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신호현] 기다림의 교육학- 김영찬 교장의『가르치지 않을 용기』 <문화앤피플>

기다림의 교육학

                                       - 김영찬의 『가르치지 않을 용기』

    일제 36년이 아닌 교직 36년! 정년 퇴직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 세월 돌아보면 그 때는 몰랐는데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이었다. 먼 길을 떠나온 것도 같고 높은 산을 오른 것도 같다. 아니면 먼 바다를 홀로 여행하는 것도 같고 오래 살던 집을 떠나 이사하는 것만 같다.

    이 때쯤에 친구 김영찬 교장의『가르치지 않을 용기』는 같은 교직의 길을 겉어온 친구의 길이 꼭 나의 길만 같이 느껴졌다. 어려서부터 언제나 그만큼의 거리로 살아온 친구. 직접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보다 주위 바람이 전해준 이야기가 더 많은 친구다.

    이천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교직을 하면서 같이 중학교 국어교사로 각자의 역량을 힘껏 발휘하며 서울시교육청 논술지원단으로 만나 논술 교과서를 같이 집필하고 친구는 수석교사로 원시인은 진로상담교사로 지내다가 교장 선생님이 되었다. 정말 열심히 아이들을 사랑하며 가르친 귀한 친구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먼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 학교 현장은 어떠한가. 빠른 성적 향상, 입시 경쟁, 즉각적인 결과 중심의 문화 속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지쳐가고 있다. 교사는 더 많이 가르치려 애쓰고, 학생은 더 빨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이러한 시대에 김영찬 교장의 『가르치지 않을 용기』는 우리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는 책이다. 이 책은 단순한 교육 기술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는 교육 철학서에 가깝다. 저자는 “가르치지 않음”이라는 패러독스를 통해 진정한 교육은 억지로 채우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 주는 데 있음을 말하고 있다.

    독일의 교육사상가 페스탈로치는 “교육은 사랑이다”라고 말했다. 김영찬 교장의 책 역시 사랑과 기다림의 교육을 강조한다. 오늘날 교실은 너무 많은 지시와 통제로 가득 차 있다. 학생은 스스로 생각하기보다 정답을 찾는 데 익숙해졌고, 교사는 아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몰두하게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교사가 한걸음 물러설 때 아이들이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미움 받을 용기』에서 말하는 “타인의 과제를 대신 해결하지 말라”는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아이의 삶은 결국 아이 자신이 살아가야 한다. 교사가 모든 길을 대신 정해 줄 수는 없다. 참된 스승은 아이가 넘어질 자유까지 허락하며 기다려 줄 수 있는 사람이다.

    특히 책 속에서 인상 깊은 부분은 문제 학생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대개 학교에서는 말썽을 부리는 학생을 ‘지도 대상’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그 아이들 안에도 가능성과 상처가 공존함을 발견한다. 이는 미국 교육학자 하임 기너트의 말과도 닿아 있다. “아이들은 비판 속에서 비난을 배우고, 격려 속에서 자신감을 배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존재이다. 교사의 차가운 말 한마디는 한 아이의 평생 상처가 되기도 하고, 따뜻한 격려 한마디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속담에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는 말이 있다. 교육 역시 결국 말과 관계의 예술임을 이 책은 보여 준다.

    또한 이 책은 ‘기다림’의 중요성을 깊이 강조한다. 현대 사회는 속도를 숭배한다. 빠르게 배우고, 빠르게 성공하고, 빠르게 결과를 내야 한다고 압박한다. 그러나 자연의 이치를 보더라도 모든 성장은 시간이 필요하다. 씨앗이 땅속에서 오랜 시간을 견딘 뒤 싹을 틔우듯 사람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육의 성과 역시 당장 눈에 드러나지 않을 때가 많다. 학생 한 사람의 내면에 심어진 믿음과 용기는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꽃피울 수 있다. 김영찬은 이러한 느린 성장의 가치를 믿는 교육자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 보고서들도 관계 중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은 성적보다 교사와의 신뢰 관계에서 학교 만족도를 더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인간발달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관계 경험이 학업 성취와 정신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였다. 이는 결국 교육이 지식 전달만으로 완성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학생은 사랑받는 경험 속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교사의 인격과 태도는 교과서보다 더 큰 교육이 될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또 다른 격언은 “교육은 나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숲을 키우는 일”이라는 말이다. 오늘날 교육은 지나치게 개인의 경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교육은 함께 살아가는 인간을 길러 내는 일이다. 김영찬 교장은 학생을 성적표의 숫자가 아니라 인격적 존재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와 가능성을 발견하고, 기다리고, 품어 주려는 그의 시선은 메마른 교육 현실 속에서 큰 울림을 준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러한 교육은 쉽지 않다. 입시 중심 사회에서 교사도 성과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학부모 역시 불안 속에서 더 많은 교육과 더 빠른 결과를 원한다. 그러나 저자는 오히려 그럴수록 교육의 본질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하였다. 배움의 기쁨이 사라진 교육은 결국 경쟁만 남게 된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배우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것, 그것이 교육의 본래 목적일 것이다.

    『가르치지 않을 용기』는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은 교사에게는 교육의 초심을 돌아보게 하고, 부모에게는 아이를 기다리는 사랑을 생각하게 하며, 우리 사회에는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많이 가르치는 교사보다 잘 기다려 주는 교사가 더 위대한 스승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지난 36년의 교직을 돌아보면, 가장 부끄러웠던 기억은 기다리지 못한 실수였다. 기다리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미운말을 하고, 미운 짓을 했던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결국 교육은 사람을 향한 믿음이다. 씨앗 안에 숲이 있음을 믿는 마음, 아직 완성되지 않은 아이 안에 가능성이 있음을 바라보는 마음이 교육의 출발점이다. 김영찬 교장의 『가르치지 않을 용기』는 조급함과 경쟁에 지친 오늘의 교육 현실 속에서 “기다림의 힘”을 다시 일깨워 주는 귀한 책이라 할 수 있다.(원시인)

 

 

가르치지 않을 용기

 
 

교실마다 정답만 채우려 하니
아이들 마음 숨쉴 틈 잃어가고
참된 스승은 한걸음 물러서서
기다림으로 성장의 길 여네

 

가르침은 많이 채움이 아니라
스스로 피어날 시간 주는 일
넘어진 아이 곁 조용히 서서
믿음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네

 

말썽 속에도 숨겨진 별 있기에
포기하지 않고 끝내 품어주며
작은 눈빛 하나 귀히 바라보니
아이 마음에도 봄빛이 드네

 

참된 교육은 사랑의 기다림
통제보다 신뢰로 함께 걷는 길
오늘도 스승은 낮은 자리에서
아이의 내일을 조용히 비추네

 

詩 원 시 인

 

가르치지 않을 용기-詩원시인(합창) by 원시인 신호현 | Suno

 

가르치지 않을 용기-詩원시인(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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