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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써니를 보고-2(아름다운 마무리)

원 시 인 2011. 6. 11. 10:27

 

 

 

영화 『써니』를 보고

 

                                         - 아름다운 마무리

 

    우리 사회에 나눔과 기부로 귀감이 되시는 분하면 자신이 소유한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여 유한재단을 세우게 한 유일한 회장을 떠올린다. 유 회장은 아들도 있고 딸도 있었다. 가족을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가족이 홀로 독립하여 살 수 있을 정도의 작은 재산만 유산으로 남기고 나눔과 기부를 선택한 것이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보다는 더 큰 사회라는 것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알토랑 같이 서로를 챙겨주는 사람은 가족뿐이라지만 사실 가족이라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싸우고 헐뜯고 미워한다면 가족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많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나눠주어도 서로 더 가지려고 싸우다가 서로 남남처럼 지내고 심지어는 형제끼리 고소하고 죽이기까지 한다.

    영화 『써니』에서 마지막 장면이 긴 여운으로 남는다. 진덕여고의 일진 짱이었던 춘화가 암에 걸려 나미와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나머지 친구들을 거의 만나고 행복한 죽음을 맞는다. 죽음이 죽음으로 끝났다면 무슨 여운이 있겠는가? 춘화는 자신의 모든 재산을 친구들을 위해 기부하고 죽음을 맞는다.

    학창시절의 의리파 리더 춘화는 친구들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나타나 어려움을 물리쳐 주고 친구들의 중심에서 친구들을 모으고 이끌었듯이 죽어서도 자신의 유산을 통해 친구들의 어려움을 멋지게 해결해주고 살아남은 친구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친구들은 장례식장에서 고등학교 축제 때 못했던 춤을 추면서 죽음도 멋진 축제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우리는 살아 있지만 사실은 죽어가고 있기에 ‘어떻게 죽을까’를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이 죽은 후에 그 삶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죽음을 예견하고 맞을 수 있다면 그나마 죽음을 준비하겠지만 대부분의 많은 죽음은 한밤중에 도둑놈처럼 내 앞에 불쑥 나타날 것이다. 내가 죽으면 내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법적으로 가족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지는 것이 관례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족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나를 위해 말없이 희생하고 아낌없이 나눠온 가족에게 모든 것을 남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삶을 돌아보면 가족들만큼 나와 더불어 지내온 고마운 사람들을 찾으라면 많을 것이다. 춘화처럼 친구도 있고 직장 동료도 있고 취미를 같이하던 동호회도 있고 알고 지내는 지인들도 많다. 아니면 평소 관심을 가졌던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일은 죽음을 멋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재산이 좀 있는 사람들은 미리 유산에 대한 유서를 만들어 가족들에게, 친구들에게, 동료들에게, 동호회 회원들에게, 가난한 이웃들에게 희망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누구나 한 번 뿐인 죽음을 평소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의 축제 마당이 되게 할 수는 없을까. 영화 『써니』에서 마지막 장면을 그림으로 처리하면서 그림 같은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행복한 미소를 짓게 했다.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읽었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라 하셨다. 자신이 걸어온 길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 것이라 하셨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자신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게 감사하는 것이라 하셨다.

    어차피 한 번 뿐인 소중한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내 가족, 내 친척을 떠나 ‘우리’, 우리보다는 ‘모두’가 즐거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어떨까. 우리의 욕심은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이 오르려는 데에 있다면 욕심을 버리고 더 낮아지고 더 많이 나누며 사는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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