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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걸음 교단 선진화

원 시 인 2010. 10. 29. 04:42

거북이 걸음 걷는 교단 선진화

 

 

   요즘 2학기 들어서면서 학교에 가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교무실에 컴퓨터가 새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우스를 누르면 재빠르게 찾아가 정보를 물고오니 그래서 이름을 ‘마우스’라고 했나보다. 그 생김이 쥐 같고 긴 꼬리를 달고 있으니 그도 그렇게 불릴 만도 하다. 여하간 요즘 학교에 가는 맛이 하나 생겨 기분이 좋다.

   예전 컴퓨터는 램 메모리가 512M여서 조금 사용하다보면 컴퓨터 속도가 아주 느려져서 작업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수시로 선생님들이 포맷을 하곤 했다. 특히 동영상을 수업에 다루어야 하는 경우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베가스나 프리미어 등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아 작업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집에서 쓰는 컴퓨터도 역시 512M였는데 작업을 하려고 이것저것 설치를 했더니 컴퓨터 속도가 갑자기 느려져서 업체에 가져갔더니 램 메모리 512M로는 이제 더 이상 작업할 수 없다며 램 메모리 확장을 해주어서 이제까지 무리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교무실 컴퓨터가 빨라져 좋기만 한데 반면 교실 컴퓨터는 아직도 512M라서 컴퓨터를 이용해 수업을 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어느 때는 자료를 띄우는 데만도 한나절이라 예상하지 않은 일로 수업시간을 마구 허비하다보면 제대로 수업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럼에도 교육지원청에서는 이를 한번에 해결하려고 교사들에게 데스크탑 대신 노트북을 지원하고 있다. 노트북을 사용하면 교무실과 교실 컴퓨터 환경을 한 번에 해결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노트북은 분명 데스크탑 컴퓨터의 두 배 가격이다. 그러니 매 수업시간마다 컴퓨터를 껐다가 부팅하고 선을 연결하고 자료를 띄워 수업한다는 것은 쓸 데 없는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 짧은 쉬는 시간에도 공문을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교무실에서 다시 연결하여 부팅하여 공문처리하고 다시 교실로 들어가 수업을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이는 교육현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교육지원청은 아직도 교사들에게 노트북만 지원하고 있다.

   컴퓨터 다음으로 교육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선진화 기기를 나열해 보면 교실에 음향시설이다. 교사들이 적어도 하루에 3~4시간 수업을 하고 아침 저녁으로 조회 종례를 하는데 마이크 시설이 없다는 것은 교사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선생님이 들어와도 제멋대로 떠들고 장난을 치기에 목소리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며 수업하는 것이 무척 힘들다.

   혹자는 교실에 저마다 음향시설을 하면 다른 반 수업에 영향을 주지 않느냐고 묻곤 한다. 그러나 요즘은 여름이나 겨울이나 문을 닫고 수업하기에 문 닫으면 옆반에 잘 들리지 않을뿐더러 설령 조금 들리더라도 모두가 설치되어 운영하는 것이니 서로 이해가 쉽다. 요즘 대학에는 전 강의실에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외부 어느 기관에 가서 강의를 해도 강의에 마이크는 기본이다. 그런데 하루 종일 수업하는 교실에 마이크가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이 우리 학교는 일찍이 마이크 시설이 잘 갖춰져 작은 목소리로도 수업을 할 수 있어 수업이 즐겁다. 그런데 많은 학교에는 아직 마이크 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교사들이 성대 결절이 와서 수술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싸우느라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전 교실에 마이크 음향 시설 설치가 시급하다.

   다음은 빔프로젝트와 대형 TV의 동시 설치다. 현재 교실마다 50인치 TV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도 있고 빔프로젝트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도 있다. 교단지원을 하면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설치했기에 들 다 설치되어 있는 학교는 드물다. 그런데 정작 수업을 하다보면 50인치 TV처럼 낮에도 화질이 좋은 영상 매체가 필요할 때도 있고 인테넷 자료를 수업에 활용할 때는 빔프로젝트같은 대형 화면이 필요할 때도 있다.

   교실에 이상적인 교육환경은 교단 왼쪽에는 50인치 이상의 화질 좋은 TV와 교단 오른 쪽에 빔프로젝트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다. 새로 시설을 구축하는 교실에 전자칠판과 빔프로젝트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기술적인 문제인지 전자칠판은 50인치 TV의 화질보다 못하고 빔프로젝트 화면보다 크게 구현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가격은 천정부지라서 섣부른 전자칠판 설치는 수업의 효율성에 비해 경비를 과다 낭비하는 꼴이다.

 

   언론이든, 교과부든, 학부모든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육에 좀 관계가 된다싶으면 너도나도 우리나라 교육 못한다 교육 흠내기에 바쁘다. 그 흠집내기의 주체는 단연 교사들이다. 교사들이 교육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교육이 붕괴되었다고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을 볼 때 현장 교사들은 속이 터진다.

   질좋은 교육을 하는 데는 우수한 교사의 자질과 노력이 우선시 되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래서 교육의 실패를 교사들에게 떠넘기는 시선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교육환경을 개선하여 교사들이 수업하기 좋은 교육 선진화 작업 또한 중요하다 교육기자재 미비로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여 정작 교사들을 지치게 한다면 이 또한 교육실패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언론이야 원래 떠들어대는 게 직업이니까 정작 교육에 보탬도 되지 못하면서 제 흥에 겨워 교육 흠집내기에만 몰두한다지만 교과부는 현장교사들의 필요와 갈망을 세심히 들을 수 있는 여력이 있다. 그럼에도 예산 부족을 탓하며 교육선진화 기기 지원을 외면한다면 교육 지원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다. 농부는 소를 부라기 위해 사람 먹기도 아까운 콩도 먹이고 저녁에는 등짝도 긁어준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와 수업 환경을 구축하는데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처럼 불평과 불만을 쏟아내지 말고 교육현장에 국가지원이 부족함을 들여다보고 기부와 기증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 기부하고 기증하는 자원을 교사들이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아니다. 모두 우리 대한의 아이들 교육에 쓰여지는 것이다. 내 자식만 중요하고 남의 자식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내 자식 공부 더 시키려고 학원에 보내어 사교육만 살찌우면서 공교육을 탓하겠는가. 좀더 넓고 큰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아낌없이 후원하는 풍토가 마련되어야 한다.

   정작 먹고 살기 힘들었던 7~80년대만 해도 교사들이 학교에서 숙직을 해가며 선진화된 교육기자재들을 지키곤 했고 실제로도 학교에 도둑이 많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자 방범 장치가 잘된 탓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훔쳐가 팔만한 것이 별로 없기에 도둑도 들지 않는다.

   미래 아이들을 교육하는 학교에 교육시설이 이익을 창출해야 먹고 사는 사교육보다 못하고 기업체보다 못하면서 어찌 공교육 부실을 탓하겠는가.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3위에 올라섰고 각종 스포츠에서 세계 위상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교육환경은 세계 몇 위에 드는지 살펴봐야 한다.

   우리의 어려운 교육 현실에 비해 그 성과는 200% 달성하는 노력의 결과다. 공연히 미국 교육이 어떻고, 독일 교육이 어떻다 논하지 말고 ‘거북이 걸음 교육선진화’에 예산을 확보하여야 한다. 언제까지 우리 인간이 거북이 걸음만 걷고 있을 것인가. 정작 교사들이 학교에 가고 싶고 수업하기 즐겁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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