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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의 교육樂書]애들아! 디벗 꺼내렴

원 시 인 2022. 12. 11. 06:52

[원시인의 교육樂書]   기사 원문 보기  에듀프레스 원시인 글 전병주의원1 전병주의원2(서울신문) 

 

애들아! 디벗 꺼내렴

 

 

    에듀프레스 11월 30일자 보도에 의하면,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내년도 서울시교육청 예산안 심사에서 디지털기반학생맞춤형교수학습지원 예산 923억원과 전자칠판설치 1590억원 등 모두 2513억원을 삭감하였다고 했다. 지난 10일 서울교육연수원에서 열린 2022 정보(SW.AI)교육 컨퍼런스에 참여했다가 이 소식을 듣고 한동안 귀를 의심했다. 서울시의회 교육의원들이 어찌하여 앞서가는 서울교육의 발목을 잡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보도에 의하면,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집으로 가져가 음란물 등 유해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이를 방지할 마땅한 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괄 보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라고 했고, “전자칠판 역시 효과성을 입증할 역량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성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지적에 많은 의원들이 공감했다.”고 했다. 교육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아껴 효율성을 증대하고자 하는 시의원들의 결의를 십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디벗』은 'Digital+벗'의 줄임말로 '스마트 기기는 나의 디지털 학습 친구'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서울시교육청이 타 시도나 가까운 일본을 비롯 15개 개발도상국 학교교육에서 디지털 전환 우수사례로 인정받는 사업이다.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상반기 적극 행정 우수사례 시상에서 디벗 기기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실시한 우수 공무원에게 최우수상을 수여함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앞서가는 교육행정으로 자부심을 갖는 사업이다. 

    학교 현장은 지난 3년간 코로나 19로 등교가 금지되고 등교하더라도 방역 우선이라는 학교 활동으로 어린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교실에 앉아 있어야 했다. 쉬는시간이나 체육시간에도 마스크를 벗는 것이 허용되지 않아 호흡 곤란 두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원격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전자기기가 부족하여 스마트폰으로 하루 종일 수업하는 경우도 있었고 대형 노트북으로 수업하는 학생도 있어 디지털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 교사의 주머닛돈이라도 풀어 사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코로나 19의 팬데믹은 학교현장 학생들에게 커다란 위기를 불러왔지만 오히려 4차 산업혁명과 교육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학생 1인 1 스마트 기기 교수학습 환경 마련의 필요성을 자극하였다. 서울시교육청을 발빠르게 교육현장의 요구를 수용하여 코로나 위기상황 중에 학습 결손의 발생 우려 해소를 목표로 디벗 지원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교육행정을 도모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학교 현장 교사들은 수업 방법의 대전환을 기획하여 수업 중에 디벗 활용 수업을 시도하였다. 

   "애들아! 디벗 꺼내렴" '우와!' 학생들의 함성이 들렸다. 필자가 대학에서 교육방법론을 듣던 30여년 전부터 '교육은 학습자 중심 수업이어야 한다', '교육은 1대 1 맞춤형 수업이 되어야 한다', '교육은 수준별 수업이 되어야 한다'는 교수님의 강의가 디벗을 꺼내는 학생들의 환호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 학생들이 교실에서 '공부하자', '수업하자' 하면 언제 '우와!' 하며 반겼던가.

    만일 서울시의회 교육위 정O웅 의원이 필자의 학교를 한 번만 방문했더라면 이런 위험한 결단을 내리지 않았을 것을 확신한다. 이제 23학년도에 새내기로 들어올 학생들의 눈망울이 눈에 선한데 그 아이들의 눈에서 '왜 우리 세대만 피해를 보나요?' 라고 말할 것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선다. 어제 디지털 컨퍼런스에서 디벗을 활용한 수업 사례 발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메타버스 수업 사례 발표, 한 학기 동안 AI 활용 수업으로 정보시간 수업을 재밌게 했다는 20-30 교사들의 당찬 설렘을 어찌할 것인가. 

    앞서가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의 지탄과 비난을 받게 마련이다. 많은 발명가들이 그랬고, 성공한 많은 사업가들이 그렇게 비난과 좌절 속에 이끌어 왔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다고 익숙한 듯 말하지만 정작 교육 현장에 디지털 교육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꿈꾸는 학생들에게 '디벗' 기기를 나눠줬다고 돈줄을 쥔 어른들이 끊어서야 되겠는가. 교육위원이 할 일은 학교 현장을 돌아보며 학생들에게, 선생님들에게 무엇이 더 필요한가를 살펴보고 아낌없이 지원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교육위원이라면 어린 학생들을 위해 주머닛돈이라도 내놓고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디벗기기 지원 사업을 중단한 근거로 첫째, "학생들이 스마트 기기를 집으로 가져가 음란물 등 유해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이를 방지할 마땅한 보완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 라고 했는데 필자의 학교는 학생들이 집으로 가져가지 않고 교실에 충전 상태로 보관하여 열쇠로 잠그고 수업시간에만 디지털 기기 담당 학생이 열쇠를 열어 개방하고 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급할 것인지, 교실에 비치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되었는데 '마땅한 보완 대책'은 '교실에 비치'하도록 하고 수업 중에만 사용하도록 하면 되는 아주 쉬운 대책이지 않은가.

    둘째의 변명도 "전자칠판 역시 효과성을 입증할 역량평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성급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예산을 심의하기 전에 교육청에 역량 평가가 있는가, 교사들의 설문을 받아 제출하라 요청해야 하지 않은가. 어떻게 수천억 교육예산을 심의하면서 근거와 자료를 구하지 않고 '공감'으로 결정하려 하는가. '함께 하는 느낌'으로 판단하고 결정했다는 말인가. 참으로 종아리 걷어야 할 비논리적 결단이 아니고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결단이다.

    

    예전에 아버님이 초등학교에 근무하셨는데 숙직을 하시며 도둑들과 싸우다가 다치신 적이 있었다. 학교에 훔쳐갈 것이 많아 도둑들이 잦았고 교직원들은 숙직을 서며 학교를 지켜야 했다. 흑백 텔레비전을 볼 때 비싼 컬러 텔레비전을 학교에 먼저 비치하여 학생들에게 컬러의 세상을 보여주었던 교육정 교육공무원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에게 적극 행정 우수상을 시상하지 않아도 묵묵히 교육의 백년지계를 내다보며 일했다. 그때에도 지자체가 있어 교육위원들이 돈줄을 쥐었더라면 '학생들이 컬러 텔레비전을 보면 시력이 떨어질 것에 공감'했을 것이다.  

   갑자기 어제 2022 정보(SW.AI)교육 컨퍼런스에서 감동 강의를 해주었던 미래출현』 황준원 작가의 "이제 교육은 AI이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 아이들은 경제를 개발하고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인재가 되는 차원을 넘어서서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고 인공지능과 동반자적 관계로 보다 나은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 세계를 넘어 우주로 달려가는 아이들의 미래가 한편으론 안타깝고, 한편으론 대견하기만 하거늘 그 아이들의 미래에 디벗 기기 하나 쥐어줬다고 다시 뺏으려 하는가. "애들아! 디벗 꺼내렴. 다시 가져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