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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죽고 싶어요

원 시 인 2011. 6. 7. 10:14

 

선생님 죽고 싶어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요즘 바쁘시다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제 마음의 메일을 보내드려요.

 

선생님,

저는 지금까지 왜 살아온 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처음에는 꿈을 꾸기에 살아가는 거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열심히 살아왔고

꿈이 없을 때는 무척 불안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제 삶의 이유는 꿈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제 삶의 의미가 사라졌어요.

그렇다고 쉽게 죽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 식의 생각은 들지 않아요.

 

하지만 힘들어요.

요즘 계속해서 드는 생각은

신이 있다면 왜 저같은 사람을 살려두고

이태석 신부같은 사람을 죽였을까.

 

왜 신은 저같은 것에게

이런 사치스러운 생활을 주고

닉 부이치치같은 사람에게 장애를 주었을까.

왜 신은 저같이 무의미한 존재에게

삶이라는 것을 준 것일까요?

 

선생님,

신에게 저같이 무의미한 인간을 죽이고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존재를 살려달라면

들어주실까요?

 

꿈이 없는 저는

그냥 죽기 위해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꿈도 희망도 없이 미래도 꿈꾸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편하게 되었네요.

 

제가 무슨 행동을 하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저를 나쁘게 보네요.

 

맞는 말입니다.

저는 나쁜 아이예요.

사람들을 괴롭게 하고

제 생각만 하는 나쁜 존재예요.

 

왜 신은

저같은 못된 존재를 살아가게 할까요?

제가 바라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닌데

요즘은 계속해서 변해가는 저만 보여요.

사람들이 계속 변해버린 저를 욕하네요.

 

저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에게조차

제 감정을 드러내면 안 된다고 하네요.

드러내면 상처로 돌아오곤 해요.

 

죄송해요.

사실은 선생님에게도

이런 메일 보내면 안 되는데

생각나는 분이 선생님밖에 없어요.

선생님도 요즘 힘드실 텐데 죄송해요.

 

저는 왜 살아가고 있을까요?

왜 저같은 것이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세상에는

저보다 불행한 사람이 많은데

저는 왜 제 자신이 불행하다 느낄까요?

힘들면 안 되는데 투정부리면 안 되는데

선생님. 솔직히 저는 지금 힘드네요.

힘들어 죽을 것 같아요.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면

의미 없는 저를 죽이시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이를

살리시기를 간절히 바래요.

선생님도 기도해주세요.

 

저보다는

좀 더 의미 있는 사람들이

저를 대신해 살아주기를….

 

그렇다고 걱정하지는 마세요.

죽거나 하는 무모한 짓은 하지 않아요.

그냥 제 마음을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뿐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이 감정들도 사라지게 되겠죠.

선생님, 이런 메일 보내게 되어 죄송해요.

그냥 잊어버리세요.

 

저는 아마 괜찮을 겁니다.

그냥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니까

저도 그냥 이렇게 살아가야 하겠지요.

저에게도 다시 삶의 의미가 생겨나겠죠.

하지만 그 전까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고민하는 청소년에게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은

멋지고 화려하고 잘나가는 사람만이

능력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넌 지금 네가 쓸고 있는 집 앞 골목길이

지구의 모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하나님은 나같은 사람도 살려내어

너같이 소중한 만남을 선물로 주셨듯이

너도 나같은 사람에게 너의 마음을 열듯이

앞으로 더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나도 고1때 내가 쓴 일기를 보면

참으로 절망적이고 참으로 무기력했단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고 생각했단다.

잘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는 시골의 작은 학생을

하나님이 왜 키우시고 보듬어 주셨을까 생각해 본단다.

 

우리가 하나님의 비밀스런 계획을 깨닫는 데는

좀 더 많은 시간과 경험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저기 살구나무를 보아라.(안 봐도 보이지? 그리우니까.)

저 큰 나무도 어려서는 무수히 많은 물음표를 던졌을 것이다.

 

그것이 힘이 되고 가지가 되는 것을

그 나무는 싹을 틔우면서 스스로 알았을까?

새 순이 터지고 뻗치는 물음이 가지로 자라

든든한 나무가 되는 것을 알았는지 물어 보아라.

 

더러 정원사의 손에서 베어질 수도 있겠지.

더러 폭풍같은 바람에 잘려나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마침내 모두가 우러르는 거대한 나무 되어

많은 열매로 세상에 봉사하는 것을 보아라.

 

저 나무를 볼 때마다 선생님은

커다란 인생의 느낌표로 보인단다.

하나님이 나를 통해 이루고 싶었던 커다란 뜻을

벅찬 가슴으로 느끼며 다가오는 거대한 느낌표

 

너는 이제 삶의 가지를 틔우는 것이란다.

때론 세상이 두렵기도 하고 자신 없을 것이다.

때론 존재 가치를 느낄 수 없어 울고 싶을 것이다.

주변에 너를 시기하거나 무시하는 것은

네가 그만큼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란다.

 

어릴 때처럼 너는

더 이상 잔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귀염을 받거나 칭찬을 듣지 못할 것이다.

더 이상 동화 같은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홀로서기의 설움이란다.

 

이제는 네가 잔소리를 해야 하고

이제는 네가 칭찬을 하고 귀여워해야 한다.

이제는 네가 동화를 만들어 꿈을 주어야 한다.

이제부터는 네가 어른이 되는 것이다.

 

누군들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란다.

누군들 노인이 되고 싶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란다.

 

세월의 바람이 나를 전사로 키우고

세상의 전장이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란다.

전장이 두려워 스스로의 가지를 꺾지는 말라.

그곳엔 너의 기쁨 되는 금은보화도 있고

그곳엔 너의 눈물 되는 가시지뢰도 있단다.

 

세상은 한 번 달려볼만한 곳

적당한 긴장과 스릴을 즐길 만한 곳

달콤한 휴식과 만족을 누릴 만한 곳이니

아이야!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히 너만의 걸음으로 걸어가라.

 

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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