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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씰 대신 실용성 있게^^*

원 시 인 2010. 4. 6.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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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씰 대신 실용성 있게^^*


  연말이면 불쌍한 이웃을 생각하며 서로 돕고 사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불우이웃돕기성금, 자매부대 위문금, 사랑의 쌀, 사랑의 카드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선 구호 사업에 동참하게 한다. 학급 담임으로 아이들에게 남을 돕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마음을 가르쳐야 하는데 자칫 이기심을 버리고 남을 돕는 자선 구호에 동참하는 마음보다는 강제적으로 동참하게 하여 그동안 아이들과 담임의 좋았던 관계를 그르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크리스마스씰은 아이들과 부딪히는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11월말이 되면서 학교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각반에 적게는 6매에서 15매까지 배급이 되어 아이들에게 팔게 한다. 대한결핵협회에서 제작하여 B5 크기에 10장의 스티커를 만들어 3,000원에 팔고 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줄곧 사지만 정작 쓸모가 없다며 안 사려 한다.

  그래서 담임들은 배급된 분량을 팔기 위해 ‘크리스마스씰을 모아두면 10년 후에 열 배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라는 거짓말을 하는 선생님도 있고, 학급 임원들에게 강매하는 경우도 있고, 지각생들에게 강매하기도 한다. 어떤 선생님은 2매당 1,500원에 할인해서 팔기도 하고 나머지는 학급비로 충당하기도 한다. 또 어떤 선생님은 아예 자신의 지갑을 털어 값을 지불하기도 한다.

  옛날에는 편지나 카드를 많이 쓰기에 우표를 붙이면서 옆에 크리스마스씰을 붙여 보내기도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편지도 안 쓰기에 그냥 모아두기만 한다. 하지만 옛날처럼 우표를 모으는 아이들도 별로 없고 정리도 잘 못하기에 모아두는 자체도 짐이 되는 아이들이 많다. 시대는 변했는데 크리스마스씰은 변하지 않아 예전과 똑같은 방법으로 가격만 올려 팔고 있다.

  크리스마스씰을 팔아 그 수익금으로 결핵 환자들을 지원하고, 결핵예방을 홍보하기도 하고, 결핵 퇴치를 위한 연구를 하기도 하고, 실제로 환자들의 약값을 지원하기도 한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고 적은 돈이 모여서 큰 사업을 벌이니 전국의 모든 선생님들이 불편한 심기를 자제하고 결핵 퇴치 사업에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좋은 일 하자는데 반대할 선생님들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방법을 달리해야 할 시기이다. 크리스마스씰의 역사와 기원이 아름답다 하더라도 시대 변화에 순응하여 더 이상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갈등을 없애야 한다. 종이 한 장 달랑 인쇄하여 아이들 손때 묻은 3,000원을 날로 먹으려는 협회의 편의주의를 개선해야 한다. 아이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교단에서 크리스마스씰을 들고 장사꾼처럼 아이들에게 호소하는 선생님들의 처지를 생각해야 한다.

  아주 쉬운 것부터 생각하자면, 아이들 인기 있는 연예인 사진을 예쁘게 제작하여도 잘 살 것이다. 연예인들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감사패를 주면 연예인들도 얼굴 하나로 협회 사업을 지원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닐 수 없다. 지우개를 조금 크게 하트(Heart) 모양으로 만들어 피 한 방울처럼 빨간 바탕에 ‘결핵협회 자선기금 협조’라고 써서 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3,000원을 받으면 지우개를 쓸 때마다 자선기금에 협조한 사실에 뿌듯해 하며 쓸 것이다. 또한 모아둬서 쓸모없다는 생각도 없어질 것이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결핵협회 자선기금 증서’를 만들어 모아두면 헌혈증 모으듯이 모아나갈 것이고, 자기소개서에 봉사활동 내용 기록하듯이 결핵협회 증서를 몇 장 모았다고 기록할 것이다. 증서를 많이 모으는 분위기를 조장하여 자선의 분위기를 조장하면 어른이 되어서 돈을 많이 벌어도 자선기금을 많이 내서 사회가 밝아질 것이다.

  물건으로 조금 더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잘 쓰는 샤프나 볼펜에 ‘결핵협회 자선 현조’라고 새겨서 주어도 좋고, 예쁜 향초에 역시 글자를 새겨 크리스마스 이브에 성탄 맞이 초로 사용하는 풍습을 만들어도 좋다. 결핵협회 저금통을 예쁘게 만들어 1년 동안 동전을 모아 내도록 해도 좋을 것이다. 헝겊 필통을 만들어 역시 ‘결핵협회 자선기금 협조’라고 써서 나눠주어도 좋다.

  우리나라는 국민 3명당 1명이 결핵에 감염되어 있고, 매년 3,000명이 결핵으로 죽어가니 3,000원을 걷는다는 의미를 내세우면 가격은 적당하다 볼 수 있다. 결핵 환자를 돕고 결핵 퇴치를 위한 연구를 지원하는 일에 사용되는 기금 모금에 아이들의 불평으로 더 이상 선생님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평소 지각을 하니 강매하는 학급 분위기가 아니라 학생들 서로 달라 아우성치는 분위기로 바뀌어 평소 임원으로 수고했거나, 착한 일을 많이 했으니 상급으로 살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길 바란다. (2008.11.25 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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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결핵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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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ia  [2008-12-04]
정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매년 아이가 크리스마스 씰을 사야한다고 하니 어떨 때는 쓰지도 않는 걸 또 사야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이가 좋아할만한 것을 만들든지 아니면 결핵의 문제점을 상세히 기록한 가정통신문을 가정에 보내주면 부모들은 충분히 납득하고 도움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원시인  [2008-12-06]
매년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대한결핵협회와 조선일보에 투고하여 실렸기에 여기에 다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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