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예 문학평론1] 2025.3.19
[신문예 문학평론1]고로쇠 가슴-배성록 시인 [신문예 문학평론2]유월의 저 하늘은 알고 있을까-박경희 시인
고로쇠 가슴
- 배성록 시인
현재는 과거의 적혈구
미래는 현재의 백혈구
바다는 쓰다
산은 달다 바위 쓰다
과거는 달다 현재 쓰다
바다가 벼락 삼켜 빙벽을 뚫고서
죽어라 봄 가슴 속으로 달려온
뿌리 속 바다의 피 고로쇠, 그래서 달다
엄마는 쓰다 아버지 달다
달다쓰다달다 적혈구달다백혈구쓰다
그대는 달다. 누구는 늘 쓰다던데
혀는 과연 나인가 묻는 그,, 나의 나
중학교 3학년 국어시간에 배운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 소설 「큰 바위 얼굴(The Great Stone Face)」에서 시인은 중요한 상징적 인물로 등장한다. 시인은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 어니스트(Ernest)에게 진정한 지혜와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존재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존재가 아니듯 어니스트가 ‘큰 바위 얼굴’임을 외치고 있다.
성경 창세기에서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신다. 궁창을 ‘하늘’이라 부르시고, 아담에게 동물들의 ‘이름’을 짓게 하신다. 이것은 인간이 자연을 인식하고 언어를 통해 자연과 관계를 맺는 과정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읽으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로 와서 / 꽃이 되었다’ 그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도 그 이름을 불러주지 않으면 꽃의 존재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배성록 시인의 ‘고로쇠 가슴’을 읽었다. 자연과학과 대비되는 인문학의 중심은 문학인데 문학 중에서도 철학의 세계로 연결하는 통로가 시이다. 시인은 자연과학 속에서 느끼는 바다, 산, 바위의 존재를 ‘달다, 쓰다’의 이분법적 사고로 인식하면서 존재의 의미를 깨우치고 있다.
‘과거는 달다 현재 쓰다’ 쓴 바다가 벼락 삼켜 빙벽을 뚫고서야 비로소 뿌리 속 ‘바다의 피’가 된 고로쇠는 달다. 제 아무리 쓴 바다도 벼락을 삼켜 빙벽을 뚫으면 달게 마련이다. 그대라는 존재도 누구는 쓰다 해도 나에게는 달다. 존재를 인식하는 혀는 어쩌면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고로쇠 가슴’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솟아나는 생명의 힘과 그에 대한 이분법적 감각을 가슴에 담고 ‘쓰다 달다’에서 느끼는 감각적 인식을 ‘나인가 묻는 그, 나의 나’ 나의 존재로 일깨우고 있다. 존재의 의미를 감각적으로 깨달아 그 존재의 의미를 느끼는 혀가 진정한 나인가를 독자에게 던지는 철학적 물음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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