 하고 '빛깔'을 내서 '파란색'으로 '반짝반짝'거리기도 한다. '냄새'를 내서 세상을 구수하게 하기도 하고, '소리'를 내서 '그래그래' 칭찬하는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그러면 시인은 관찰을 통해 떠오른 그 순간의 정서를 연습장에 기록한다. 이것이 시의 바탕이 되는 것이고 집에 가서 동시나 동요로 형식을 고려하여 정서하면 작품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시인들의 관찰력이나 연습장에 기록하는 모습이 '귀찮다', '미쳤다'라고 말해버리겠지만 그런 삶에는 감동이 없다. 시인은 이런 작은 감동으로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힘을 가졌다.
3) 서정적 정서를 품은 시인
뭉게구름 피어나는 오솔길 걸어보자
오솔길이 멋있다 고불고불 멋있다
자꾸자꾸 걸어보면 고부라진 소나무
휘어진 가지마다 초록색 솔 이파리
고불고불 오솔길 곡선이 참 좋아요
푸른 들판 펼쳐지는 강가를 걸어보자
강줄기가 멋있다 굽이굽이 멋있다
자꾸자꾸 따라가면 구불구불 물줄기
저 만치 강둑위로 일곱 색 무지개
구불구불 강줄기 곡선이 참 좋아요
― 「곡선이 좋아」 전문
이 노랫말을 보면, 오스트리아의 화가이면서 건축가였던 훈데르트 바서(1928-2000)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산업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을 보며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직선을 배척하고 곡선을 옹호했다. 그는 현대인의 직선은 감옥이라 생각해서 그의 그림에는 직선이 없다. 그의 건축에도 역시 직선은 없다. 전 시인은 자연을 관찰하면서 바서와 같은 생각으로 우리가 사는 공간이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직선은 예리하고 날카롭지만 곡선은 부드럽고 여유가 있어 우리들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위에서 보면, 오솔길, 소나무, 강줄기, 무지개, 같은 곡선을 노랫말로 표현했다. '고불고불 멋있다', '곡선이 참 좋아요'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시인의 시골적 정서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노랫말을 통해 시인의 성품도 엿볼 수 있다. 상대의 잘못을 무 자르듯 자르는 것이 아니라 둥글고 부드럽게 아우르는 성품이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이 직성과 직각으로 상품을 만들어 내지만 하나님은 둥글고 부드럽게 세상을 창조하셨다. 자연물에 어느 것 하나라도 직선이 있는가. 인간은 자로 재듯 저울로 재듯 같아야만 하고 조금 다르면 불량품으로 간주한다. 반면 시인은 '고불고불 멋있다', '곡선이 참 좋아요'라고 표현하고 있다.
마당가에 앉아서 밤하늘을 쳐다봐요
별들이 모여앉아 반짝반짝 소근소근
저 멀리 하늘 꽃밭에 꽃처럼 피어요
내 가슴에 꽃 피어요 송이송이 예쁜 꽃
조팝꽃이 반짝반짝 라일락이 소근소근
아름다운 하늘꽃밭 내 가슴도 파란 별꽃이
마루 위에 누워서 별 하늘을 바라봐요
내 별이 어디 있나, 내 꽃은 어디 있나
저 별이 내 별이다 일어나 손 흔들어요
내 가슴에 다가와요 반짝반짝 하늘 꽃
앵두꽃이 빠알갛게 살구꽃이 몽실몽실
아름다운 하늘꽃밭 내 마음도 파란 별꽃이
― 「하늘 꽃밭」 전문
시인이 어릴 적 시골에서 바라본 밤하늘은 반짝이는 별들로 아름다웠다. 여름이면 바닷가 백사장에서 자리를 깔고 누우면 밤하늘이 온통 노오란 별들의 축제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스르르 잠이 든다. 잠들다 다시 깨어보면 하늘은 다시 꽃밭이다. '조팝꽃이 반짝반짝 라일락이 소근소근 / 아름다운 하늘 꽃밭 내 가슴도 파란 별꽃이' 낮에 보았던 조팝꽃도 피고 라일락도 핀다. 내 가슴에 파아란 별꽃이 까아만 밤하늘에 온통 핀다. 밤마다 펼쳐지는 별꽃축제는 한여름의 더위도 식혀주고 아름다운 동심이 자란다.
'내 별이 어디 있나, 내 꽃은 어디 있나 / 저 별이 내 별이다 일어나 손 흔들어요' 별을 보면 밤새도록 눈 뜨고 지내도 즐겁다. 눈 감아도 별이 꿈속에서 보인다. 내 꿈을 찾듯 내 별을 찾는다. 저 많은 별들 중에 내 별을 찾는 마음은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라는 시를 연상케 한다.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어려서 시골에 자란 사람들의 공통적인 정서이다. 그 별들을 꽃밭에 비유하여 별 하나하나를 '앵두꽃', '살구꽃'에 비유했다.
넓고 넓은 바다에는 파도가 대장 노릇하지요
아가파도 뛰어가다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돌고래가 바다위로 마음대로 뛰어놀도록
가슴열고 두 팔 벌려 하아얗게 파아랗게
바다 식구 힘껏 어울리게 파도가 대장 노릇하지요
파도대장 뛰어노는 넓은 바다 나는 나는 좋아요,
― 「파도가 대장 노릇하지요」 전문
시인은 울진 바닷가에 살면서 해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살았다. 바람 불면 살아 움직이는 바다는 마치 어린 아이들 골목대장 놀이를 보는 듯하다. '넓고 넓은 바다에는 파도가 대장 노릇하지요' 파도는 대장이 되어 마구 휘몰아치기도 하지만 '아가파도 뛰어가다 넘어지면 일으켜주고' 때로는 아기 파도를 일으켜 주기도 하면서 사이좋게 논다. '돌고래가 바다위로 마음대로 뛰어놀도록' 멀리 보이지만 가까운 친구 같은 돌고래가 뛰어놀면 파도는 돌고래의 친구가 되어준다.
바다를 바라보면, 파도대장을 잘 다스려 바다는 왕이 된다. 고요하고 잔잔한 인품의 바다를 닮아 리더십을 키웠을 시인. 때로는 거친 파도로 세상을 덮지만 시인은 한 번도 화를 내어 본 적 없는 잔잔한 성품을 지닌 시인의 모습을 본다. 바다는 어른들에게는 많은 상처를 남겼을지라도 개구쟁이들에게는 친근하고 다정한 친구이다. '파도대장 뛰어노는 넓은 바다 나는 나는 좋아요' 시인은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며 깊은 마음으로 좋아한다.
4) 자유로운 꿈을 꾸는 시인
멀리 멀리 날고 싶어 마음대로 날고 싶어
하늘은 얼마나 높을까 궁금해 정말 궁금해
구름은 어떤 모양일까 랄라
살짝살짝 만져 볼 꺼야 랄라
그래그래 더 높이 날아올라 랄라
꿈을 찾아 신나게 다닐 거야 랄라
나는 나는 멋진 탐험가 새로움을 찾아 동동
날아라 비눗방울 둥글둥글 날아라
높이 높이 날고 싶어 못가본데 가고 싶어
저 위엔 누가 살까 궁금해 정말 궁금해
바람은 어디서 불어올까 랄라
멀리까지 붙잡을 볼 거야 랄라
요리조리 살피며 날아올라 랄라
꿈을 향해 힘차게 다닐 거야 랄라
나는 나는 멋진 탐험가 예쁜 꿈을 찾아 동동
날아라 비눗방울 살랑살랑 날아라
― 「꿈꾸는 비눗방울」 전문
비눗물을 풀어 비눗방울 날리면 어린아이들이 신난다. 비눗방울이 동그랗게 부풀면 마치 시인의 꿈이 부풀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기분이다. '하늘은 얼마나 높을까 궁금해 정말 궁금해 / 구름은 어떤 모양일까 랄라' 하늘과 구름을 만져 보고 싶을 것이다. 그 위로 더 날아오르면 꿈을 찾아 날아다니는 탐험가가 될 것이다. 탐험가가 되면 못 가본 곳을 날아다니며 신나게 탐험을 할 것이다. '바람은 어디서 불어올까 랄라' 바람은 어디서 불어오는지 달려가 볼 것이다. '요리조리 살피며 날아올라 랄라' 바람을 귀찮게 따라다닐 것이다. 비눗방울이 꿈을 찾아다니는 탐험가가 되는 이야기를 노랫말로 써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인은 '사실'을 따지는 자연과학자가 아니다. '이상'을 추구하는 '인문학자'이다. 바람을 따라다니며 '요리조리 살피'더라도 시인의 입에서는 '풍속과 방향'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꿈과 희망'이 나오는 것이다. 비눗방울이 어느 '농도'에서 크게 펴지고 높이 나는 가를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눗방울 속에 그려지는 '무지개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시인은 '돈과 직업'에 얽매이는 삶이 아니라 '평화와 행복'을 좇는 이상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전 시인은 참으로 행복한 세상을 살아왔을 것이다.
5)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시인
바다에는 개구쟁이 파도가 내기를 하지
누가 먼저 모래밭에 달려가나 달리기하며
일어섰다 넘어지고 넘어졌다 일어서는 오뚜기지요
쉼 없이 일어서고 달려가는 오뚜기 파도
멀리멀리 백사장이 결승점 힘차게 달려가지요
바다에는 개구쟁이 파도가 달리기 하지
반짝이는 모래밭이 보인다고 철썩이는 소리
뛰어가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뛰어가는 오뚜기지요
멈춤이 없다면서 앞만 보는 오뚜기 파도
반짝반짝 은빛모래 결승점 숨차게 달려가지요
― 「오뚜기 파도」 전문
시인은 동해 바닷가에 살면서 햇빛에 반짝이는 모래밭을 달리며 놀았다. 먼 수평선 너머 보이지 않은 세상의 행복을 꿈꾸며 파도와 달리기를 한다. '바다에는 개구쟁이 파도가 내기를 하지' 어려서 개구쟁이 아닌 어린이가 있었을까. 시인은 자신이 개구쟁이였을 텐데 살짝 '개구쟁이 파도'라고 하면서 간접 고백을 한다. '일어섰다 넘어지고 넘어졌다 일어서는 오뚜기지요' 파도는 일어섰다 넘어지고 넘어졌다가는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 같은 모습에서 시련을 견디는 기백을 배웠다. '오뚜기 파도'는 파도뿐이 아니라 시인 자신이 오뚜기 같은 삶을 살아왔음을 노래하고 있다.
'멈춤이 없다면서 앞만 보는 오뚜기 파도' 시인은 멈춤이 없이 달려왔다. 소방관이라는 바쁘고 힘든 일을 하면서도 논문을 써서 더 좋은 세상을 끊임없이 갈구했다. 파도를 만나면 파도와 힘겨루기 하듯 세상의 파도와 힘겨루기 하며 쓰러지지 않고 오뚜기처럼 살아왔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동시를 쓰고, 동시를 노래로 만들었다. 힘들고 지칠 만도 한데 쓰러지는 법이 없다. 파도에게서 배운 삶의 철학이다.
숲속을 걸어요 라라라라 흥겨운 노래로
돌돌돌 굴러가는 내 노래 따라 부르는 듯
쪼롱쪼롱 쪼롱쪼롱 새들이 함께 불러요
솔솔솔솔 솔솔솔솔 솔바람도 휘파람노래
졸졸졸졸 졸졸졸졸 도랑물도 마알간 노래
숲속의 노래 발걸음도 사쁜사쁜 가벼워져요
숲속을 걸어요 라라라라 즐거운 노래로
돌돌돌 퍼져가는 내 노래 따라 부르는 듯
소쩍소쩍 소쩍소쩍 소쩍새도 함께 불러요
찌르르륵 찌르르륵 풀벌래도 동그란 노래
한들한들 한들한들 풀잎들도 새잎의 노래
숲속을 걸어요 온 세상이 파릇파릇 아름다워요
― 「숲속의 노래」 전문
시인은 숲속에 가면 즐겁고 신날 수밖에 없다. 만나는 나무, 풀, 돌, 새들, 솔바람, 도랑물 등 모두가 친구들이다. 시인이 노래하면 모두가 따라 노래한다. 따로따로 독창을 할 때도 있지만, 중창을 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대자연이 모두 입을 벌려 합창을 한다. '숲속을 걸어요 라라라라 흥겨운 노래로 / 돌돌돌 굴러가는 내 노래 따라 부르는 듯 / 쪼롱쪼롱 쪼롱쪼롱 새들이 함께 불러요' 숲 속에 가면 시인만 즐거워 노래 부르는 것이 아니다. 돌들도 노래하고 새들도 노래를 한다. 솔바람은 휘파람을 불고, 도랑물도, 풀벌레도 노래를 부른다. '숲속을 걸어요 온 세상이 파릇파릇 아름다워요' 그러니 시인은 숲속을 거닐면 온 세상이 아름다운 것이다.
시인은 자연을 관찰하고 자연과 친구가 되고 자연 속에서 무한 긍정을 노래하고 있다. 시인은 그대로 어른이 되어 모두가 친구들이다. 도시 속에 전봇대, 신호등, 자동차들도 친구들이다. 시인은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붙임성을 가지고 있다. 시인의 어려서 만난 대자연의 친구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키웠기 때문이다. 한껏 외로운 도시 속에서도 다가오는 물건들마다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 도시에서 무척 외로웠을 테지만 친구들 때문에 견디며 노래하고 춤추며 살았을 것이다.
6)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
솔솔솔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에
지금쯤 할머니 집은 예쁜 꽃이 피어나겠지
앞산에는 빠알갛게 고개 드는 진달래꽃이
뒷산에는 빠알갛게 얼굴 드는 산철쭉꽃이
꽃이 필 때 생각나요 내 마음의 그 꽃동산
솔솔솔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에
지금쯤 외가 집은 예쁜 꽃이 피어나겠지
앞마당엔 눈이 부신 하얀 살구꽃이
뒷마당엔 자랑하듯 분홍색 복숭아꽃이
꽃이 필 때 그려봐요 내 마음의 그 꽃동산
― 「꽃이 필 때」 전문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제목이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시인이 어려서 시골에서 하늘, 바람, 별, 꽃, 나무 등을 보지 않았다면 시인이 될 수 있을까. 전 시인은 도시에서 살면서도 눈을 지그시 감으면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에 있는 고향집이 떠올렸을 것이다.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심상이 시가 되는 것이다. ‘지금쯤 할머니 집은 예쁜 꽃이 피어나겠지’는 언제나 고향집을 지켜주시고 계실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렸다. 할머니는 돌아가셨어도 시인의 가슴에는 늘 할머니가 살아계셔서 손주들을 기다린다고 말한다. 봄이면 '앞마당엔 눈이 부신 하얀 살구꽃이 / 뒷마당엔 자랑하듯 분홍색 복숭아꽃이' 피어 있다. '앞산에는 빠알갛게 고개 드는 진달래꽃이 / 뒷산에는 빠알갛게 얼굴 드는 산철쭉꽃이' 피어 있다. 실제 전 시인 고향집 담벼락 가에는 조그만 화단이 조성되어 있었다.
도시에서 황량한 아스팔트 위를 걷거나 회색빛 빌딩숲 사이를 걷다보면 아련히 떠오르는 진달래 산철쭉이 그립다. 즐비하게 주차된 자동차들 대신 살구꽃, 복숭아꽃이 눈에 선하다. 사실 시골 풍경이 도시보다 단순하고 지루한 것 같은데 오히려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시골 풍경이 항상 같은 도시 풍경보다 화려하다. 철마다 떠오르는 그리움의 대상이 다르고 다채롭다. 다양한 꽃들만 헤아려도 행복한데 나무들도 꽃과 열매로 행복하다. 또한 동물들 저마다의 모앵새로 시골 풍경은 그대로가 대하드라마이다.
제기가 올라간다 어깨위로 올라간다
한번차고 두 번차고 힘 모아 양발차고
제기가 껑충 뛴다 내 발등 상큼 딛고
신이 나서 올라간다 하늘하늘 춤을 추듯
내려올 땐 놓칠세라 재 빨리 올려 차면
우리들 신바람이 어깨위로 올라간다
제기가 올라간다 머리위로 올라간다
땅을 딛고 한번차고 또 한 번 높이차고
제기가 높이 뛴다 내 발등 상큼 딛고
기분 좋게 올라간다 너울너울 춤을 추듯
숨이 차도 좋을 시구 두 발로 올려 차면
우리들 신바람이 머리위로 올라간다
― 「제기차기」 전문
요즘은 제기차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인은 추억 속에 제기차기를 떠올리면 신바람이 절로 난다. '신이 나서 올라간다 하늘하늘 춤을 추듯 / 내려올 땐 놓칠세라 재 빨리 올려 차면 / 우리들 신바람이 어깨위로 올라간다' 어려서 신나게 제기차기했던 추억이 어른이 되고 머리가 희끗해지는 노인, 아니 다시 어린이가 되어서도 신나게 한다.
시인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시인을 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가질 수 없는 관찰력과 신명나는 즐거움이 시인이 되게 한다. 천부적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이 어우러져야 한다. 우리가 전 시인의 작품 일부를 살펴봤지만 전 시인은 그런 능력을 품고 살아왔기에 '천상 시인'이다.
얼룩소 앞장서서 걸어가고
나는 나는 소를 몰고 뒤따라 간다
음매음매 송아지 졸랑졸랑 졸랑
시냇물 졸졸졸졸 따라오지요
새파란 들판이 줄레줄레 줄레
우리 친구 다섯은 동무입니다
얼룩소 먼 산보며 뚜벅뚜벅
나는 나는 고삐를 잡고 즐겁게 간다
음매음매 송아지 달랑달랑 달랑
시냇물 종알종알 노래하지요
새파란 들판이 생글생글 생글
우리 친구 다섯은 길을 갑니다
― 「시골 아이」 전문
전 시인이 자랄 때인 1960년대는 학교 방과 후에는 산과 들로 소먹이로 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시골 아이가 자연과 더불어 소 먹이러 가는 장면을 시로 연출했다. 시인은 초등학생 일 때 소 먹이러 다닌 것이 아주 싫었다지만, 소와 송아지 새파란 들판 시냇물은 친구 되어 길을 가는 것이다. ‘음매음매 송아지 달랑달랑 달랑 / 시냇물 종알종알 노래하지요 / 새파란 들판이 생글생글 생글’ 에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넣어 청각적 시각적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전 시인이 70년대 초 20대에는 6년 동안 농사를 직접 지었다. 농사일은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 쟁기질 쓰래질 부터 똥장부도 지고 날랐다고 했다. 그래서 일류 농군이라는 말도 들었고, 동네에서 장사 지낼 때 행상도 몇 번 매어봤다는 것이다. 전 시인은 한 시절 완전히 농부였던 셈이다.
7) 교시적 동요를 쓰는 시인
저 높은 곳에서 휘날리는 나의 태극기
우리겨레 우리나라 표상이어라
볼수록 좋아요 아름다운 태극문양
삼천리 방방곡곡 펄럭이어라
집집마다 마을마다 세계로 오대양으로
자랑스런 태극기여 영원하여라
―「태극기」전문
우리는 6.25의 참화를 딛고 일어나 짧은 기간에 세계 10대 경제대국을 이룩하였다. 외국 여행을 가면 대한민국 가전제품을 쉽게 볼 수 있고 점유율 1,2위를 다투고 있었다. 조선업 수주율도 세계 1위를 탈환했다. 이젠 세계 3대 강국이 돼야 한다. 그 중심에는 우리 태극기가 있다는 점에 전 시인이 착안한 것이다. ‘볼수록 좋아요 아름다운 태극문양 /삼천리 방방곡곡 펄럭이어라 / 집집마다 마을마다 세계로 오대양으로’ 5대양 6대주로 펄럭이어야 할 태극기가 자랑스럽다.
걸으세요 걸으세요 걸어가면 젊어져요
걷기는 뇌를 자극 우리 생각 새롭게
건망증이 극복되고 자신감이 생겨요
비만이 없어지고 식사도 즐거워요
울적하면 걸으세요 우리마음 상쾌하게
우리 함께 매일 걸어요, 가슴 펴고 당당하게 걸어요
오솔길을 걸으세요 둘레길을 걸으세요
4천보는 우울증을 5천보는 뇌졸중을
7천보는 골다공증 8천보는 고혈압을
9천보는 수명연장 만보는 만병 예방
활기차게 걸으세요 우리 마음 건강하게
― 「걸으세요」 전문
'스트레스가 쌓이면 일단 걸어라. 자신감을 잃었다면 일단 걸어라. 몸이 찌뿌둥하면 일단 걸어라. 마음이 울적하면 일단 걸어라. 분노가 일면 일단 걸어라. 인간관계로 얽히는 날 일단 걸어라. 할일 없는 날 일단 걸어라.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일단 걸어라.' 이 글은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데 걷기의 효과를 설명하는 글이다. 걷는 것은 만병통치약이라 한다. 인간이 직립보행하는 것이 다행이라면 걸을 수 있는 순간이 행복이다. 사람이 걷는다는 것은 기적이라 한다. 이는 걷지 못하게 되었을 때 절실히 느끼는 진리다.
전 시인은 매일 만보를 걷고 있다. 걷기 운동을 꾸준하게 해 주면 밥맛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신도 안정되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다. 걸으면서 생각하면 새로운 시어가 떠올라 창조력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걸으면 머리가 좋아지고, 걸으면 건강해진다. 아주 쉬운 원리인데 그 실천이 어렵다. 시인은 걷기를 국민운동으로 전개할 필요성이 있어 노랫말을 지었다. 어린 아이들마다 이 동요를 부르면서 건강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꽃 무궁화 꽃이 마당가에 다정하게
지난밤 찬바람에도 곱게곱게 피어있습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오래오래 마음 꽃 되라고
조상님 옷깃처럼 하아얗게 피었습니다
나라사랑 무궁화사랑 날마다 피는 겨레의 꽃
우리 모두 가꾸어요 집집마다 가꾸어요
우리 꽃 무궁화 꽃이 길모퉁이에 나란 나란히
이른 아침 찬 서리에도 동글동글 피었습니다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하얀 꽃 피라고
자랑스런 나라꽃이 온 동네에 피었습니다
나라사랑 무궁화사랑 새롭게 피는 우리의 꽃
우리 모두 가꾸어요 거리마다 가꾸어요
― 「무궁화」 전문
수년 전에 독도에 갔다. 배에서 내려 독도 땅을 밟는데 비바람 속에서도 가슴이 뜨거웠다. 백두산에 오르면 독도에서 느끼는 감동의 다섯 배는 된다. '무궁화'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뜨거움은 아닐지라도 '따스한 애국심의 뿌리'이다.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마음 깊은 곳에 피어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는 꽃이다.
'우리들 마음속에 오래오래 마음 꽃 되라고 조상님 옷깃처럼 하아얗게 피었습니다' 무궁화를 보면서 나라를 구하다 쓰러져 가신 조상님들을 생각하라고 권하고 있다. '우리들 마음속에 영원히 하얀 꽃 피라고 / 자랑스런 나라꽃이 온 동네에 피었습니다' 나라꽃 무궁화가 온 동네에 피어 나라사랑을 바탕에 두고 살라고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시인은 교시적 기능을 최소한으로 감추려 해도 작품 속에서는 부단히 가르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8) 소방 안전을 강조하는 시인
우리 모두 신나는 안전체험관에 놀러가요
소화기 쏘아보고 연기체험도
어릴 적 지킬 건 안전이래요
재미있고 즐겁다 119놀이(119)
가고 싶다 언전체험관 119안전체험관
우리 모두 신나는 안전체험관에 놀러가요
비바람도 만나고 지진체험도
미리미리 익힐 건 안전이래요
재미있고 즐겁다 119놀이(119)
가고 싶다 언전체험관 119안전체험관
― 「119안전체험관의 노래」 전문
전 시인은 서울에서 소방공무원으로 30년을 근무했다. 수많은 안전사고를 경험하면서 안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고도 했다. 시인이 서울시민안전체험관 관장으로 근무하면서 체험관 노래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가사를 썼다. 안전체험관에서 소화기 체험 지진체험 연기체험 심폐소생술 실습을 직접해보아야 화재나 환자가 발생했을 때 잘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이 나면 당황하여 소화기를 불속에 던져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 시인은 안전교육은 어릴 때부터 학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중 시인의 논문 「안전체험 프로그램이 어린이에게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소방연구논문집, 중앙소방학교, 2011)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이 되어야 화재 시 소화기 사용이 가능하나, 만5세가 되었을 때 소화기 사용법을 실습한 유아는 10살이 되었을 때도 학습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다. 안전에 관한 연구들은 유아기에도 교육을 통해 안전능력이 향상되어 왔음을 밝혀왔다. ‘우리 모두 신나는 안전체험관에 놀러가요 / 소화기 쏘아보고 연기체험도 / 어릴 적 지킬 건 안전이래요’
작은 불씨를 초기에 잡아주는 것이 소화기다. 집집마다 가게마다 건물에는 층마다 비치하고 불이 나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눈에 띄기 쉬운 곳에 두어야 한다. 소화기 사용법은 불이나면 소화기를 가져와서 몸통을 잡고 안전핀 뽑은 후 노즐은 불난 곳을 향하고 손잡이를 움켜잡으면 분말이 분출되는데 비로 쓸 듯이 화점에 분말을 골고루 뿌려야 한다. 「119안전체험관의 노래」는 소방방재청에서 발간한 『소방동요집 Ⅴ 안전어린이』(2008) 음반에 실려 있다.
불이 났어요 불불불 붉게 점점 타고 있어요
겁이 난다해도 급하게 너무 서두르지 마요
저기 보이는 초록빛 따라서 비상구로 향해요
엘리베이트는 안 돼요 안전한 문 비상구로
― 「비상구」 전문
불이 나면 어떻게 대처할까. 대처 방법은 이렇다. 먼저 ‘불이야 크게 외치고 비상벨 눌러서 주위 사람들에 알려준다. 그리고 주변의 소화기로 화재 초기 불을 끄기.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가리고 대피하기. 안전한 장소에서 119에 신고하기’
여기서 대피할 때 엘리베이트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불이 나면 정전이 되기 때문에 엘리베이트가 중간에 멈추어 서 버릴 수 있다. ‘저기 보이는 초록빛 따라서 비상구로 향해요 / 엘리베이트는 안 돼요 안전한 문 비상구로’ 고층건물에서 불이 났을 때 초록빛 비상구로 대피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소방안전을 강조하는 동요로 「비상구」는 소방방재청에서 발간한 『소방동요집 Ⅴ 안전어린이』(2008) 음반에 실려 있다.
3. 정리-바다와 숲을 다 가진 시인
지금까지 전세중 시인의 동요 노랫말을 살펴보면서 시인은 울진 바닷가에 살면서 어린 시절을 참으로 아름답게 보내서 서정적 정서 즉 시골적 정서를 잘 간직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대개의 서정적 정서는 시골 농촌의 풍경 속에서 자라왔기에 하늘, 바람, 별, 꽃, 나무 등의 정서였다면, 전 시인은 바닷가의 정서를 더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집에서 나가 한 발짝 왼쪽으로 디디면 숲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디디면 바닷가가 나오니 환경이라면 최상의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어제는 바닷가에서 파도와 달리기 하고 오늘은 숲속을 거닐며 서정적 정서를 가슴에 가득 품고 자랐을 것이다.
어려서 가족 간에 일기쓰기로 글쓰기의 힘을 다졌으며, 시골의 사물들을 세심히 관찰하여 뛰어난 관찰력으로 동시를 쓰는 시인이기에 서정적 정서를 품은 시인이다. 시골의 하늘과 바람, 바다와 파도를 바라보면서 자유로운 꿈을 꾸는 시인이었으며, 현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시인이다. 어른이 되어 서울 도시 속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시인이고, 어린이들에게 무엇인가 끊임없이 가르치고 싶어 교시적 동요를 쓰는 시인이다.
동시나 동요의 문학적 가치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일단 문학을 향유하는 계층에서 오로지 문학적 가치는 ‘비유’, ‘상징’, ‘반어’, ‘역설’, ‘풍자’의 5가지 기법에 리듬, 함축, 낯설게 하기 등으로 판단하려 하지만 그것은 기성 문학의 기준이라면 어린이들을 향유계층으로 하는 동시나 동요는 따로 구별되어야 한다. 아동문학의 동요 노랫말도 문학의 범주에 당연히 포함되어야 하며 문학적 가치 기준을 확대하여 서정성, 관찰력, 미래지향성, 긍정성, 교시성 등의 잣대로 평가를 달리해야 한다.
전세중의 동시나 동요는 단순하게 시작하여 간결하게 핵심에 이르고 세세한 관찰력과 할아버지가 손자를 바라보듯 긍정의 미소로 대상을 바라보고 있다. 어린 아이의 미래와 꿈을 지향하고 있으며, 바람이 하늘로 솟구치듯 무한한 자유를 노래하고 있다. 이야기 전개를 위한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고 이미 독자와 교감을 전제로 하여 문맥의 통일성을 유지하며 빠르게 그리고 결정적으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도시에 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향수가 담겨 있으며 내 나라 내 민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교시적으로 담겨 있다. 끝으로 체험적 노랫말로 소방안전에 홍보적 동요를 지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노랫말 구절마다 시각적, 청각적 이미지를 살려 농촌과 어촌, 숲과 바다의 정서를 잘 표출하고 있다. 전세중의 동시나 동요는 근래 아동문학을 하는 이들 가운데 손꼽히는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원시인세상 > ◈글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벽예배-50]선한 청지기-베드로전서 4:10-11 (0) | 2022.04.05 |
---|---|
[새벽예배-49]그의 몸된 교회 위해-골로새서 1:24-29 (0) | 2022.04.04 |
[주일예배]여호와께서 정하신 날-시편 118:22-26 (0) | 2022.04.03 |
[새벽예배-48]즐거운 성전 준비-역대상 29:10-14 (0) | 2022.04.03 |
[다시보기]제6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0) | 2022.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