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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능력개발평가에 따른 학교 현장의 변화

원 시 인 2010. 6. 20. 02:15

교원능력개발평가에 따른 학교 현장의 변화

 

   교원능력개발평가(이후 교원평가)가 올해부터 시작되었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교사의 능력을 평가하여 우수한 평가를 받은 교사에겐 인센티브를 주고 미흡 평가를 받은 교사에겐 단계별 연수를 시키고 연수 성적이 좋지 않을 때엔 퇴출하겠다는 취지이다. 이에 따라 학교 현장에는 2월 개학 이전부터 교원평가에 따른 계획을 학교교육계획에 반영하고자 했으나 뚜렷한 평가 지침이 늦어져 학교 교육계획에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후속으로 내려오는 지침에 따라 교원평가가 실시되고 있다.

   먼저 학교는 연간 4회 이상의 학부모 공개수업을 실시해야 한다. 그러나 학부모 만족도 조사가 대개 1학기에 이뤄지기에 공개수업이 1학기에 있어야 학부모들에게도 의미가 있어 대개 1주일간 학부모 수업 공개 주간을 정해 수업을 공개하고 있다. 교사의 동료평가와 학부모, 학생의 만족도 조사 결과가 적어도 10월까지 마감되어 보고해야 하므로 대부분의 평가는 1학기에 마쳐야 한다.

   또한 대개 4월부터 6월 사이에 교사 동료평가를 위해 교과별 동료장학을 실시하기에 교사들은 이래저래 수업 공개에 대한 부담을 안고 1학기 내내 수업을 하고 있다. 실상 교과별 동료장학이라지만 같은 교과 교사가 동료교사의 수업을 참관하려면 수시로 시간표 변동으로 조정을 해야 하는데 학교현장에는 영어 수학 수준별 수업을 위해 3수준 내지 4수준으로 나눠 수업을 하기에 시간표 변동이 거의 불가한 실정이기에 동료교사의 수업참관이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더구나 학교장이나 교감도 잦은 출장으로 4월에서 6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교사 공개수업을 다 관람할 수 없다.

   교사의 공개수업을 촬영해야 하는 일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교과부에서는 교원평가에 대한 지침만 내리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였지 그에 따른 현장의 고충이나 인원 지원이 없어 기존에 업무에 추가되는 교원평가 업무는 교사들에게 부담으로 안겨 왔다. 특별히 공개수업 촬영을 맡은 교사는 수업 종이 울리기 전에 캠코더를 들고 들어가 수업 시작하면서 촬영을 누르고 수업진행에 따른 촬영 진행을 관찰한 뒤 고정시켜 놓고 수업에 들어가면 정작 본인 수업에 5내지 10분 수업 결손이 생긴다. 40여명 수업을 촬영하다 보니 정작 수업 진도가 늦어져 제대로 수업을 할 수가 없다.

   교사 동료 평가를 위한 공개수업과 학부모 수업 공개주간이 끝나면 학부모 방과후 수업 공개주간이 있고, 학부모 상담주간이 있다. 그리고 교사 만족도 조사를 위한 학부모 학교 방문 주간이 있다. 어느 학교에서는 위의 세 가지를 한꺼번에 해서 학부모가 학교에 와서 먼저 방과후 수업 공개를 참관하고 학부모 담임 상담을 한다. 그리고 컴퓨터실에 들러 만족도 조사를 한다. 1주일 동안에 35명의 학부모 상담을 위해 단축 수업을 하고 맞벌이 학부모를 위해 야간까지 상담을 한다.

   학교는 직영급식을 위해 급식실 공사를 하고, 방과후 교실 확보를 위해 교실 증축공사를 하고, 영어 수학 수준별 교실 확보를 위해 공사를 한다. 공사하는 인부들이 오가고 학부모들이 오가고 학교는 정신이 없다. 그런데 언론에선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으로 학교 담장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학부모라 하더라도 교문에서 철저한 출입 통제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학부모 상담을 마치고 기말고사 출제기간이다. 수행평가도 제대로 마치지 못해 집에 들고 와서 평가를 한다. 교원능력개발평가라지만 정작 수업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다. 맞벌이로 학교에 올 수 없는 학부모를 위해 수업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려달라고 요구를 하는가본데 1교사당 2G 정도의 용량을 편집하여 올리는 것도 문제고 인터넷으로 평가하려면 촬영 기법에 따라 수업능력이 달라 보이기에 촬영 및 편집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이 배치되어야 한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생들도 바쁘다. 학생 1명이 12 내지 16명의 교사를 컴퓨터실에서 만족도 조사를 하려면 1시간이 빠듯하다. 전학년 돌아가며 평가를 하려면 수업은 제대로 이뤄질 수가 없고 입학사정관제 대비 독서활동시스템에 독서활동을 각 교과별로 올리고 교과교사는 학생들의 독후활동에 대한 코멘트를 일일이 달아주어야 한다.

   또한 담임교사는 학생들의 독서활동 내용을 분석하여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을 일일이 해 주어야 한다. 시험 후 짧은 기간에 서술형 50%의 기말고사 채점을 하고 학생들과 확인 점검을 하고, 교사만족도 조사와 독서활동을 올려 코멘트를 달아주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하는 일을 다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