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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상담 주간에 상담을 하며

원 시 인 2010. 6. 20. 02:19

학부모 상담 주간에 상담을 하며

 

   지난 6월 14일부터 19일까지 학부모 상담주간이 있었다. 학생 상담주간만 운영하던 예전과는 달리 올해부터 새로 생겨난 것이다. 이를 위해 학부모 가정통신문을 만들어 상담주간에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상담 가능 시간을 3순위로 받았다. 교사가 회신 내용을 분석하여 30분 간격으로 상담 스케줄을 짜서 가정에 전화하여 조정을 한다.

   어느 선생님은 이전 토요휴무일에도 나와 상담을 시작해서 28명의 상담을 하고 나머지는 전화 상담을 했다. 다행이 교실에서 방과후 수업이 없으면 교실에서 상담을 하지만 방과후 수업이 많은 관계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교무실에서 옆자리 선생님의 의자를 빌려 상담을 한다. 교무실 구석구석 옹기종기 상담을 하는 모습은 교무실의 신 풍속도가 되었다.

   선생님들은 틈틈이 자기가 맡은 방과후 수업을 하면서 상담을 한다. 그래도 학부모 상담을 하니까 교무실에 음료수도 생기고 빵도 생겨서 다행이다.(사실 음료수도 받기가 부담스럽지만) 사실 학부모님들이 모처럼 학교에 와서 상담을 해도 우리네 교사들은 마땅이 대접할 음료수도 없어 그냥 상담을 하자니 송구했다. 하지만 아직도 과거 학교에 간다면 뭔가 들고 가야한다는 학부모들이 간혹 음료수며 빵을 사오니 그것을 선생님들끼리 돌려 마시기도 하지만 다른 학부모와 대화할 때 한 개씩 꺼내 놓기도 한다.

   어떤 학부모님은 점심시간 40분에 함께 점심을 사드리며 상담을 하는데 30분이나 식사를 하신다. “학부모님, 저희는 그렇게 여유있게 먹을 수가 없어요. 5교시 수업 5분 전이예요.” 우리보다 늦게 왔던 옆에 선생님들은 서둘러 밥을 먹고 교무실로 갔음에도 우리는 여전히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 “이는 닦고 교실에 들어가야 해요.” 결국 서둘러 상담을 마치고 어설픈 인사로 헤어져 교실로 달려갔다.

   회신을 보내오는 학부모는 대개 평소에도 학생에 대해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다. 그런 분들은 회사 시간을 쪼개서라도 달려온다. 문제는 회신을 보내오지 않는 학부모들이다. 학생들이 부모님의 상황을 고려하거나, 부모님이 학교에 오는 것을 꺼려 가정통신문을 전달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에서 따로 문자서비스를 통해 직접 소식을 전달하기에 대개 관심 있는 부모님들은 찾아온다.

   오지 못하는 학부모 몇 분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아이구 죄송합니다. 아이를 맡겨 놓고 가 뵙지 못해서….” 연실 죄인처럼 말씀하시는 학부모님도 있다. 그럴 때면 굳이 전화를 다 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예전에도 선생님의 가정방문이 있었지만 한동안 하지 말라더니 이제는 다시 상담을 강조한다. 사실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믿음의 끈이 있다. 그 믿음의 끈이 서로를 신뢰하게 하여 아이들을 열심히 지도하게 했다.

   하지만 상담을 하면서 어떤 학부모님은 아이에 관해 가정에 대해 한 시간이 넘도록 말씀하시고는 일어서면서 “이제야 후련하다.”고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얼마나 학교에 말하고 싶었는가를 알 것 같다. 그리고 학교에 불만이 많은 학부모일수록 상담을 통해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루에 4-5시간 수업을 하고 각종 업무를 처리하고, 종종 걸음으로 아이들 보살피면서도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니 나름 보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